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0721233617902


[저널리즘토크쇼J] 친일 비판에 꿈쩍 않는 조선·중앙의 역사관

KBS 입력 2019.07.21. 23:36 


[정세진] 안녕하십니까?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하실 분들 소개해드립니다. 저널리즘 전문가죠, 정준희 교수입니다.


[정준희] 안녕하세요? 정준희입니다.


[정세진]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 씨 함께합니다.


[최욱] 오늘 학생의 마음으로 함께하겠습니다. 최욱입니다.


[정세진] 좀 더 강해야 할 텐데요, 강유정 한영문화콘텐츠 교수님 나오셨습니다.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정세진] 안톤 숄츠 기자 초대했고요.


[숄츠] 안녕하세요?


[정세진] 지난주에 이어서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님 초대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전우용] 안녕하세요? 전우용입니다.


[최욱] 지난주에 제가 학생의 마음으로 함께하면서 무릎을 여러 번 치지 않았습니까? 그 이후로도 언론 보도는 변화가 별로 없더라고요. 굉장히 다양한 논조들이 나오고 있는데 오늘은 진짜 완전히 그거를 좀 정리를 해주고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전우용] 제가 무능해서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최욱] 고맙습니다.


[정세진] 오늘 <저널리즘 토크쇼 J> KBS 1TV, myK, pooq,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정세진] 오늘도 한일 관계에 관련해서 보도들 좀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지난 17일이었죠. 청와대가 일본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일본판 기사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 화면 잠시 보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2019년 7월 17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


[고민정/청와대 대변인] 조선일보는 7월 4일 <일본의 한국 투자 1년새 –40%… “요즘 한국 기업과 접촉도 꺼려”>라 는 기사를, <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의 투자를 기대하나?>로, 7월 5일 <나는 善 상대는 惡? 외교를 도덕화하면 아무것도 해결 못해>라는 기사를, <도덕성과 선악의 이분법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로, 7월 15일 <‘국채보상’ ‘동학운동’ 1세기 전으로 돌아간 듯한 청와대>를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국민의 반일감정에 불을 붙인 한국 청와대>로, 원 제목을 다른 제목으로 바꿔 일본어판으로 기사를 제공하기까지 했습니다.


현재에도 야후재팬 국제뉴스 면에는 중앙일보 칼럼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른다>, 조선일보 <수출 규제 외교장에 나와라>, <문통 발언 다음 날 외교가 사라진 한국> 이러한 기사가 2위, 3위에 랭킹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일본 국민들이 한국어 기사를 일본어로 번역해 올린 위의 기사 등을 통해서 한국 여론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정세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서 조선·중앙일보 기사를 일일이 열거하면서 비판하고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청와대의 브리핑 내용, 어떻게 보십니까?


