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66416


"녹조가 농민 탓? 환경부 때문에 우리만 나쁜사람 됐다"

[인터뷰] 백제보 인근 농가 김영기 대책위원장... "수문개방 하되 농민 피해 대책 세워야"

18.08.26 12:02 l 최종 업데이트 18.08.26 12:41 l 글: 김종술(e-2580) 편집: 이주영(imjuice)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부역자들의 이름을 기록한 백제보에 인근 시설재배 농가들이 내건 현수막이 걸려있다.

▲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부역자들의 이름을 기록한 백제보에 인근 시설재배 농가들이 내건 현수막이 걸려있다. ⓒ 이상호 작가


백제보에 걸렸던 수문개방 반대 현수막이 철거됐다. 농민들이 자진 철거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보가 개방되지 못해 녹조가 최악으로 치닫고 하류 농가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상태에서 여론에 떠밀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수문개방을 놓고 환경부는 농민 탓, 농민은 정부 탓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모래를 파냈다. 16개의 보가 건설됐고, 금강에는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 등 3개가 만들어졌다. 준공과 동시에 백제보 상류에서 시작된 물고기 떼죽음은 60만 마리 이상의 집단 폐사로 이어졌다. 2013년부터는 심각할 정도로 녹조가 발생해 금강을 뒤덮었다. 그 후 큰빗이끼벌레가 발생하고, 시궁창에서나 살아가는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 등 환경부 수 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이 강바닥을 점령해 버렸다.


 백제보와 제방 하나를 두고 시설재배를 하고 있는 농가들이 수문개방으로 지하수가 고갈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  백제보와 제방 하나를 두고 시설재배를 하고 있는 농가들이 수문개방으로 지하수가 고갈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 김종술


촛불 정국으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4대강의 수질개선을 위한 지난해 업무지시를 내렸다. 금강에서는 3개의 보가 개방됐다. 4대강 사업 이후 굳게 닫혔던 수문이 열리면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가슴이 뻥 뚫리는 심정이라고 기뻐했다. 그러나 (부여군 7개 마을 1000동, 대책위 930동) 시설재배단지가 몰려있는 백제보 인근 농가의 지하수가 떨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1월 겨울철 수막재배를 하던 농가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 농민들의 피해가 발생하자 정부는 12월 서둘러 백제보의 수문을 닫았다. 이후 환경부와 농민들은 사고에 따른 문제해결을 놓고 기나긴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추가 개방을 시도하려던 정부에 맞서 농민들은 백제보 인근에 '결사반대' 현수막을 걸고 저항했다. 지금까지 개방을 추진하다 미뤄진 것만 6, 7차례다.


유난히도 더운 올해는 가뭄과 폭염이 지속했다. 상류 대청댐에서 흘려보내던 하천 유지용수도 대폭 줄어들었다. 강물의 유입량이 줄고 물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서 백제보 인근에는 최악의 녹조가 창궐했다. 강물로 농사짓는 농수로와 벼 포기까지 녹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녹조로 물들었다. 다행인 것은 수문이 개방된 세종보와 공주보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 수문개방에 따른 효과였다.


지난 23일 수문개방을 반대하며 내걸었던 현수막이 일시에 철거됐다. 4대강 수문개방을 주도하고 있는 환경부와 농민들의 대화는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농민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김영기 '백제보 수문개방에 따른 농업용수로 확보를 위한 자왕펄 농민대책위' 위원장을 부여군 시내에서 만났다. 대책위에는 6개 마을 70~80여 농가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다음은 김영기 대책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대책위의 입장은 보상 우선이 아니다"


 지난해 백제보 개방으로 피해를 호소하던 주민들이 백제보에 모여 집회를 갖고 있다.

