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69289


'반찬 셔틀' 덕분에 북측 대사관에 초청받았습니다

아시안게임서 단일팀 지원한 인연... 주인도네시아 북측 대사관에 남측 민간인 최초로 방문하다

18.09.05 15:21 l 최종 업데이트 18.09.05 15:21 l 글: 박준영(disciple0411) 편집: 김예지(jeor23)


"우리 대사관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필요한 일이 있을 때면 언제든 방문해 주십시오."


주인도네시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관의 안광일 대사가 자카르타 통일 위원회 위원들과 헤어지며 말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은 금메달 한 개, 은메달 한 개, 동메달 두 개를 획득하며 선전했다. 남북 단일팀이 짧은 훈련기간에도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외신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스포츠로 하나 된 남과 북을 본 많은 이들이 감동받았다. 단일팀을 이뤄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선수들과 코치들도 헤어지며 눈물을 보일 만큼 단일팀은 대회 기간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살고 있는 남과 북 교민들에게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의 단일팀 결성은 큰 관심거리 중 하나였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재외동포 한인 시민단체인 '416자카르타촛불행동'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 응원을 위해 '한반도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을 염원하는 자카르타 시민 위원회(자카르타 통일 위원회)'를 결성하고, '자카르타 평화 서포터즈'를 조직했다.


남북 공동 응원단을 만들기 위해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신고서'를 내고 북측 대사관과 여러 차례 협의했다.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 위원회' 등 국내 유관 단체들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마침내 대회가 시작되고 '자카르타 평화 서포터즈'는 북측 교민 응원단과 남북 공동 응원단을 꾸려 여자농구 단일팀 경기를 응원했다.


이후 국내에서 온 '원코리아 응원단'과 전세계 재외동포 한인 시민단체 연대체인 'S.P.Ring 세계시민연대' 등이 함께하며 남북 공동응원단의 규모는 더 커졌다. 남북 공동응원단은 모든 경기에서 응원을 주도했다. 한반도기가 그려진 응원 도구를 나눠 들고 같은 구호를 외치며 우리 선수들을 응원했다.


같이 응원하고 간식 나눠먹고... 꿈만 같던 시간이 끝났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농구 단일팀을 응원하는 남북공동응원단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농구 단일팀을 응원하는 남북공동응원단 ⓒ 박준영


남북 공동응원단은 여자농구 단일팀의 일곱 경기를 모두 응원하며 아주 가까워졌다. 처음엔 어색하고 꼭 필요한 얘기만 나눴지만, 이후에는 서로 가져온 간식도 나눠먹고 농담도 주고받았다. 결승전에서 티켓을 구하지 못한 남측 응원단의 입장을 북측 대사관에서 도와주기도 했다(관련 기사 : 티켓 15장의 기적, 남북응원단은 마지막까지 '하나'였다). 그동안 우연히 마주쳐도 아무 말 없이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자카르타의 남북 교민들이 대회기간 보름 동안 2~3일 간격으로 만나며 가까워진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자카르타 통일 위원회는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남북 단일팀 경기 응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했다. 단일팀 선수들과 북측 선수들이 입국하는 날 공항에 환영 인사를 나갔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카르타 평화 서포터즈는 아이스박스에 반찬을 가득 담아 선수촌으로 가져갔다. 여자농구 단일팀의 북측 '에이스' 로숙영 선수가 음식을 받기 위해 직접 마중 나왔다. 대회 중에 선수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는 것 같았다. 직접 마중 나온 그 마음이 고맙고 미안했다.


특히, 자카르타 통일 위원회는 북측에서 아시안게임 지원을 위해 자카르타에 나와 있던 '해외동포 옹호 위원회' 리경식 부국장과 만나 이후 민간 차원의 교류에 대해 협의했다. 리 부국장은 본국에 돌아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이루어지는 남과 북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꿈만 같았던 대회 기간이 모두 끝나고, 아쉬운 마음을 쉽게 달래지 못하고 있을 때, 북측 대사관에서 연락이 왔다. 선수단에 챙겨준 반찬을 담아갔던 아이스박스를 돌려주고 싶으니 대사관에 방문해달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 안광일 대사가 자카르타 통일 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하고 앞으로의 교류 협력에 대한 논의해보자고 했다.


'손 맞잡은 문재인-김정은' 사진이 걸려있던 대사관

 

 인도네시아 북측 대사관 내부 모습

▲  인도네시아 북측 대사관 내부 모습 ⓒ 박준영


절차적 문제에 대해 우리 대사관과 협의한 이후 자카르타 통일 위원회는 지난 4일 오후 북측 대사관을 방문했다. 남북 공동 응원단에서 옷을 맞춰 입고 함께 응원했던 사람들이 자카르타 통일 위원회를 맞아주었다. 대사관 담당자는 자카르타 통일 위원회가 북측 대사관을 방문한 첫 남측 민간인이라 했다. 자카르타 통일 위원회는 여자농구 단일팀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천을 기념품으로 전달했고, 북측 대사관에서는 개성 인삼차와 자개 수납정리함을 선물했다.


약 한 시간 동안 이뤄진 대화에서는 이번 남북 공동 응원단 활동을 하며 서로 느낀점을 얘기했고, 앞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이루어질 남북 교류협력 방향에 대해 의논했다. 또한 S.P.Ring 세계시민연대와 여러 도시에서 함께 진행할 수 있는 해외 교류협력 사업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서로가 생각하는 교류 협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것이 이루어질 날에 대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럽고 행복했다. 무엇보다 진행하려는 교류 협력 사업의 취지에 서로 깊은 공감을 하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북측 대사관의 안광일 대사는 이번 남북 공동 응원단과 현재 논의 중인 교류 협력 사업이 4.27 판문점선언 덕분이라고 했다. 북측 대사관 입구에도 판문점선언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또한 안 대사는 이번 사업이 빠른 시일 내에 쉽게 성사되진 않겠지만 우리가 함께 선을 추구하다 보면 반드시 일이 성사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우리는 항상 열려있습니다, 언제나 방문하십시오"

 

 인도네시아 북측 대사관에 방문한 자카르타 통일 위원회 위원들이 안광일 대사와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인도네시아 북측 대사관에 방문한 자카르타 통일 위원회 위원들이 안광일 대사와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박준영


더 오랜 시간 이야기 나누고 싶었지만, 북측 대사관의 바쁜 업무로 인해 기념촬영을 하고 헤어졌다. 헤어지기 전 인사를 나누며 안광일 대사는 이렇게 전했다.


"우리 대사관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필요한 일이 있을 때면 언제든 방문해 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선언에서 '이제 우리는 결코 뒤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우리가 뒤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만나야 한다. 누군가는 '만남이 통일이다'라고 얘기했다.


416자카르타촛불행동의 자카르타 통일 위원회는 남과 북이 같은 민족이고 하나라는 것을 함께 만남으로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눈을 마주치고 손을 맞잡으며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마침내 하나 되기 위해 우리는 만나야 하고, 우리가 만나는 것이 통일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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