[전우용] 오죽했으면 이렇게 지금 일본과 상대하고 있는데 뒤에서 자꾸 칼을 찌르고 있는 거잖아요. 칼을 찌르고 있거나 아니면 발목을 잡고 있거나. 이런 상황에 대해서 답답해서 나온 대응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볼 때는 언론사 기사 하나하나를 짚어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굉장히 이례적인데 그 이례적일 만큼 지금 한국 언론들이 벌이고 있는 상황이 아주 이례적이다라고 저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숄츠] 조선일보 이렇게 보도하는 게 저도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고 생각을 하는데 문제는 청와대 이 테마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어느 정도 이해 하는데 너무 자세히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조금 그런 느낌을 좀 받았어요. 꼭 언제, 누가, 무슨 말 했는지 그 정도는 대변인 꼭 말할 필요성이 있는가. 오히려 한국 언론에서 최근에 이런 말이 많이 나왔다, 이런 거에 대해서 우리 좀 안타깝게 생각하고. 왜냐하면 지금 문제 해결 중인데 이거 확실하게 도움이 안 된다, 그렇게 말하면 충분히 사람들이 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리스팅(listing) 하는 게 조금 아니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정준희] 내용을 자세히 보시면 어떻게 나오냐 하면 이게 단지 그러니까 현재 한국 정부에 대해서 불리한 내용을 알렸다는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에요. 조선일보 등의 일본어판은 기본적으로 야후재팬이라는 포털을 통해서 뿌려지게 되는데 모든 조선일보의 내용이 번역돼서 올려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중에 특정한 기사만 몇 개만 올려요. 그리고 그 기사를 올리는 방식이 어떠냐 하면 일본 사람들, 특히나 일본에서도 극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일본인이 좋아할 만한 방식으로 이른바 취사선택을 하고 마사지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내용이나 제목을 바꿉니다. 그래서 사실은 차라리 조선일보가 보도하는 그런 식의 내용을 일반적으로라도 번역하면 또 모르겠는데 그런 게 아니라 뻔히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고 있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는 거예요. 그거는 여론의 2차적인 왜곡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죠. 심지어 어떠냐 하면 거기에 있는 댓글을 가지고 기사를 만들어내는 이상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 댓글이 이제 되게 부정적인 댓글이 많이 달릴 거 아니에요. 그 부정적인 댓글을 가지고 국내 여론인 양 바꿔서 하는 기사들도 많이 쓰이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게 단순하게 자신의 일본어판을 통해서 똑같은 전달을 하겠다가 아니라 그중에서도 특별한 내용만 귀에 걸리는 방식으로 보도를 하고 있다는 건 그 심각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분명한 문제인 것 같아요.


[최욱] 저는 그냥 직관적으로 만약에 국내 현안이었다면 이렇게 대변인이 언론 하나를 지목하면서 비판하는 게 우리 숄츠 기자처럼 약간 좀 어색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게 외교 문제고 그렇기 때문에 저는 뭐 저런 것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고요. 우스갯소리를 좀 하자면 고민정 대변인이 MC 후배 아니겠습니까? 이 자리를 또 노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정세진] 그 얘기 나올 줄 알았어요.


[최욱] 우스갯소리로 덧붙여 봅니다.


[정세진] 저도 지금 <저널리즘 토크쇼 J>를 보는 줄 알았습니다.


[정세진] 지난 15일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서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결국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한다, 이런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배경에 대해서 여권 관계자의 입을 빌려 “일본이 태도를 바꾸기는커녕 강요를 통해 문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자 강경 기조로 대응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한국은 일본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이 칼럼에서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가 쳐놓은 덫에 빠진 느낌이다. 일본은 정확히 급소를 찌른 반면 우리는 허둥대며 마구 주먹질만 하고 있다. 그제 문 대통령이 결국 일본이 경제적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발언도 사전에 계산된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전우용] 깔려있는 역사관은 기본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같은 맥락의 기사가 계속 나오거든요. 기본 전제는 항상 이거예요. ‘이거는 빨리 끝내고 수습해야 한다’, ‘무턱대고 일단 항복하고 보자’는 논리를 계속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저쪽에서 치밀하게 준비해서 공격했는데 우리는 무슨 대응 방법이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이 자체의 공격과 방어 또는 역공, 이것이 갖는 역사적 맥락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 거죠.


[강유정] 그러니까 이 글은 거의 연역법입니다.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쓰는데요. 제일 첫 줄을 보면 “한국 실무단을 홀대하는”, 또 홀대 나오죠. “일본을 보며 22년 전 쓰라린 기억이 떠올랐다”인데, 제일 마지막에 보면 어떻게든 “물밑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라는 것이 결론이에요. 계속해서 누군가를 보내라, 실무 협상을 하라고 했지만 갔으나 그러니까 굉장히 잘했다, 우리 좀 더 잘해보자라는 게 아니라 갔더니 홀대했다고 또 일본의 편을 들어서 얘기를 하고 있죠. 일본 편에서. 제목은 <“한국은 일본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해서 지일(知日)파 양성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종일(從日: 친일을 넘어 일본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일본을 따라야 하지, 일본을 알아야 한다는 논리가 아니고요.


