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87421&PAGE_CD=N0120  

'KTX 민영화' 부르짖는 국토부, 이래도 할 겁니까
[주장] '코레일 독점이 부실 낳았다'는 국토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12.01.21 17:08 ㅣ최종 업데이트 12.01.21 17:08  현영천 (hyc4122)

▲ KTX 승강장 모습 ⓒ 유성호

지난해 말부터 논란을 일으켜왔던 일부 고속철도 민영화와 관련 정부와 코레일(한국철도공사) 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지난 11일 국토부가 '113년간의 코레일 철도독점, 이제는 국민의 힘으로 끝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해명자료를 냈다.
 
이 해명자료에서 국토부는 "113년간 코레일 철도독점이 계속되고 있다"며 "저렴·편리·안전한 철도서비스를 위해 철도사업법에 따라 민간에게 고속철도 운송사업 면허를 부여하여 코레일과 경쟁시키겠다"고 밝혔다.
 
한국철도공사 국제철도연수센터장인 내가 봤을 때, 국토부의 이 해명 보도자료는 실제적 진실과 상당히 동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불행하게도 국토부의 주장과 달리, 철도는 113년 동안 철저하게 방치되어 왔다.
 
우리나라 철도는 1899년 개통된 노량진 제물포간의 경인선(33.2km)을 시작으로 일제강점을 거쳐 해방 이후 1963년 9월 교통부 산하 철도청 조직으로 발족됐다. 그 이후 지금까지 50여 년간 정부는 도로부문과 비교했을 때, 철도부문에 대한 투자에 인색했다.
 
1960년 당시 3062km였던 영업노선은 2008년 3381km로 약 10%인 300km 증가된 반면, 도로 부문은 1960년 2만7169km에서 2008년엔 280%가 증가된 10만4236km로 확장됐다. 단순한 계산이지만, 이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철도'가 코레일에 독점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특히 적극적 투자나 개량 없이 이용만 했으면서, 코레일이 이익을 누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국토부의 주장대로 누가 독점을 누렸는지 먼저 따져보자. 2005년 철도청이 공사로 전환될 때까지는 철도청이 국가기관이었으므로 '독점기업'이 아니라 '국가독점사업'이었고 그것은 국가수송정책의 일환이었다. 물론 철도공사가 반사적 이익을 누렸다고 볼 수는 있으나 독점하려고 한 적은 없다는 말이다. 독점 혜택을 누렸다면 가난했던 시절 안전하고 필수적이었던 열차를 저렴하게 이용했던 서민이었지 철도공사는 아니었다.
 
다만, 코레일이 2004년 이후 현재까지 약 7년간 독점적으로 고속철도를 운영해왔고 이 노선에 한해서는 흑자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코레일이 공기업으로서 독점의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할 것이 아니라, 경영을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야 할 일 아닌가.
 
국토부는 공항철도 사례를 벌써 잊었단 말인가
 
국토부는 이 해명자료에서 "코레일과 민간 운영자는 고객유치를 위해 원가를 절감하고 경쟁을 해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KTX 요금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이다. 경부고속철도에 비해서 이용객 규모가 적은 소규모 시장에 민간기업이 참여한다면, 요금 인하 등 기대효과가 발생할까? 철도운영을 위해서는 차량구입 또는 리스, 운영요원, 신호시스템, 장비유지보수, 승차권 발매시스템, 기관사, 승무원, 차량, 시설 등 전문 직원, 안내요원훈련 채용, 선로사용료 지불 등 끝이 없는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야 된다. 더구나 철도산업은 바로 수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복수 사업자가 있다면 출혈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고, 결국엔 그것이 고객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서비스질 저하, 요금인상, 대형 안전사고 등 국민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것인가?
 
수익이 나지 않으면 민간 참여자들은 정부의 혜택을 기대할 것이고, 그것이 이미 많은 민간사업자 참여 사업 사례에서 봤듯이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될 것이다. 그러므로 무임승차 기업들의 진출을 막아야하고 그것이 또 하나의 특혜로 점철되게 해서는 안 된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적자로 몸살을 앓던 공항철도를 철도노조의 강한 반대에도 국토부의 지시로 한국철도공사가 인수하지 않았는가? 이 경우 공항철도를 운영했던 특정 재벌기업은 손해를 보지 않았다. 정부가 손해를 보전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기업은 손해 보지 않고 그 손해는 국민의 부채가 된 사례는 무수히 많다. 고속철도 일부 민영화도 그렇지 않으리라고 누가 보장할 것인가?
 
현재 한국철도공사가 흑자를 내면서 잘하고 있는 사업에 국가 자본을 더욱 투자해서 안전한 철도여행이 되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정책 방향이다. 더이상 제3의 운영회사가 진입하면서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낭비를 해서는 안 된다.
 
