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847533.html


있어야 할 이유 없는 ‘4대강 애물단지’…내성천 영주댐의 운명은?

등록 :2018-06-04 06:01 수정 :2018-06-04 10:13


상류에 농경지 등 오염원 많아, 물 가두자 `녹조 배양소’ 역할

1급수 모래강에서 3급수로 전락, 낙동강 수질개선 목적 ‘공염불’

수공, 수질개선 방안 마련중이나 ‘물관리 일원화’ 책임진 환경부

“수질악화 먼저 해결” 담수 막고 철거도 배제않는 민관 논의 추진 


내성천 영주댐을 지난달 25일 상류 영주댐물문화관 쪽에서 내려다본 모습. 모래를 하류로 흘려보내기 위해 댐 하단에 설치된 배사문까지 완전 개방해 상류에서 유입되는 유량을 그대로 하류로 흘려보내고 있으나, 기온이 올라가면서 물 색깔이 점점 녹색에 가까워지고 있다.

내성천 영주댐을 지난달 25일 상류 영주댐물문화관 쪽에서 내려다본 모습. 모래를 하류로 흘려보내기 위해 댐 하단에 설치된 배사문까지 완전 개방해 상류에서 유입되는 유량을 그대로 하류로 흘려보내고 있으나, 기온이 올라가면서 물 색깔이 점점 녹색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낙동강 수질 개선 용수를 확보하겠다며 추진한 영주댐이 완공 3년이 지나도록 물을 담지 못한 채 내성천만 황폐화시키는 애물단지가 돼가고 있다. 수질 악화를 이유로 담수를 반대해온 환경부에서는 최근 영주댐 사업을 재평가해 댐 철거까지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조직법 개편으로 국토교통부 수량 관리 업무를 넘겨받고 수자원공사까지 관장하게 된 환경부의 위상 변화는 영주댐과 내성천의 운명에 어떻게든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영주댐은 현재 댐 구조상 더 내려가지 않는 최저수위에서 상류에서 유입되는 유량을 그대로 하류로 흘려보내고 있다. 수공이 올해 2월부터는 댐에 쌓이는 모래를 배출하기 위한 댐 맨 하단 배사문까지 완전 개방했기 때문이다. 언제 다시 담수가 시작될지는 기약도 없고, 담수 상태에서의 구조물 안전 검증이 안 돼 공식 사업 준공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환경부는 영주댐 완전 개방이, 2016년 7월 시험담수를 시작하자마자 나타난 극심한 녹조현상이 올해 또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임을 숨기지 않는다. 조석훈 환경부 수질관리과장은 “4대강 마스터플랜을 보면 영주댐은 하류 낙동강에 수질 개선 용수를 공급해야 하는데 오히려 더 안 좋게 작용해 우리 쪽에서 담수를 말렸다. 국토부,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과 수공의 실무진 회의에서 수공에 댐의 물을 다 빼고 수질 개선 대책을 세우도록 했다”고 말했다.


영주댐에 물이 총저수용량의 15%가량 채워졌던 2016년과 2017년 연이어 나타난 녹조는 내성천에 전례가 없던 것이었다. 특히 지난해 여름에는 댐 물이 급기야 하수처리장에서 볼 수 있는 분뇨 냄새 나는 검은색으로 바뀌어 ‘흑수현상’과 ‘똥물현상’이라는 말까지 만들어졌다.


올해는 아직 여름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지난 25일 돌아본 영주댐에서는 이미 이런 조짐이 엿보였다. 영주댐 앞 수면은 이미 탁한 연두색이었고, 본댐 상류 유사조절지댐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물줄기도 연두색으로 엷게 물들어 있었다.


