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cyworld.com/taiji9904133 


연개소문을 보면서 궁금해진건데 왜 굳이 중국이 요동성을 점령하려고 했을까요? 
작성일2007.11.04 00:59

중국 지도를 보면 같은 이름의 지명을 가진 두 곳이 있습니다. 바로 산해관이죠. 한자도 같고 발음도 같습니다. (山海關-싼하이꽌)
 
중국 역사나 혹은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지겹게 들어봤을 지명일 것입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옥문관이라고도 불리죠. 일반적으로 산해관이라고 하면 중국 만리장성의 동쪽 끝 해안지대를 막고 있는 동북 최대의 요충지를 의미합니다. 이 산해관을 넘으면 바로 북경이기 때문에 이게 뚫릴 때마다 중국의 왕조가 바뀌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사실 만리장성의 방어요충지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낮은 울타리에 불과하죠. 왜냐하면 횡으로 길게 뻗은 방어 장벽은 어느 한곳만 돌파되면 장벽 전체의 방어력이 무력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긴 방어선에 전부 병력을 파견하는 것도 불가능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리장성이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는 것은 그것이 건설된 지형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만리장성의 대부분의 구간은 평야지대가 아닌 산악지대를 연결하고 있는 까닭에 이 산악지형 자체를 돌파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물론 그렇게 험준한 산악지대라기보다는 낮은 구릉지대가 훨씬 많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리장성에 구멍이 난 것은 여러번 있었지만 그것이 중국의 왕조 교체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한족 왕조가 북방민족에 무너졌을 때는 반드시 산해관이 깨져야 합니다. 실 예로 금도 원도, 그리고 만주족도 이 산해관을 깨고서야 중원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산해관을 깨야만 보급 수송이 원할한 도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말이나 사람은 꽤나 등반능력이 있고 험지 돌파능력도 있지만, 보급 수례는 그렇지 못합니다. 평탄하고 완만한 지형이 아니면 이동이 쉽지 않죠. 그 때문에 고래부터 지금까지 전쟁은 뻔한 도로로 이동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대규모 병력의 기동은 더욱 이러한 지형적 요소가 크게 작용합니다. 일반적으로 전근대적 군대는 1만의 공격병력 뒤에 3만의 보급 수송부대가 따라다녔으니까 말입니다.
(현대군도 절반 정도는 비전투병력입니다.)
 
앞서 중국에는 산해관이 두 개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만리장성의 동쪽 관문인 산해관(이게 흔히 옥문관으로 불립니다.)과 랴오닝성에 있는 산해관이죠. 그리고 두번째 산해관의 위치가 있는 곳이 바로 과거에 요동성이 있던 곳입니다.
 
만주는 질문자의 생각과는 달리 허허벌판이 아닙니다. 만주평야라고 불리는 지역은 요하 주변의 남만주평야와 서요강 주변의 북만주 평야를 제외하고는 태반이 산악지형입니다. 특히 한반도와 중국 사이에는 요동반도에서 시베리아에 이르는 거대한 산악지형이 버티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중국과 한반도 사이의 2대 자연 장벽입니다. 요하(療河)강과 텐산산맥이죠(千山山脈)
 
중국에서 한반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요하를 건너고 그 다음 텐산산맥을 넘어야 합니다. 텐산산맥을 관통하는 기동로는 단 하나뿐인데 그 입구에 두번째 산해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산해관 앞으로 요동성이 버티고 있죠.

즉, 요동성은 요하강변에 첨단지형에 건설된 천혜의 요새입니다. 물론 고구려 성이 다 그렇듯이 평야지대에 건설된 성이 아니라 착실하게 산성취락의 형태를 띤 방어요새입니다. 여기를 넘지 않고는 텐산산맥을 관통하는 교통로를 손에 넣을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두번째 산해관은 중국의 산해관이 아니라 고구려의 산해관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게 진짜 산해관이기도 하죠-계곡 입구에 좁은 통로에 건설되어 진짜 關이라고 불릴만한 지형에 있습니다.)
 
허나 중국측에서 고구려에 침입하기 위해서 반드시 요동성을 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질문자의 생각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닙니다. 요동성을 넘어 텐산산맥 골짜기를 이용하지 않는 두 개의 길이 또 있기 때문입니다.
 
요동반도를 크게 끼고 돌면서 푸조우와 뤼순을 거치는 해안지대 남쪽 루트와 선양- 빈치(本溪)- 봉성을 거치는 북쪽 산악지대 루트가 있습니다.

허나 둘다 텐산산맥을 우회하는 길임으로 양쪽 모두 1000킬로미터이상 돌아가야 합니다. 물론 이쪽도 만만치는 않죠. 남쪽 루트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뤼순/뤼따 지역은 고구려의 수군 총사령부가 있는 곳입니다.  북쪽 루트 역시 입구부터 요새가 버티고 있고, 산악계곡지대마다 빼곡히 고구려의 방어거점인 산성들이 우글우글합니다.
 
결론적으로 중국세력은 이 세 루트 외에 다른 루트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는데 그것이 만만치 않았다는 뜻입니다. 물론 그 중에서 가장 빠른 길인 요동성라인은 고구려에게나 중국세력에게나 절대 차지해야하는 요충지가 되는 셈입니다. 참고로 질문자가 하신 생각은 중국도 했습니다.

