출처 : http://v.media.daum.net/v/20180531210307425?s=tv_news#none


[끝까지판다①] 뇌출혈 병사한테 '감기약'..국가의 부름 뒤 억울한 죽음

박하정 기자 입력 2018.05.31 21:03 수정 2018.05.31 22:03 


군대 갈 땐 국가의 아들, 아플 땐 당신의 아들


<앵커>


SBS 탐사 보도팀은 불법 의료 행위를 지시하고 또 묵인하는 군 병원의 실태와 그래서 민간병원을 더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어제(30일) 고발했습니다. "군대 갈 때만 국가의 아들이고 군대에서 아플 때는 당신의 아들이 된다. 때문에 군에서 아프면 안 되고 자기 몸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군에서 소중한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의 한탄입니다.


저희는 오늘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21살 청년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군 복무 도중에 뇌출혈과 백혈병 증세를 보이던 병사가 숨질 때까지 군 병원이 쥐여준 건 두통약과 감기약, 그리고 두드러기약이었습니다.


먼저 박하정 기자입니다.


<기자>


군 생활에 잘 적응해 특급전사가 되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 고 홍정기 일병의 생전 모습입니다.


군대 체력 검정에서 특급 내지 1급을 받을 정도로 건강했습니다. 그런데 입대 7개월여 만에 민간 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故 홍정기 일병 어머니 : (병원에 도착해 보니) 이미 아이는 정신이 없었고 말 한 번도 못했고 중환자실에 들어가 있었던 거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뇌출혈 때문에 홍 일병은 수술을 받고 이틀 뒤 숨졌습니다.


홍 일병이 왜 이렇게 갑자기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군 검찰의 조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살펴봤습니다.


사망 11일 전, 홍 일병은 뇌 이상의 영향으로 보이는 구토를 시작했는데 군의관은 두드러기약을 처방했습니다. 까닭 모를 멍이 계속 생겼고 두통도 점점 심해졌는데 의무대에서는 감기약을 줬습니다.


고통을 견디다 못해 홍 일병이 부대 밖 병원 진료를 호소했고 인솔 상관과 함께 개인 의원을 찾았습니다. 민간인 의사는 홍 일병의 상태를 보고는 혈액암 가능성이 있다며 즉각 큰 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하라고 권했습니다.


하지만 인솔자는 다음날 군 병원에 예약이 돼 있다며 그냥 부대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날 밤 홍 일병은 더욱 심해진 두통과 구토에 시달렸고 자정쯤 사단 의무대로 후송됐지만 응급상황은 아니고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그냥 되돌려 보내졌습니다.


[故 홍정기 일병 어머니 : (사단 의무대에) 침상이 없으니까 연대로 다시 돌려보낸 거예요. (군의관이) 처방해서 두통약만 줬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밤새 이어진 구토와 헛구역질에 고통을 겪다 홍 일병은 내무반 바닥에 쓰러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다 오전 9시가 돼서야 누군가의 부축을 받고 다른 외진 환자들과 함께 규모가 큰 군 병원으로 가는 버스에 태워졌습니다.


[故 홍정기 일병 어머니 : 그 9시간을 애가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그 생각하면요. 지금도 피가 거꾸로 솟아요.]


군 병원은 백혈병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과 뇌내출혈 의증 진단을 내렸지만 홍 일병을 수용할 수 없었고 민간 병원으로 후송 조치했습니다.


하지만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었고 2016년 3월 홍 일병은 숨졌습니다.


고 홍정기 일병은 군 복무 중 '자신에게 군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민국 같은 좋은 나라에서 태어난 운을 보답하는 곳'이라고 썼습니다.


[故 홍정기 일병 어머니 :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게 운 좋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했는데, 그죠? 그걸 보답하겠다고 하는데 보답을 국가에서는 이런 식으로 해준 거잖아요. 저렇게 자랑스러운 나라라고 했는데…]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유미라, VJ : 김준호)  


박하정 기자parkh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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