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55386.html


폭염 속 탈원전 저항, 더 끈끈해진 ‘삼각동맹’

등록 :2018-07-30 05:01 수정 :2018-07-30 16:35


무더위에 더 가열되는 ‘탈원전’ 논란

한전 등 전력부문 7대 공기업, 2016년 영업이익만 12조원

석탄 등 민간 발전기업도 ‘막대한 돈벌이’ 기득권 지키기, 되레 ‘발전설비 더 짓자’ 주장

전력 예비율 위험 부풀리고 전력수요 과잉예측 발판으로 일부 언론도 연일 ‘위기론’ 부추겨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탈원전·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에너지 체제 전환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석탄화력발전 5개사 등 전력부문 7개 공기업의 총매출액은 96조386억원, 영업이익은 12조1989억원이었다. 같은 해 삼성전자 매출액은 133조9472억원(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13조6474억원이다. 한국경제의 생산과 이익 양쪽에서 발전부문이 차지하는 거대한 규모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국내 총 발전사업 중 5분의 1 가량을 점유하는 포스코·에스케이(SK)·지에스(GS) 등 민간발전 에너지재벌까지 포함하면 삼성전자의 매출과 이익 규모를 넘어선다.


이번 여름 예상치 못한 기록적 폭염이 지속되면서 ‘탈원전·탈석탄’에 저항하는 집단적 목소리가 다시 맹렬한 기세로 돌출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보다는 원전과 석탄화력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기저발전’을 온존·강화하고, 미래 전력수요 예측량을 더 늘려 원전·석탄화력 발전설비를 오히려 더 많이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에너지 전환 로드맵으로 일단락된 듯했던 탈원전 시비가 이번 폭염을 타고 또 다시 ‘의도적으로’ 끌어올려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50년 간의 개발 연대는 일상 및 산업활동의 필수 에너지인 전력을 중앙집중식으로 생산·공급하면서 산업화를 이뤄온 역사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에너지 체제가 거대한 전환의 길로 들어서면서 주민·지역공동체 등을 중심으로 발전 분권화·분산화 요구가 분출하고, 이에 맞서 일부 언론을 위시해 민간 발전재벌과 신재생으로의 체제 전환에 미온적인 발전 공기업들이 삼각동맹을 구축해 탈원전·탈석탄을 무력화하려는 필사적 저항을 끊어질듯 이어가는 구도다. 표면적으로는 전력예비율 하락에 따른 전력공급 불안정과 소비자 전기요금 인상 폭탄 등 이런 저런 저항 논리를 기획·생산해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유포하고 있지만, 그 뒤편에는 2016년 매출·이익 규모가 보여주듯 공고한 에너지 기득권 집단의 막대한 돈벌이 이해가 깔려 있다.



전력 설비·공급에서의 ‘예비율 위험’을 앞세운 이번 폭염 국면에서의 파상 공세처럼 에너지 재벌의 발전설비 확장 요구는 언제나 ‘전력수요 과잉 예측’에서부터 출발했다.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에너지정책은 그동안 경제·산업 발전의 토대라는 구실 아래 발전 자본에 철저하게 종속돼 왔으며, 항상 장래 전력수요에 대한 과잉 추계가 민간·공기업 거대 발전자본의 설비 확충 정당화 논리로 끊임없이 설파됐다“며 “한국의 전력설비는 현재 ‘객관적으로’ 분명히 과잉설비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폭염 속 전력예비율 위험을 과대 포장하는 저항세력의 주장에는 더 많은 돈벌이를 노린 원전·석탄 발전설비 확장 의도가 배경에 있다는 얘기다. 전력수요 전망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는 경제성장 증가율, 인구 및 산업구조 변화, 소비심리, 최고·최저 기온, 정부의 전기요금 규제 동향, 그리고 대기 중 습도까지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정확한 수요예측이 거의 불가능하고, 바꿔 말하면 부풀릴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송 연구위원은 안정적 전력 공급을 빌미로 한 발전설비 확대보다는 전력 피크(최대 전력수요)를 관리하는 ‘수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쪽도 “설비 예비율을 지나치게 많이 준비하면 발전소 건설비용 뿐만 아니라 발전기가 돌아가지 않아도 지급해야 하는 ‘용량요금’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력 상품은 그 특성상 수요와 공급 모두 비탄력적인데다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져 저장이 불가능한 재화다. 이 때문에 안정적 공급이 무엇보다 중시돼, 발전사업에 이미 진출한 기업에는 국가가 생산과 수익을 사실상 보장해준다. 독과점적 이윤을 영구적으로 누릴 수 있는 산업이라는 뜻이다. 탈원전·탈석탄을 둘러싼 저항이 끈질기게 이어지는 까닭 가운데 하나다.