[정준희] 이 제목은 <“한국은 일본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하면서 따옴표를 달아놨잖아요. 이분의 말은 아니고 인용한 말이에요. “박정진 일본 쓰다 주쿠대 교수의 지적이다”라고 하면서 상당수의 내용을 이분의 내용을 인용을 했죠, 물론 자기 생각하고 똑같으니까 인용을 했겠죠. 그런데 저는 원래 이 말을 하셨던 분들이 일본을 얼마나 잘 알아서 이런 얘기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고. 게다가 그걸 인용하는 분이 일본을 얼마나 잘 알아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일단 잘 모르겠어요. 예를 들면 숄츠 기자가 한국에 꽤 오래 살았고, 그렇죠. 그렇지만 독일에 가서 나는 한국을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숄츠] 그렇게 말할 수 없죠.


[정준희] 그렇죠, 특정 부분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을 뿐이잖아요. 이와 같은 건 상당히 오만한 거예요. 일본을 굉장히 잘 아는 누군가가 있고 그거는 자기들이라고 하는 식의 근거 없는 어떤 주장들을 펼치고 있으면서, 자신의 논리는 따라서 일본을 잘 알기 때문에 올바른 결론이라고 자동으로 내려버리는 그런 식의 이상한 어법을 쓰고 있는 거고요.


[전우용] 안중근 의사 의거가 있던 다음에 한국 내에서 이게 “시세의 대일을 모르고.” 똑같아요. 그러니까 일본을 모른다가 아니라 세계가 돌아가는 것을 모르고 아세아 정세가 변화되는 걸 모르고 한국의 한 무지한 건달이 당시 표현이 그래요, 장사라고 그랬으니까 ‘장사가 아시아의 위인 이토 히로부미를 죽였다’, ‘이거 일본 여론이 크게 큰일 났다’, 조선인들이 무지몽매해서 일본 여론이 지금 얼마나 험악해지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 빨리 가서 일본에 사과하자’, ‘그래서 진사사절단(1909년 안중근 의사 의거 당시 일본에 대신 사죄하기 위해 친일파들이 꾸린 사절단)이라고 하는 것들이 여러 그룹이 만들어져요, 사죄 사절단, 그래서 안중근의 일을 우리가 사과를 하고 어떻게든 용서를 구하자. 이게 1909년에 일어났던 일이거든요. 지금 이게 상황은 뭐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전혀 달라지는 상황이지만 똑같은 식의 맥락이에요. 1909년 진사사절단 만들자고 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똑같아요. 그때의 일본에 대한 생각, 우리 자신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안에 대한 생각이 여전히 똑같은 거예요.


[최욱] ‘일본은 강자, 우리는 약자, 그러니까 우리가 무릎을 꿇어라’ 이거보다 좀 순화된 버전이 ‘일본보다는 그래도 우리가 피해가 더 크니까 이거 어떻게 그래도 현실적으로 이거 좀 접고 가자’ 이런 순화된 버전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우리가 일상에서 가끔 만나게 되거든요. 그럴 때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좋습니까?


[전우용] 현재의 한일 간 갈등을 보는 사실 보수적 관점이 사실은 그런 경향성이 있긴 하지만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냐 하면 힘 대 힘만 보여요. 이익 대 이익만 보여요. 누가 더 이익이고 누가 더 손해냐, 누가 더 세고 누가 더 약하냐만 보여요. 모든 것이 경제로 환원돼요.


[정세진] 경제 논리로만 가면.


[전우용] 그렇게 계속 실리에 따라서 움직이다 보면 부당한 관계. 또 예컨대 지금 우리가 뒤늦게 튀어나왔던 개인 청구건 문제와 같은 국가가 한 개인의 인권을 어느 선까지 억압할 수 있느냐 또는 개인의 권리를 어느 선까지 묵살할 수 있느냐. 이 문제에 대한 좀 근본적 질문 이런 질문들 자체가 전혀 논의선상에서 또 사고 지평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이죠. 그 속에서 지금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항상 얘기하는 것이 이렇게 따지면 우리가 어떻게 하겠어요? 우리가 손해 보는 게 많으니까 항상 이것이 옳지 않아도 굴복해야 한다. 이런 담론이 세계를 지배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거 하지 말자고 지금 저는 일본에 대해서 사과와 식민지 배상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미흡한 부분들을 추가로 할 부분이 있으면 해라라고 요구하는 것인데 그거에 대해서 문제는 전혀 논의 선상에서 빠져 있는 거죠.