강변까지 온통 덮은 고운 모래 위로 맑은 강물이 넓고 얕게 흘러 바지만 걷으면 들어갈 수 있었던 내성천은 더이상 없었다. 내성천은 돌을 붙인 제방과 우거진 거친 풀숲 속에 갇힌 좁은 물길이 돼 있었다. 낙동강 준설로 시작된 하상 침식으로 원래 있던 모래는 빠르게 하류로 쓸려 나가고 상류로부터의 모래 유입은 영주댐으로 차단된 것이 문제였다. 그 결과 모래층이 평균 1m 이상 깊이로 깎여나가 수위가 내려가면서 좁아지고, 넓어진 강변에 풀과 나무들이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21일 내성천 영주댐이 총저수량의 15%까지 담수했을 때의 모습. 녹조가 심하다 못해 물 색깔이 검게 변했다.  내성천보존회 제공

지난해 10월21일 내성천 영주댐이 총저수량의 15%까지 담수했을 때의 모습. 녹조가 심하다 못해 물 색깔이 검게 변했다. 내성천보존회 제공


1급수를 자랑했던 내성천 물은 주요 도심하천에 흐르는 물보다도 탁했다. 환경부 물환경측정망을 보면, 영주댐 바로 하류인 ‘내성천4’ 지점의 수질은 최근 몇년 새 두 단계나 악화됐다.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을 보면 2015년까지만 해도 1ppm 이하의 ‘매우 좋음’ 수질을 유지했으나 지난해에는 2.3ppm까지 상승해 ‘좋음’ 단계를 지나 ‘약간 좋음’ 단계까지 떨어졌다. 화학적산소요구량(COD)도 2015년까지 3.2ppm으로 ‘좋음’ 상태를 유지했으나, 2016년 5.6ppm, 2017년 6.3ppm까지 높아지며 ‘보통’으로 두 단계 내려갔다.


영주댐에서 만난 황진수 수자원공사 경북북부권지사장은 “댐 계획 당시 유역의 가축 사육 현황 등 오염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이 정도까지 악화될 것을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도 “댐의 수질은 담수 초기에 급속히 악화돼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개선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예외도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유역변경식 수력발전을 위해 강원도 평창 송천에 만든 도암댐이 그런 경우다. 상류 농경지에서 흘러드는 오염물질로 악화된 이 댐의 수질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개선되지 않아 2001년 이후 18년째 용도 폐기된 상태로 있다. 발전을 하려니 방류수가 내려가는 동쪽의 강릉 주민들이 반대하고, 본래 흐르던 송천 쪽으로 방류하려니 서쪽의 평창·정선 주민들이 반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치돼 있는 것이다.


지난 5월25일 내성천 영주댐 본댐 상류의 유사조절지댐 방류구 모습.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 색깔에서 이미 녹조가 형성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5월25일 내성천 영주댐 본댐 상류의 유사조절지댐 방류구 모습.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 색깔에서 이미 녹조가 형성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담수로 물속에 잠기게 된 오염원이 수질에 끼치는 영향은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들 수 있지만 유역에서 댐으로 흘러드는 오염물질의 영향은 시간만 흐른다고 줄어들 수 없다. 인공위성 지도를 보면 상류 유역에 농경지가 거의 없는 곳에 지어진 소양강, 주암댐 등 다른 댐과 달리 영주댐 상류 유역에는 골짝마다 농경지들이 넓고 깊게 펼쳐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가 올 때마다 농경지에서 하천으로 흘러드는 오염원은 평창 도암댐의 사례가 말해주듯 축산 오염원보다도 관리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내성천을 흐르는 물은 이런 오염원들로 이미 부영양화 상태임에도 하천 바닥 모래에 의한 자정 작용을 거치며 빠르게 흘러 맑게 유지된 것이기 때문에 댐에 가두면 녹조가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수질 악화 문제 해결 없이 영주댐 담수를 강행할 경우 ‘제2의 도암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010년 영주시 평은면 평은교에서 내려다본 내성천. 강변에서 강바닥까지 덮여 있는 고운 모래 위로 맑은 물이 넓고 얕게 퍼져 흐르는 것은 영주댐 공사가 시작되기 전 내성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상돈 의원실 제공

