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80916080004146


"차라리 알파고 판결로".. 대한민국, 사법부에 분노한 한 주

장영락 입력 2018.09.16. 08:00 


13일 오전 서울 대법원 앞에서 열린 ‘참단한 사법부 70주년, 사법적폐 청산하라-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구속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오전 서울 대법원 앞에서 열린 ‘참단한 사법부 70주년, 사법적폐 청산하라-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구속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국민들이 3권 분립의 한 축이라고 자임하는 사법부의 어처구니 없는 행태에 분노를 표출할 수밖에 없는 한 주를 보냈다.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의 조직 비호 의혹부터 성추행 사건 판결로 비롯된 불공정한 양형 논란까지, 이어지는 각종 의혹에 대한민국 사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크게 추락하는 모양새다. 사법부의 이같은 행태에 시민들은 법관 선출제와 같은 다양한 개혁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사법부 잇따른 영장기각, ‘셀프’ 면죄부?


이번 주 공개된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의 법원 행태는 충격적이었다. 사건에 연루된 전직 법관이 퇴직 후 기밀자료를 불법 반출한 혐의를 받은 것은 물론, 법원은 이들에 대해 청구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잇따라 기각했다. 특히 법원이 심리를 사흘이나 끌며 영장을 기각한 끝에 전직 대법원 연구관이 해당 자료를 모두 파기하는 믿기 힘든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 대법원이 지난해 공개한 ’2017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청구된 압수수색 영장 18만여건에 대해 영장이 발부된 비율은 89.2%로, 90%에 가깝다. 반면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전현직 판사들에게 청구된 22건의 압수수색 영장 가운데 발부된 것은 2건에 그쳤다. 발부·기각 비율이 역전된 것이다. 압수수색을 포함한 전체 영장 청구 208건에 대한 법원 기각률 역시 90%에 가깝워, 통계적으로 볼 때 사소한 이변으로 치부하기 힘든 수치임이 확인된다.


이번 주 국회에서 진행된 신임 헌법재판관, 헌법재판소장 청문회에서도 해당 문제가 화두가 됐다. 그러나 김기영 재판관 후보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모두 관련 질의에 “해당 판사가 잘 판결했을 것”이라는 답변만을 내놨다. 이들은 통계적 특이성을 인정하면서도 ‘내 판결이 아니니 말을 못하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청문회에서 사법개혁 의제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말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과 회의 도중 거친 말을 주고받았다. 판사 출신인 여 의원이 사법개혁에 대한 질의를 제지하는 행동을 취했기 때문이다. 여 의원은 공연히 질문을 막아 사법부의 ‘제식구 감싸기’ 의혹에 불을 붙였다.


◇ “제멋대로 형량”, 형사재판 논란


아내의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크게 논란이 된 한 남성의 성추행 사건 재판에 대한 의혹도 한 주 내내 이어졌다.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이 남성은 재판에 증거로 제출된 CCTV영상에서 추행 행동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특히 공개된 판결문에서 판사가 피해자 진술에 크게 의존한 것이 뚜렷해 논란이 확산됐다. 법원 측이 뒤늦게 피의자가 범행을 끝까지 부인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했다고 밝히면서 비난이 폭발했다. 현행 형법상 양형 기준에 맞는지 의심스러운 의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같은 판사가 이전에 내린 판결과의 일관성도 없다는 것이 밝혀져, 해당 판사를 징계하라는 청와대 청원이 등록되기도 했다.


◇“법관도 직접 뽑자”


이처럼 사법부의 비이성적 행태에 대한 비판은 여러 형태로 쏟아지고 있다. 사법개혁을 국정과제로 삼은 여당은 물론 보수 야권에서도 사법부의 자기 비호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사법부 개혁을 요구하는 게시물이 수십 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는 “판사들 전부 자르고 알파고로 판결하자”는 자조 섞인 한탄도 보인다. 미국과 같이 지방판사, 지방검사장은 주민 직선으로 뽑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방법이 어찌됐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의 전횡을 내부 자정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 국민들의 공통된 인식으로 보인다. 판사가 ‘법 감정과 판결 사이의 괴리’ 운운하면 문제가 적당히 무마되던 시대는 지난 것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수립된 현 정부 한국 사회 구성원의 요구와 기대는 그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질문이 날이 갈수록 격렬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영락 (ped1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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