▲  지난해 백제보 개방으로 피해를 호소하던 주민들이 백제보에 모여 집회를 갖고 있다. ⓒ 김종술


- 환경부는 농민들이 반대해서 백제보 수문개방을 못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6월부터 백제보 수문개방이 필요하다면 농민들은 반대할 수 있는 근거와 이유가 없다는 것이 대책위의 공식 입장이다. 단, 백제보 개방에 따른 지하수 침하가 발생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 일부에서 대형관정을 파서 공급하자는 말도 나오는데, 이는 주변 농가에 또다시 물 고갈과 농민 간 분란이 발생할 수 있기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농어촌공사에서 진행하는 지표수 보강사업이 있다. 보와 상관없이 농업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으로 창원과 부여군 세도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하수 수질이 악화가 됐다든지, 양이 적은 경우 농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환경 개선이 필요한 사업이다. 농업용수로 확보에 따른 문제는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시설이 대안으로 마련되었으면 한다."


- 처음 수문이 개방될 당시에 과격하게 반대하는 농민도 있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수문개방을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수차례 회의에서 밝힌 바 있다. 이 문제는 정치적 접근도 안 된다. 농민들도 문재인 대통령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책위의 공식 입장이다. 지난 4월 처음 문제가 발생해 4대강 사업에 찬성했던 일부 세력 중 문재인 대통령을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소수가 돼 대책위에도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 보상 때문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지난 8월 대책위에서 임시개방을 해야 한다고 결정하고, 보 개방 상황실과 금강유역환경청 청장을 만나 의견을 전달했다. 그 자리에서 수질 개선을 위한다면 8월 개방을 하라고 전했다. 정부는 자꾸만 보상 이야기를 하는데, 대책위의 입장은 보상 우선이 아니다. 보가 개방되고 철거가 확정된다면 농업용수를 확보를 해주겠다는 농민과의 약속 이행을 위해 서류에 도장을 찍어달라고 했다.


만나는 공무원마다 당연히 해주겠다는 말을 똑같이 했다. 국가 하천법에도 국가가 관리하는 하천에 유량이나 유속이 변경돼 인근의 취수나 양수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해야 할 법적인 근거가 있다고 그들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살려달라'는 말만 한다. 자신들의 권한이 아니라고만 한다. 그렇다면 권한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요구를 전달해달라는 것이다.


지난 7월 30일 일방적으로 추진하던 백제보 개방이 실패하자 환경부는 민관협의회 등과 어떠한 대화 시도도 하지 않는다. 농민과의 대화를 단절한 것이다. 환경부는 즉각 책임 있는 자세로 대화에 임해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 부여군은 어떤 생각인가?

"처음 부여군은 우리에게 회의 통보만 전하는 입장이었다. 군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해야 한다. 농민의 입장을 중앙정부에 전해야 한다. 이런 체계가 무너지고 우리가 청와대에 가서 협의하고 위에서 지시가 내려온다면 다음에 이런 문제가 또다시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백제보 개방과 관련해 군수와 의장을 만났다. 박정현 군수는 우리가 요구하지 않아도 우리의 뜻을 중앙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개방이 있을 때는 농민들과 협의하여 열고, 피해에 따른 보상을 해주겠다는 등의 안을 제시했다."


- 농민 보상이 개방에 걸림돌이 아닌가?

"2019년 6월 백제보 처리 방안이 철거 혹은 상시개방으로 결정될 것으로 알고 있다. 하천법에 금강은 국가가 관리하는 국가 하천이므로 인근 취수 및 양수에 차질이 없도록 지표수 보강사업 등을 통한 근본적인 농업용수로 확보하게 돼 있다.


대책위가 꾸려지기 전에는 일부가 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책위가 만들어지고 단 한 번도 보상을 논하지 않았다. 보상 이야기는 환경부가 말하고 다녔다. 환경부는 수차례 피해 조사를 하자고 했지만, 우리는 미뤄왔다. 7월 3일 비가 많이 오는 날 우리에게 통보도 없는 상태에서 환경부가 일방적으로 조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7월 15일경 군수와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군수가 농민들의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하면서 피해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이장을 통해 신청을 받아 읍사무소에서 취합했다. 그렇게 조사된 자료는 환경부에 올린 상태로 알고 있다. 7개 마을 (부여군 1000동) 930동 비닐하우스 중 피해가 발생한 규모는 350동 정도, 피해액은 3억 5천만 원, 인원수는 65가구로 나타났다. 낙동강 함안뜰 같은 경우는 비닐하우스 530동이 있다. 10억 6천만 원이 넘는 금액이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피해에 비해 하우스 한 동당 100만 원정도로 낮게 측정했다."


