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3031.html?_fr=mt2


[단독] 김재현 산림청장 “북한 인구밀집 지역 산림 훼손 심각”

등록 :2018-09-20 20:22 수정 :2018-09-20 21:49


방북 뒤 귀국 김재현 청장 인터뷰

“대북제재 부분 국제사회 양해 구해야“

“백두산 가는 길 본 이깔나무 황홀”


김재현 산림청장. 산림청 제공.

김재현 산림청장. 산림청 제공.


남북 정상회담 공식 수행원으로 동행했던 김재현 산림청장은 20일 귀국 직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 밀집지역의 산림이 훼손된 상황이 눈에 띄었다”며 “연료, 식량 문제 등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삶의 문제와 산림 황폐화가 직결돼 있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북한과의 산림협력사업은 구체적으로) 대규모 양묘장보다는 인구밀접지역 거점별로 군 단위 양묘장을 곳곳에 짓는 협력이 적합해보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청장은 “백두산 장군봉까지 가는 길에 본 이깔나무, 자작나무 등이 웅장한 숲을 보며 황홀했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에 남북 정상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에는 경제교류 내용 가운데 하나로 ‘우선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산림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래는 김 청장과의 일문 일답.


―북한의 산림 상황은 어땠나?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보니 인구밀집지역 같은 경우는 경작을 하면서 산림이 많이 훼손돼있었다. 평양 주변부터는 나무 심기를 시작해서 좋아져 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평양에서 좀 떨어진 외곽의 집단취락 시설이 있는 지역 산림은 많이 사라진 상태더라. 오늘은 백두산에 가기위해 삼지연 공항 가는 길에 보니,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고원지역이나 이런 곳은 상태가 무척 잘 보존돼 있었다. 이런 곳은 생태관광을 위한 보존지역으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인구밀집지역에 문제가 많다는 것인가?

“그렇다. 산림 협력 방안이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어떻게 바꾸느냐와도 직결된다. 소득이나 식량, 산림을 영위하는 방식에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결국 에너지나 식량문제가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에너지 정책의 경우, 우리처럼 중앙 집중형보다는, 거점지역별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통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경제인들 양묘장 방문할 때는 동행했나? 양묘장건설 협력도 필요한가?

“동행했다. 인민군이 운영하는 122호 양묘장을 방문했는데 50㏊(헥타르)에 주변이 150㏊ 정도로 굉장히 큰 규모였고 기술적으로도 앞서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생산된 묘목들이 현지에 잘 심어지고 관리되는지가 문제다. 묘목을 옮기고 나무를 심고 정착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주는 것, 여기 더해 재해예방 부분까지 생겨나야 전체 시스템이 된다. 양묘장은 있는데 그런 시스템이 잘 돼있는지는 의문이었다. 우리가 협력 할 수 있는 건 그런 대규모 양묘장보다는 지역의 인구밀접지역 거점별로 군 단위 양묘장을 곳곳에 짓는 정도가 적합하지 않을까 고민을 해봤다. 이번에 함께 양묘장을 방문한 최태원 에스케이(SK)회장이나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 경제인들도 산림 산업이 당장 이익은 남지는 않더라도 길게보면 탄소배출권 문제 등과도 연결된 사업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보이더라. 당장 각 기업이 투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만큼 산림청이 민간기업도 진출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북 당국자들도 산림협력을 강조하는 분위기이던가?

“산림에 대해서는 북한 당국자들이 빨리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다만 인식의 차이는 있다. 국제제재 부분이다. 북쪽은 산림은 인도적·환경적 차원이니 일단 시작하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앞서 말한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재료나 자본 투입이 재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 현실적인 여건이 있다. 인도적인 차원, 환경적 차원에서 의미가 있는 산림 산업에 대해서는 단순히 묘목 전달만이 아닌 시스템을 정비하는 부분까지 포괄적으로 제재가 해제되기를 바란다. 단순히 묘목만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성과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무엇보다 황홀했던 건 백두산이다. 북한에서 올라간 백두산은 너무 황홀했다. 삼지연 공항에서 장군봉까지 40km 정도 되는데 그 사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이깔나무를 봤다. 우리나라에는 일본산만 남아있는데 백두산에 토종이 있다. 그 나무를 봐서 너무 행복했다. 자작나무랄지, 분비나무들이 고도에 따라 달리 있는 걸 보면서 고원지대의 백두산 숲이 너무 웅장해서 한반도를 품을만큼 웅장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