민간 발전기업도 과잉 예측된 전력수요를 교두보로 석탄화력·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에서 시장지배력을 키우면서 에너지 전환에 맞서는 강력한 저항세력으로 성장했다. 신규 건설 예정인 석탄화력 총 7기 가운데 6기가 민간발전소다. 포스코는 포스코에너지(삼척 석탄화력)가, 에스케이(SK)는 에스케이가스(울산 복합화력·고성 석탄화력)와 에스케이이앤에스(SK E&S·여주복합)가, 지에스(GS)는 지에스동해전력·지에스파워·지에스이앤아르(동해 북평화력)·지에스이피에스(당진복합)를 중심으로 발전사업을 확장 중이다. 삼성물산도 강릉에코파워 석탄화력에 지분 29%를 투자하고 있다.


발전 공기업들도 단기 수익 추구와 자사 이윤 증대 중심의 기업 운영에 몰두해왔다. 2011년 9월에 일어난 ‘블랙아웃’ 순환정전 사태도 전력수요 과소 예측 탓보다는 발전공기업들의 현장인원 대폭 감축 및 비용절감 위주의 신규투자 회피 등 기회주의적 행동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발전설비 수주·확대를 놓고 발전 공기업과 민간 발전사 사이에 번갈아가며 한쪽이 양보하면 다른 쪽이 차지하는 ‘공생’을 되풀이해 온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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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확대는 기존 에너지재벌 중심의 중앙집권형 발전 체제에서 탈피해 농민·중소기업·협동조합·주민들이 태양광 등 소규모 발전에 뛰어들어 수익을 얻는 분권·분산형 발전으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전력 생산·소유·판매를 주도하는 집단이 변화하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와 산업의 시스템 재편까지 이어질 수 있는 거대한 전환인 셈이다.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사업자인 녹색드림협동조합(서울 답십리)의 허인회 이사장은 “지금의 에너지 전환은 기존 에너지재벌 기득권집단과 시민·주민 등 소규모 신재생 참여사업자들 사이의 거대한 에너지 싸움이란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과 화력발전은 전력 생산지와 수도권 등 대량 소비지역이 멀리 떨어져 송전비용이 높은 반면, 분산형 전원인 태양광은 주거지역과 가까운 곳에서 생산돼 송전비용도 저렴하고 공간적·기술적 진입장벽도 낮다. 중소기업과 일반 시민도 참여할 수 있어 안정적인 일자리 정책이 될 수 있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31년)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2017년 11.3GW(정격용량 기준)에서 2022년에는 23.3GW로, 2030년에는 58.5GW로 늘어난다. 신재생에너지 설비 1MW를 증설할 때 발전에 종사하는 고용인력은 15.7명으로 추산된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총 19만4천명이, 2030년까지는 총 76만4천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허 이사장은 “발전뿐 아니라 금융·건축자재 등 전후방 연관산업까지 합치면 태양광의 일자리 효과는 훨씬 커진다”며 “신재생사업 확대로 우리나라 총고용의 4% 이상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은 이번 폭염 같은 전력소비 피크 타임에 오히려 전력을 가장 많이 생산한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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