"농민 때문에 금강 도수로 공사 못 한다는 보도는 거짓"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백제보 개방이 늦어지면서 보 상·하류까지 녹조가 창궐했다.

▲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백제보 개방이 늦어지면서 보 상·하류까지 녹조가 창궐했다. ⓒ 김종술


- 백제보 수문개방 반대 현수막을 두고 농민을 질타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해 피해를 봤는데, 또다시 4월에 개방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농민들의 모든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상태에서 목소리 큰 사람들의 주장이 백제보 수문개방 결사반대했다. 이런 문제는 보름 전부터 대책위에서 설득하고 회의를 걸쳐서 23일 보 주변에 걸린 모든 현수막을 철거했다.


수문이 개방되면 지하수가 저하되는 것은 증명된 일이다. 지금 100원을 투입해 농사를 짓는다고 가정하면 수문이 개방되면 150원 정도가 들어간다. 우리가 백제보를 만들어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국가가 만들어 놓고 우리가 피해를 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논리다. 농민으로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처음 수막재배를 하면서 관정을 깊게 파느라 고생했다. 물을 안정적으로 뽑아 쓰기 위해 3~5m 아래에 모터를 설치했다. 그러다가 (4대강 준공 후) 최소한 6년 동안은 깊게 파지 않고 땅 위에다 모터를 놓고도 물이 나왔다. 그런데 수문개방이 이루어지면 지하수위가 낮아지고 우리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봐야 한다.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앞으로도 백제보 개방에 따른 피해가 없어야 하며 피해가 발생한다면 합의 과정을 걸쳐 피해를 최소화해줘야 한다."


- 금강 도수로 공급을 주민들 때문에 못 한다는 보수 언론의 지적이 있었다.

"예당저수지에 백제보의 갇힌 강물을 공급하는데, 물이 필요하다면 보내야 한다. 같은 농사꾼으로 단 한 번도 반대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등의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금강에서 도수로를 통해 예당저수지로 9일부터 물 공급이 진행되고 있던 상태에서 지난 12, 13일 부여군 건설과와 충남농어촌공사에서 찾아왔다. 회의 당시 물이 부족해 농민이 피해를 보는데, 왜 우리와 협의를 걸쳐야 하느냐고 회의를 무산시켰다. 그런데 3개 보수 언론이 같은 논조에 같은 말투로 기사를 썼다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포함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로 <중앙일보>에 전화를 해 기사 내용을 두고 항의하기도 했다."


-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백제보 관련 언론의 기사 댓글을 보면 똥물로 농사를 짓는다는 말들이 많다. 똥물로 농사를 짓기 싫어 지하수로 농사를 짓고 있다. 돈 때문에 말하는 부분은 명확하게 확인해 줬으면 한다. 일부 돈 이야기를 하는 농가들도 있는데, 한두 사람 때문에 대책위 전체에 먹칠하지 말았으면 한다.


언론들이 농민 탓을 하는 것은 우리와 협의를 하는 금강유역환경청장이 농민 탓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백제보 개방을 못 한 이유는 환경부의 무능인데, 결국 농민들만 나쁜 사람이 돼 버렸다. 지난해 11월 국무총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이 받을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다. 2018년 8월 임시개방을 농민대책위에서 용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백제보 수문개방에 실패를 하면서 녹조 등 심각한 환경피해를 보고 있다. 백제보 개방을 못 한 탓을 농민들에게만 전가하는 금강유역환경청 청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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