[정세진] 중앙일보에서 같은 날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의 단독 인터뷰를 1면과 3면에 걸쳐 실었습니다. 고노 다로 외상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출관리 운용의 재검토는 안보 관점에서 실시한 것이며,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와 관련한 ‘대항조치’로 실시한 게 전혀 아니다”, “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국가 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신뢰 관계가 훼손된 것은 사실이다. 한국 정부가 약속을 지켜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전했고요. 한일 청구권 협정과 관련해서 “국교 정상화의 법적 기반이 돼온 약속을 50년 이상 지나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뒤집어버렸다”, “일본 국회의원 중에도 특히 한·일 관계에 애정을 쏟아왔다고 자부한다. 이런 애착을 갖고 있기에 한국 측이 적절한 대응을 취해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주장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의 단독 인터뷰는 그래도 필요한 보도 아니었을까 싶은데 어떻게 보셨나요?


[정준희] 저는 불필요했다고 판단을 합니다. 왜냐하면 이게 필요한 한 가지 딱 이유가 있는 건 아무도 몰랐던 정보를 이 사람에게 접근해서 얻어낼 수 있으면 의미가 있어요. 내용 다 아는 내용이거든요. 이 사람들의 주장 뻔히 할 수 있는 발언대를 준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면 중앙일보는 어떤 이득을 얻었을까요? 여러 가지 이익을 얻었겠죠. 현 정부를 공격하고 싶은 어떤 내용을 이 사람의 입을 통해서 얻었고 그다음에 또 한 가지는 ‘단독 인터뷰’라는 말 붙였잖아요. 더 많은 클릭질을 유도할 수 있는 거예요. 마치 여기에 대단한 정보가 있는 양 해서. 고노 외상이 왜 여기에 응했을까요? 뻔하거든요. 한국의 주류 언론이 자기에게 발언 기회를 준다는데 왜 안 하겠습니까? 당연히? 여기서 제가 한 가지만 딱 하나만 발견하는 건 “‘징용 문제에 대한 보복이 아니다’며 ‘국제 약속을 지키지 않아 한국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일본 측 설명은 모순 아닌가”에 대한 답을 이제 얻어내려고 한 건데, 올바른 지적이죠, 그렇죠? 모순이니까요. 내용 보면 그냥 모순인 발언 그대로 해놨어요. 거기에 대한 평가도 없습니다. 이게 얼마나 지독한 모순인지에 대한 평가도 없이 그냥 똑같은 발언을 하도록 만든 거죠. 심지어 한 가지 정도의 의의을 찾을 수 있는 것에서조차 내용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강유정] 그러니까 이걸 보면요. 서면 인터뷰라는 겁니다. 서면 인터뷰라는 게 질문을 보내고 답변을 받는 거죠. 하지만 편집권은 지금 중앙일보사가 갖고 있는 거죠.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인터뷰라는 미명 하에 질문을 던졌지만 전혀 추가 질문이나 탐사에 대한 서면 인터뷰도 충분히 더 추가 질문이 가능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면 뭐냐 하면 일본 측의 이야기를 스피커 역할을 한 거죠. 친일이라는 말이 굉장히 좀 거부감이 있지만 저는 확실히 부왜(附倭: 왜국에 붙어 나라를 해롭게 하는 행위 또는 사람)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왜에 붙어서. 그러니까 일본에 붙어서 자식의 이익을 얻는 집단, 행동이라고 보는데 이것도 분명히 일본에 붙어서 일본의 이야기를 전달해줬다는 부분에 대해서 어떤 독자라도 이견이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저는 들기도 합니다.


