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80827170108806


[단독] '술 마시고 총 쏜' 대령 또 보직해임..軍 '따까리 악습' 언제까지?

황현택 입력 2018.08.27. 17:01 



'따까리'라는 은어가 있습니다. 사전에는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맡아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 돼 있습니다. 군대로 치면 '공관병'이 이에 해당되기도 하고, 좀 넓게 보면 '부하 전체’를 뜻하기도 하죠. 계급 낮은 하급자들을 '현대판 사노비'처럼 부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탓입니다.


최근 A 군단 소속 B 대령이 자신을 보좌하는 부사관 2명으로부터 강요·모욕죄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B 대령의 이름이 익숙했습니다. 지난해 음주 후 실탄 사격에 갑질까지 해 징계를 받고 나서도 진급까지 해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던 당사자였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된 '갑질 사격'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하면 이렇습니다.


지난해 6월, 당시 B 대령(진)은 육군 수도군단 17사단 3경비단장이었습니다. 어느 날, 부대원들과 2차 음주 회식을 한 B 대령은 자정쯤 해수욕장 인근 해안초소를 찾아 경계 근무 중이던 소초병에게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근무병, 소총 탄창 구성이 어떻게 되나?" (B 대령)

"네, 공포탄 2발, 예광탄 3발, 보통탄 12발이 들어 있습니다."(소초병)

"그래? 주변에 민간인 없지? 공포탄 2발은 제거해라"(B 대령)


그리곤 총기를 넘겨받아 전방을 향해 실탄 3발을 발사했습니다. 소초병에겐 쓰고 있던 방탄모를 벗어 옆에서 탄피를 받으라고 지시했습니다. B 대령의 지시가 이어집니다.


"너도 이런 경험 해 봐야 하지 않겠어? 초소에서 총을 쏠 기회는 거의 없어."


근무병 2명은 지시에 따라 각각 실탄 3발과 2발을 발사했습니다. 그 와중에 탄피 1개를 분실해 일대를 수색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B 대령은 "어쩔 수 없다"며 초소를 떠났습니다.


자칫 인명사고가 날 수 있는 상식 밖의 행동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드러났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국방부 자료를 통해 B 대령의 '갑질 퍼레이드'를 몇 건 더 공개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부대 부사관에게 본인 아들을 위한 관사 내 축구 골대 제작과 가족들이 사용하는 골프연습장의 보수작업을 지시했다."


"처제 가족까지 동반해 부대 운전병이 운전하는 관용차량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장염에 걸린 애완견이 민간 동물병원에서 치료비 200만 원이 든다 하자 군의관에게 직접 치료를 지시했다. 애완견은 (병사들이 쓰는) 의무대 진료 침대에서 6일 동안 수액 처방 등 입원 치료를 받았다."


수도군단은 B 대령의 '음주 실탄 사격' 두 달여 후인 지난해 8월 중순쯤 징계위원회를 열었습니다. 결론은 보직 해임과 3개월 감봉. 하지만 진급에 상관없는 경징계 덕택에 B 대령(진)은 지난해 10월 '진'(進)을 떼어버리고 대령으로 '무사 진급'했습니다. 당시 이철희 의원은 "군 당국이 해당 지휘관의 음주 실탄 사격과 부대원을 상대로 한 각종 갑질 행태를 알고도 솜방망이 징계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B 대령은 이후 A 군단 정보참모로 보직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최근 "B 대령이 또 보직 해임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부사관 2명으로부터강요·모욕죄 혐의로 각각 고소를 당해 다시 징계 절차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이번엔 국회 국방위 소속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의 레이더망에 걸렸습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고장 난 관사 난방시설, 블라인드, 문 손잡이 따위를 고치도록 했다"


"개인적인 택배 심부름을 시키고, 의무대 처방약을 받아오게 했다"


소장을 낸 부사관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B 대령의 갑질은 여전했다고 합니다. 자질구레한 심부름으로 자신들을 '따까리'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또 간부 회의 때 특정 부사관을 지목하며 "하사 XX가 일을 똑바로 못해서 내가 욕을 먹게 하느냐"고 폭언과 욕설을 하기도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물론 사실관계는 앞으로 있을 징계위원회와 법적 다툼을 통해 밝혀질 것입니다. '강요죄'는 폭행이나 협박의 수단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범죄 구성 요건이 성립할지도 법리적으로 다퉈봐야 할 사안입니다. 그러나 군 당국이 애초부터 제대로 대처를 했다면 이런 일이 재발했겠느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육군 제2작전사령관 박찬주 대장 부부의 '갑질 사건'으로 지난해 9월 공관병 제도가 폐지됐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 일부는 여전히 '부사관'으로 계급만 바꿔 운영되고 있습니다.


돈 안 들이고 부하들을 개인 비서나, 심부름꾼 정도로 부리는 군의 '따까리 문화'를 바꾸지 않은 한 또 다른 '갑질 지휘관'은 언제든 다시 등장할 것입니다. 황영철 의원은 "하급자에 대한 고위 장교의 갑질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한 처분이 내려질 때 군의 기강이 바로 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현택기자 (news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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