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81915.html?_fr=mt2


‘삼성 노조 와해’ 협력한 경찰관 “삼성, 돈 조금 줘…추잡스럽다”

등록 :2019-02-13 09:50 수정 :2019-02-13 18:07


하아무개 전 경남 양산경찰서 정보과장 12일 법정 진술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2014년 5월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승리를 기원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염호석씨 영정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2014년 5월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승리를 기원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염호석씨 영정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 계장으로부터 ‘삼성 추잡스럽다. 오라 해서 갔더니 (돈을) 조금밖에 안 줬다. 이걸로 회식을 하면 되겠다’는 말을 들었다. 삼겹살집에서 한차례 (회식을) 한 적 있다. 또 김 계장이 옷 한벌 맞춰 입자고 해서 그렇게 한 사실이 있다.”


삼성의 노조 와해 공작에 협력하고 뒷돈 1천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하아무개 전 경남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쪽이 지난 12일 법정에서 한 말이다. 앞서 검찰은 2014년 노조 파괴 횡포에 맞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염호석(당시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 분회장)씨의 주검 탈취 과정에서 삼성 쪽 편의를 봐주고, 그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하 전 정보보안과장과 김아무개 전 정보계장을 기소했다.


정식 재판에 앞서 열린 1차 공판준비절차에 하 전 과장의 변호인은 주검 탈취 관여 등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하 전 과장이 아닌) 김 전 계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돈을 받은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계장 쪽은 ‘하 전 과장과 공모해 1천만원을 챙겼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죄가 되는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 전 과장 쪽은 “김 전 계장이 부하 직원이지만 입사 동기에 나이도 많아 사적으로 누구를 만나는 것을 터치하지 않았다”며 “(나중에 돈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함께 삼겹살 먹고 옷을 맞췄다”고 했다. 직속 부하가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은 ‘범죄’를 대수롭지 않게 넘긴 사실을 은연중 드러낸 것이다. 정보과 직원들도 삼성에서 받은 돈으로 회식하고 팀원 전원이 양복을 맞춰 입었지만, 그중 누구도 돈의 출처를 문제 삼지 않은 것이다.


13일 검찰 공소장을 보면, 김 전 계장은 염씨가 숨진 이튿날인 2014년 5월18일 새벽 2시 삼성전자서비스 쪽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염씨의 유언과 달리 노조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르도록 염씨 부친을 설득할 수 있는 지인을 소개해달라는 전화였다. 김 전 계장은 ‘새벽 전화’를 받은 직후 염씨 부친과 잘 아는 이아무개씨를 곧바로 ‘섭외’했고, 이런 내용을 하 전 과장에게도 보고했다. 이씨는 같은 날 오전 염씨 부친에게 전화를 걸어 “노조에 장례 절차에 대한 위임장을 써주지 말고 기다리라”고 한 뒤 삼성이 원하는 대로 문제를 해결해줬다. 평소 지역 인맥 등 밑바닥 정보를 꿰고 있는 정보경찰의 ‘정보력’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하 전 과장 쪽은 “염씨 장례가 노조장으로 치러지면 치안 부담이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노사 갈등=치안 부담’이라는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삼자에 불과한 경찰이 그동안 기업 쪽 입장에서 노사 문제에 개입해왔다는 비판과 궤를 같이하는 인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주재하는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도 정보경찰 개혁 논의가 주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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