[정세진] 문재인 대통령 발언 이후에 이틀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내놓은 관련 사설, 칼럼이 한 20여 개에 달했습니다. 이번에 좀 조선일보의 사설과 칼럼을 구체적으로 좀 짚어보겠습니다.


[전우용] 사실은 이 제목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자존보다 생존이 먼저다>


[정세진] 정운찬.


[전우용] 이 제목은 그냥 한마디로 하면 노예의 명제예요. 노예의 명제. 그러니까 인간이 자기 인간성을 배신하고 동물 수준으로 격하할 때 들이대는 명분이 이거거든요. 살기 위해서는 자존심이고 인간의 존엄이건 모두 다 버릴 수 있다고 하는 거, 이거는 인간보고 동물로 떨어지라고 하는 이야기죠. 이게 어떻게 교과서에도 실릴 수 없는 이야기인데 이런 제목이 유력 언론사의 칼럼으로 이런 제목이 들어갈 수 있느냐는 말이죠.


[정세진] 중앙일보 7월 17일 칼럼 김동호의 시시각각 <일본 ‘전후세대’의 한국 공습>도 눈에 띄었는데요. “우리는 한국 경제 공습에 나선 일본 정치인들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일본 총리들은 거듭 과거사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한국의 평가는 늘 박하다.” “전후세대는 고개를 젓는다. 아무리 사죄해도 한국이 진정성이 없다고 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한국을 ‘없는 셈치고 가도 되는 국가’로 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감정적 불매 운동이나 시대착오적 반일(反日) 몰이로는 일본 국민을 우리 편으로 만들지 못한다. 이성적·전략적 접근만이 국익을 위한 길이다.” 이성적이지 못한 듯한 칼럼인데요.


[전우용] 제가 답답함을 느꼈던 부분은 이런 거예요. 뭐냐 하면 우리가 무라야마 총리 담화(1995년 일본의 식민지배 반성·사죄)와 고노 담화(1993년 일본군 위안부 인정·사과)가 그동안 일본이 한국에 표명했던 사과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얘기하잖아요. 그게 벌써 20년이 훨씬 지났어요, 1990년대 초중반에 있었던 일이거든요. 그 이후로 일본 전후 세대 자신들이 이른바 반성의 기조에서 퇴조하기 시작했죠. 과거를 특히 이제 침략의 역사를 반성해야 할 역사가 아니라 뒤집어 기억하기 시작했고. 아베는 그런 사람들의 지지 속에서 그거를 기반으로 해서 지금 정권을 잡고 또 그런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거든요. 90년대 이후 20년간 계속 사과의 진정성이 없는 행동을 보여 왔어요. 그러니까 위안부 문제를 역사 교과서에서 삭제하라고 하다든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각료들에게 하도록 권한다든가. 이른바 자학사관(식민지배, 침략 등을 반성하는 것은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역사관이라는 사관) 극복이라는 이름 하에서 침략적 역사를 교과서에서 하나하나 지워나간다든가. 이런 것들이 한국과 일본의 상호 인식을 과거의 상처를 씻고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더 나은 관계로 발전하자고 했던 약속 자체를 흔들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문제를 지적했어야 해요,


[정세진] 김대중 고문의 <문 정부의 국가 경영능력 한계에>라는 제목의 칼럼입니다. “일본의 경제 보복, 한·미 공조의 균열, 안면몰수식 대북 저 자세, 경제의 추락 등 일련의 대내외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 경영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면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는 미·일의 합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실상 두 쪽이 났다. 좌우 간의 첨예한 전쟁판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도 양분돼 있다. 과거 권위주의 독재 시절 언론은 본질적으로 권력에 비판적이었다, ‘나는 그렇게 못 써도 저 신문의 비판 용기가 부럽다’는 식이었다. 지금은 언론끼리 싸운다. 옳고 그름, 사실과 왜곡의 문제라면 탓할 것이 없다. 그러나 이념적 불화와 권력적, 출세욕적 상황과 맞물린 것이라면 70년 한국 언론은 존재 이유를 잃는다.” 최욱 씨가 헛웃음을 치시네요.