그래서 요동성을 공격하면서도 남쪽으로 수군을 돌려 뤼순을 끊임없이 공격했던것 입니다. 참고로 당시의 함선은 연안항해만 안전했지, 원양항로는 여전히 위험천만했습니다. 그래서 뤼순을 거치지 않는 항해는 용감할 따름이었죠. 그리고 당태종이 치다치다 못해 혀를 빼물고 돌아섰다는 안시성은 북쪽 루트의 입구입니다. 세 가지 기동로 모두를 노려봤다는 뜻입니다.
 
물론 소규모 기동부대로의 우회작전도 해봤죠. 허나 요동성 뒤에 또 방어거점 지성들이 우글우글... 결국은 보급로 확보못해서 결국 3일치 식량뿐이 없는 상황에서 조급한 마음에서 죽을 쑤웠습니다.
 
고구려의 전진 방어라인은 요하를 따라서 남에서 북으로 길게 퍼져 있었습니다. 허나 장성은 아니고 각기의 지성들이 떨어져서 고립방어의 형태를 띄고 있었죠. 철저하게 산성취락의 형태를 갖추고 말입니다.

고구려는 2대 유리왕 때부터 산악 특히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산악지대에만 성을 쌓고 방어거점을 형성했습니다. 틀어박혀 지키기만하면 깨기 난해한 지형에만 말입니다. 이러한 거점지성들이 교통로를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었기에 우회도 가능했지만, 그것도 한 두개라는 말씀입니다.
 
요하라인은 우회 돌파가능하다고 해도 텐산산맥에 이르러서는 그게 안 되었습니다. 어쨓거나 3개 기동로 중 하나를 돌파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했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요하라인을 뚫고 3개 기동로중 하나를 돌파한다고 해도 세번째 방어벽이 있습니다. 천혜의 방어요새 바로 단둥- 의주 라인이 그것입니다. 

지금도 한반도에서 대륙으로 나가는 주요 교통로는 딱 세 개뿐입니다. 그 중에서도 단둥- 의주 라인은 특히 중요한데 나머지 두개가 워낙 황당하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랴오위안- 퉁화- 만포로 들어오는 길은 번깐 산맥의 협로를 통해서 기동함에도 만주를 반바퀴나 돌아야 합니다. 뭐 그래도 두번째 루트보다는 낫죠. 왜냐하면 마지막 루트는 만주를 통째로 한 바퀴 돌아서 두만강의 나진-선봉지구로 들어오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역시 챵꽝치이링산맥을 넘어야 합니다.뭐 이것도 근대에나 개발된 교통로고 과거에 대규모 병력이 이동할 루트는 의주- 단둥 루트가 유일했다고 생각하셔도 무리는 없습니다.

당연히 고구려로서는 이게 뚫리면 망했다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로 중요한 지역입니다. 뚫리기는 커녕 포위만 당해도 고구려는 만주와의 교통/통신이 완전히 두절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의주를 넘어 선천-정주에 들어서면 바로 평양입니다.
여기까지 왔다면 고구려도 GG죠.
 
선천- 정주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고려시대에 서희가 얻어낸 이후 단 한 번도 내어준 적이 없습니다. 또한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의 진실도 바로 이 중요하고 또한 유일한 루트가 위험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만주의 거대부족이 명으로 돌아선 마당에 의주를 비운 채 요동으로 들어섰다가는 자칫 요동에서 고립될 여지가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중요거점이란 그 지형적 특징 때문에 한 번 상실하면 다시 되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요동성과 뤼순, 그리고 안시성은 이러한 요충지로서의 가치가 충분했고 지금도 충분합니다. 현 중국 인민 해방군 역시 뤼순/ 랴오닝/ 선양의 3개 지역을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있으며, 뤼순의 일부 지역은 아예 민간인 출입금지 구역입니다.(중국 북양해군의 최대 요충지입니다.)
 
한반도에서 중원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만리장성을 넘어야 하는 이치로 중국에 한반도에 들어오기 위해선 만리장성은 우습기까지 한 텐산/번깐/챵꽝치이링의 3개 험준한 산맥지역을 돌파해야 합니다. 물론 그 전에 요하를 건너야 하지만 말입니다. 또한 요동성을 비롯한 안시성등은 바로 이 요하강 도하를 저지하는 전진 방어기지입니다. 이러니 안 깨고는 방도가 없었던 것입니다.
 
참고로 위의 세 루트는 고구려가 멸망하는 순간까지도 깨지지 않았습니다. 당이 고구려를 멸망시키기 위해서 찾아낸 네번째 루트는 산동반도- 한강- 개성축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한강지역을 장악한 신라의 도움이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죠.
 
이상입니다.
 

(참고로 북한이 남침하기 위한 주요 기동로도 세 개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루트가 파주-문산 축선으로 이 루트에 한국군과 북한군의 최고 정예가 버티고 있습니다. 우리 편제는 알려드릴 수 없지만 북한군은 이름도 찬란한 4군단과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포병만으로 구성된 군단인 강동포병군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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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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