관제운영은 전자시스템이 하는 것이 아니다
 
▲ 정부가 지난해 12월 27일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서 KTX 수서~부산, 수서~목포 노선 운영권을 민간사업자에 넘긴다는 계획을 밝혀,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2014년 완공 예정인 수도권 고속철도 수서역 조감도다 ⓒ (주) 종합건축사사무소 근정
 
국토부는 "독점이 깨지면 철도가 더욱 안전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현재 철도공사가 맡고있는 철도운영에 관한 관제권을 국토부 혹은 시설공단이 가져간다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 이다. 관제운영은 전자시스템이 하는 것 같지만 중요한 핵심은 관제요원들이다.
 
철도는 100년 이상의 역사와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며 숙련된 관제사들이 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관사, 역무원 등 현장을 잘 아는 사람들이 현장과 상호 교신하면서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관제사는 철도훈련을 통해서 양성될 수 있다. 그런데 철도조직과 동떨어진 국토부나 시설공단에 관제권을 갖는다면 어떻게 될까? 철도현장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철도의 안전을 맡길 수는 없다. 안전 확보는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이 직결된 문제이며 국민의 고귀한 생명을 가지고 실험해서는 안 된다.
 
국토부는 또 "코레일의 영업적자와 누적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민간기업에 고속철도를 개방하면 마치 철도공사의 수천억의 영업적자와 누적 부채를 감소할 수 있을 것처럼 주장한다.
 
그러나 국토부 주장과 달리 민영화될 경우, 부채와 영업적자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업적자의 대부분은 고속열차가 아닌 서민들이 이용하는 무궁화호, 새마을호의 운영으로 발생하고 있고, 이것들의 요금 구조 역시 수송원가의 80%에도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의 경우 정부가 철도공사로부터 매년 징수하는 선로사용료는 약 6000억 원이다. 이 김액이 철도공사의  영업적자 5200억 원을 상회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정부가 선로사용료에 대한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공사가 스스로의 힘으로 적자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고속철도에서 발생하는 흑자로 일반철도 적자 및 선로사용료를 보전하면서 경영선진화를 꾀하고 있는 철도공사의 자구노력에도 "부실경영"이라는 국토부의 주장은 올바르다고 할 수 없다.
 
참고로 국토부가 지난 50년간 중점적으로 투자해왔던 도로공사의 2010년 누적부채는 23조이며 2020년 예상 누적부채는 55조라고 한다. 이에 비해 철도공사의 누적부채는 9.7조 원이다. 바보같은 질문이지만, 도로공사의 경영을 효율화하기 위해서도 민영화를 시도할 것인지 묻고 싶다.
 
고속철도 민영화, 철도 전문가들의 의견 들어달라
 
최근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고속철 운영 민간에 개방해야"는 입장을 밝혔다. 코레일과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설공단은 코레일과 통합돼야 한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의 탄생 역시 국토부의 잘못된 정책결정의 산물이라고 보여 진다.
 
영업 km가 3500km도 되지 않은 소규모 철도시장에서 철도운영자와 철도건설자를 구분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다. 철도운영자가 당연히 철도건설, 유지보수를 하는 것이 효율적인데도 이중으로 분리하여 불필요한 비용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유럽의 모델을 비판 없이 수용하여 실시된 잘못된 정책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유럽처럼 하나의 경제공동체에 수많은 국가들이 밀접해 있는 지역에서는 철도운영자와 철도시설자를 구분하는 선로자유화 정책은 타당성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일국가인 한국의 현실은 유럽과 명백히 다르다.
 
철도시설공단이 관제권을 가져가겠다며 또 다른 민간 사업자가 고속철도를 운영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만 보더라도 철도시설공단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안타깝지만 예전에 철도공사와 한 가족이었고 이젠 자기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맹목적으로 고속철도 민간개방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시설공단은 보다 나은 철도안전과 효율성을 위해서 반드시 철도운영자인 철도공사에 통합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시설공단과 철도공사에 근무하는 철도인들의 경쟁력이 확보되고 해외사업진출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토부에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고속철도 민영화는 철도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 결정했으면 한다. 물론 미래 국가의 교통전반에 관한 정책을 결정하고 청사진을 제시하는 국토부의 역할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현장에서 철도를 운영하는 철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정책이 결정되어지기를 기대한다.
 
역에서 밤잠을 설치면서 열차를 연결하고 차량을 점검하고 밤새 선로를 보수하는 등 여러 분야 모든 직원들이 1년 365일 명절을 잊은 채로 봉사하고 있는 철도공사의 현실을 애정의 눈길로 봐줬으면 한다.
 
철도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므로 경영효율화에 앞서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다. 또 일반 기업이 쉽게 진입할 수 없는 거대한 자본과 기술,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 또는 공기업이 담당있는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 단순하게 비용 편익분석이라는 일반기업의 잣대로 볼 수 없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모두 알다시피 우리 KTX는 이제 걸음마단계에서 약간 벗어났다. 지금이야말로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서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신기술을 창조하고 안전운행의 종결자가 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현영천 기자는 한국철도공사 국제철도연수센터장입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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