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 두려워 한 미국, 쇠고기 수입 후불로 변경”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입력 : 2012-01-13 21:06:17ㅣ수정 : 2012-01-13 22:35:58

한·미 FTA 폐기 시민학교

“저는 괴담 유포론자가 아닙니다.” 12일 저녁 7시30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시민학교’가 열렸다. 한·미 FTA가 한국의 건강정책에 미칠 영향을 강의하던 이상윤 ‘건강과 대안’ 책임연구원이 너스레를 떨자 강의실에 웃음이 번졌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한·미 FTA를 공부하는 모임들이 꾸려지고 있다. 이날 열린 시민학교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지만 50여명의 시민들이 강의실을 가득 채웠다.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공부하면 이긴다’는 모토에 공감한 시민들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시민학교 1강의 강연자는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과 이상윤 연구원. 먼저 강의에 나선 박 국장은 “한·미 FTA와 쇠고기가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을 이어갔다.

“정부의 설명대로 한·미 FTA 협정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진 않습니다. 하지만 광우병과 관련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은 한·미 FTA의 4대 선결조건이었습니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문제는 촛불집회로 막아냈습니다. 미국은 쇠고기를 선불로 요구했다가는 다시 촛불집회가 일어나 한·미 FTA 비준 자체가 안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후불로 요구하기로 바꾼 것 같습니다.”

12일 밤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한·미 FTA 폐기 시민학교’에 참석한 시민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강연을 듣고 있다. | 김정근 기자

그는 지난해 9월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주한 미대사관의 외교전문 중 일부를 소개하며 한·미 FTA와 쇠고기가 긴밀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박 국장에 이어 저녁 8시30분쯤 이 연구원의 강연이 이어졌다. 이 연구원은 한·미 FTA가 단순히 상품의 관세를 낮추는 협정이 아니라 정부의 주권 영역인 보건 등의 이슈도 다루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미 FTA는 장사치의 논리가 우월한 논리로 인정받는 협정입니다. 장사치를 비하하는 게 아니라 장사치의 논리가 적용될 영역이 있고 아닌 영역이 있습니다.”

그는 장사치의 논리가 적용되지 말아야 하는 영역 중의 하나로 보건 영역을 꼽았다. “정부는 보건 등 공공정책의 경우 한·미 FTA와 충돌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필립모리스가 담배 포장을 단순화하는 법을 투자자-국가소송(ISD)으로 끌고 간 사례 등을 볼 때 안심할 수만은 없습니다. 물론 칼자루는 외국인 투자자가 쥐고 있죠. 한국 정부가 호주보다 더 강력한 정책을 편다 해도 그쪽이 중재를 걸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건정책 담당자들은 늘 외국인 투자자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뭔가 뒷골을 잡아끄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겠지요.”

시민학교 실무 준비자인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정경윤 간사는 “젊은 여성들이 많이 오신 점이 특이했다”며 “자발적으로 오신 분들이라 완전히 ‘열공’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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