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9202207001&code=940301


문건유출 유해용 구속영장 기각…검찰, ‘기각을 위한 기각사유’ 반발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입력 : 2018.09.20 22:07:00 수정 : 2018.09.20 23:32:34 


대법원 기밀문건을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20일 오전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안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기밀문건을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20일 오전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안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청구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52·현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20일 기각됐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의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이미 증거도 인멸했다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법원은 압수수색영장에 이어 구속영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의 ‘양승태 대법원’에 대한 강제수사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유 전 연구관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직권남용, 절도 등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 판사는 기각 이후 이 혐의들에 대한 기각 사유와 판단 근거를 제공했다.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잇단 영장 기각으로 고조된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검찰은 ‘장문의 기각사유’에 대해 “어떻게든 구속사유를 부정하기 위해 만든 ‘기각을 위한 기각사유’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허 판사는 유 전 연구관이 작성을 지시하고 편집한 문건에 “상고사건의 통상적인 처리절차 등의 일반적 사항 외에 구체적 검토보고 내용과 같이 비밀유지가 필요한 사항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유 전 연구관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장들로부터 수만건에 이르는 재판 관련 보고서, 판결문 초고 등을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아오게 해 퇴임 후 이를 무단 반출한 혐의를 받았다.


유 전 연구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인 김영재·박채윤씨 부부의 특허소송 자료를 특허법원에서 전달받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도 적용됐지만 법원은 구속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허 판사는 유 전 재판관이 “문건 작성시기인 2016년 3월 경에 이른바 ‘비선실세’로서 전직 대통령의 미용성형시술을 해주던 사람의 회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했다. 


허 판사는 검찰이 적시한 피의 사실 중 “변호사법위반의 점을 제외한 나머지는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등 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존재하므로 위 피의사실과 관련된 문건 등을 삭제한 것을 들어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유 전 연구관은 2014년 2월~2017년 2월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과 수석재판연구관(차관급)을 지내면서 관여했던 숙명여대의 ‘변상금부과처분취소’ 소송을 지난 3월 변호사 개업 후 수임했다. 사건은 원고인 숙명여대가 1·2심에서 승소한 후 피고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상고해 대법원이 2014년 11월11일 접수했다. 3년반 넘게 결론이 나지 않다가 지난 6월11일 유 전 연구관이 원고 대리인 소송위임장을 낸 후 17일만인 6월28일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이 확정됐다. 허 판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두고도 “공무원으로 재직 당시의 피의자의 직책·담당업무의 내용 등에 근거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이 부분 관련 증거들은 이미 수집되어 있는 점 및 법정형(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감안할 때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기각 직후 “그간 영장판사는 재판 관련 자료에 대해 ‘재판의 본질’이므로 압수수색조차 할 수 없는 기밀 자료라고 하면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해 왔는데, 오늘은 똑같은 재판 관련 자료를 두고 비밀이 아니니 빼내도 죄가 안된다고 하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피의자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담한 방식으로 공개적으로 증거인멸을 하고, 이에 대해 일말의 반성조차 없었던 그간의 경과를 전국민이 지켜본 바 있음. 이런 피의자에 대하여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고 명시하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사법농단 사건에 있어서는 이런 공개적, 고의적 증거인멸 행위를 해도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했다. 


검찰은 이번 달 유 전 연구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세 차례에 걸쳐 청구했지만 법원은 검찰이 확보하려고 했던 새로운 자료에 대한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그 사이 유 전 연구관은 갖고 있던 대법원 문건을 파쇄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도 훼손했다. 


앞서 유 전 연구관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나와 취재진에게 “법정에서 모든 걸 말씀드리겠다”고 말하고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았다. 유 전 연구관은 영장심사가 끝난 후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다가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귀가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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