2010년 영주시 평은면 평은교에서 내려다본 내성천. 강변에서 강바닥까지 덮여 있는 고운 모래 위로 맑은 물이 넓고 얕게 퍼져 흐르는 것은 영주댐 공사가 시작되기 전 내성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상돈 의원실 제공


이날 내성천에서 만난 정경윤 대구지방환경청장은 “그냥 둘러보기에도 댐 수질을 관리하기에 유역에 농경지가 너무 많다. 수질을 생각한다면 여기에 만들어서는 안 되는 댐인데, 4대강 사업에 슬쩍 끼어들어가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수공은 오는 10월까지 수질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이 방안을 바탕으로 담수 재개 여부가 결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수공에서 내놓을 자료는 참고자료일 뿐 상류의 오염원 현황부터 하천 생태계 변환까지 포함한 별도의 자체 정밀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담수 여부에 대한 결론이 쉽게 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주댐에서 400여m 하류 내성천의 모습. 고운 모래가 깔렸던 강바닥이 댐 건설 이후 상류로부터의 모래 공급이 막힌 가운데 침식돼 거친 자갈 바닥으로 변했다. 사진 윗부분을 보면 깎여나간 깊이를 알 수 있다.

영주댐에서 400여m 하류 내성천의 모습. 고운 모래가 깔렸던 강바닥이 댐 건설 이후 상류로부터의 모래 공급이 막힌 가운데 침식돼 거친 자갈 바닥으로 변했다. 사진 윗부분을 보면 깎여나간 깊이를 알 수 있다.


영주댐을 어떻게 할 것인가?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영주댐을 짓기 위해 내세운 편익의 86%가 낙동강 중하류 수질 개선이었지만, 영주댐에 물을 가두면 수질이 중하류보다 더 나빠져 그 편익은 제로가 됐다. 전기를 생산할 수도, 용수로 쓸 이유도 없고, 하류 지역은 홍수가 나는 곳도 아니다. 결국 댐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댐에서 오는 편익과 댐 유지에 들어갈 비용을 따져보면 철거가 답이다”라고 말했다. 내성천보존회 황선종 사무국장은 “영주댐 사업비 가운데 실제 공사비로 들어간 돈은 3천여억원으로 4대강 보 1개 공사비 정도밖에 안 된다”며 “환경부가 서둘러 환경단체와 전문가를 참여한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영주댐의 문제점을 조사한 뒤 청와대가 결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 이런 영주댐 철거론은 오래된 주장이다.


영주댐 건설 이후 내성천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풍경. 모래층이 평균 1m 이상 깊이로 깎여나가 수위가 내려가면서 넓어진 강변에 풀과 나무들이 뿌리를 내려 내성천은 접근하기 어려운 좁은 물길로 변했다.

영주댐 건설 이후 내성천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풍경. 모래층이 평균 1m 이상 깊이로 깎여나가 수위가 내려가면서 넓어진 강변에 풀과 나무들이 뿌리를 내려 내성천은 접근하기 어려운 좁은 물길로 변했다.


주목되는 것은 영주댐 건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켜 준 원죄가 있는 환경부의 변화다. 환경부 물환경 정책 담당자들은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 제시된 목적 달성 여부를 놓고 영주댐을 면밀하게 재평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수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영주댐이 애초의 수질개선 용수 활용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보고 있는 상황에서 재평가가 엄밀하게 된다면 영주댐은 영원히 담수를 못하는 댐으로 남거나 철거될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


실제 환경부는 곧 이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민관합동위원회까지 구성할 계획이다. 송형근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은 “전문가와 주민, 지자체와 중앙 공무원 등이 모여서 내성천과 영주댐 상류 오염원 대책을 어떻게 할 건지, 대책 가지고 개선될 여지가 있는 것인지, 불가능하면 장기적으로 뜯어 없애야 되는 것인지,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영주/글·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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