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78599.html


로비창구 전락한 양승태 행정처, 의원들과 ‘추악한 뒷거래’

등록 :2019-01-16 12:50 수정 :2019-01-16 16:09


‘재판 민원’ 통해 드러난 입법-사법부 유착

행정처, 상고법원 입법 총력전, 국회의원들 분류해 전방위 로비, 의원들 민원 들어주며 집중 설득 

행정처 문건, 전병헌 전 의원 지목 “개인 민원으로 법원에 먼저 연락” 보좌관 항소심 양형 검토해줘 

20대 국회서도 상고법원 불씨 살리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 받던 노철래·이군현 양형검토 문건 작성



검찰이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추가로 기소하며 밝힌 ‘전·현직 여야 정치인 4명의 재판 민원 처리’ 혐의는 그 자체로 헌정 질서를 어지럽히는 충격적인 범죄라고 할 만하다. 헌법상 엄격하게 서로 독립돼야 할 사법부와 입법부의 추악한 뒷거래가 비교적 자세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입법-사법 유착 로비’가 더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2015년 정기국회를 ‘상고법원 입법 총력 기간’으로 선포하고 국회에 집중적인 로비를 했다는 사실은 지난해 대법원이 공개한 행정처 문건 등을 통해 윤곽이 드러난 바 있다. 앞서 2014년 12월19일 여야 의원 168명이 참여한 상고법원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었다. 검찰이 “임 전 차장이 재판 민원을 들어줬다”고 밝힌 19대 국회의원(서영교·전병헌·노철래·이군현) 가운데 서영교 의원과 전병헌·노철래 전 의원이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행정처 기획조정실은 상고법원 법안 발의에 성공하기 두달여 전인 2014년 10월 ‘상고법원 공동 발의 가능 국회의원 명단 및 설득 전략’ 문건을 만들었다. 행정처는 ‘공동 발의 가능 국회의원’으로 △역대 법제사법위원회 출신 국회의원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 △법원행정처 전·현직 실·국장과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 △다른 의원 설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영향력 있는 국회의원으로 구분했다. 이어 공동 발의 전략으로 “정당, 직역 이해관계, 정치적 입장, 지역구 등에 따른 개인적 입장에 맞는 전략 수립 및 설명자료 작성”을 세우고, “향후 국회의원별 전담 실·국장을 배치해 개별 접촉 및 설득”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서영교 의원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법사위원, 노철래 의원은 여당인 새누리당 법사위원이었다. 전병헌 의원은 2013~14년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맡은 데 이어, 2015년에는 당 최고위원이었다. 이군현 의원은 2014~15년 여당 사무총장을 맡았다. 행정처 기준에 따르면 집중적인 로비 또는 설득 대상이었던 셈이다. 문건에는 노철래 의원을 콕 짚은 뒤 ‘상고법원이 재판받을 권리와 관련해 위헌 소지가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다소 부정적인 국정감사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집중적인 설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행정처가 국회 파견 판사를 통해 서영교·전병헌 의원의 재판 민원을 접수한 2015년 4~5월은 정기국회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2014년 12월 공동 발의에 성공한 상고법원 법안을 어떻게든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인지 행정처가 2015년 3월 작성한 ‘법사위원 접촉 일정 현황’, 5월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대국회 전략’ 문건의 내용은 더 노골적인 정치권 로비 방안을 담았다. 상고법원에 찬성·반대·유보 입장에 따라 국회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을 분류하는 한편,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야 지도부와 ‘거점 의원’을 공략하는 방안을 세웠다. 새누리당 내 친박계와 비박계, 새정치민주연합의 친노무현계와 비노무현계까지 나눠 ‘맞춤형 접촉 루트’를 찾으려 애썼다. 이 시기 작성된 문건에는 전병헌 전 의원을 지목해 “최근 개인 민원으로 법원에 먼저 연락했다. 민원이 해결될 경우, 이를 매개로 접촉·설득을 추진한다”고 적혀 있다. 전병헌 전 의원은 지난해 7~8월 민원 의혹이 불거지자 “먼저 (행정처에) 전화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2016년 5월 19대 국회가 끝나면서 2014년 12월 말 발의된 상고법원 법안은 자동폐기됐다. 하지만 양승태 대법원은 포기하지 않고 상고법원 입법을 되살리기 위한 불씨를 찾아나선 것으로 보인다. 행정처는 2016년 7월 ‘제20대 국회의원 분석’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만들기도 했다. 다만 이후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며 상고법원 도입은 수포로 돌아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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