[최욱] 굉장히 이런 기백. 뭐랄까? 진짜. 조롱이 아니라 “권위주의 독재 시절의 언론은 본질적으로 권력에 비판적이었다.” 이거는 조선일보 칼럼에서 보게 된다는 것은 이건 실소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상황임을 좀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유정] 저는 김대중 칼럼을 읽으면서 이를테면 SF적인 소설적 개연성에 많이 바탕을 한 게 아닐까 싶은 게 언어만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가능성이 높다”, “공감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물음표도 중간에 써 놓으셨어요. “경고할”이라고 물음표를 괄호 안에 넣어놓으셨고요. “‘짜고 치는 고스톱’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얘기를 하셨는데 일단 대개의 김대중 칼럼이나 조선일보 칼럼이 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나 근거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고 상반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 말 그대로 자신의 어떤 의도를 정해놓은 채로 이야기를 진행을 하는데요. 저는 좀 안타까운 게 이 글은 인상비평에 좀 가까워보였습니다. 이런 인상이다, 그리고 확실한 증거나 논리로 이 이야기를 진행해나간다기보다는 너무나 선택적인 지각을 통해서 가능성의 여부를 마치 선후 관계가 분명한 것처럼 얘기를 하고 계시는데. 이거는 일종의 자기 충족적인 예언의 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좀 들기도 했었습니다.


[전우용] 가장 제가 좀 악의적이라고 본 것은 이거예요. ‘이념’이라는 얘기를 해요. 이념 중에는 굉장히 다양한 이념이 있죠. 굉장히 다양한 이념이 있는데 그냥 아무 제목 없이 이념이라고 쓰면 이념 서적이라는 말처럼 불온하다는 뜻이에요. 이념적이라고 하는 것이라는 불온하고 사회주의적이고 또는 빨갱이이고 이런 식의 이념이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에 들어가 있어요. 그러니까 어떤 이념이라고 쓰지 않음으로써 그런 효과를 노리고 있거든요. 지금 일본 관계에서는 이념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게 이념적 대응이라고 못을 박아놓고 이것이 북한과 친하면서 일본 기존의 동맹국과 멀어지려고 하는 것이라는 식의 이념적 재단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건 굉장히 좀 일단 이런 식의 이념이라는 단어를 우리가 항상 주의해서 봐야 한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욱] 이 칼럼에 대해서 필요 이상으로 너무 심도 있게 이거는 인터넷에 들어가면 뇌피셜(‘뇌’+‘official’의 합성어로 자기 생각을 사실처럼 말하는 것을 의미). 이 세 단어로 끝나는 겁니다. 모든 게 뇌피셜로 구성돼 있거든요.


[전우용]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이념이라는 단어가 소비되는 방식, 유통하는 방식, 이건 좀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누가 이념적인가라는 거죠.


[정준희] 더 중요한 거는 사실은 조선이나 중앙이나 이런 데가 일렬하게 쫙 나오고 있는 기사들이 뭐냐? 이게 요즘 인터넷에서 흔히 쓰는 용어로 ‘빌드업(build-up)’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결론을 이끌게 자꾸 뭔가를 쌓아나가요. 정당성을 쌓아나가는 거죠. 실제로 상상된 것들을 쌓아 나갑니다, 자기들의 세계에서. 그래서 초기에는 예를 들면 ‘북한과 너무 매달리는 거 아니냐’, ‘미국하고 공조 깨진 거 아니냐’. ‘일본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냐’. ‘최저임금 어떻게 하냐’ 이런 식으로 개별적으로 돼 있던 것들을 총선 앞두고 쌓아 올린 거예요.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국가 경영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하고싶은 겁니다. 이분이 쓰신 칼럼을 보면 계속해서 쌓아온 과정이 보여요.


[정세진] 김대중 고문 칼럼을 지면을 통해서 신문 지면을 통해서 보신 분들은 되게 특이한 점을 발견하셨던 것 같습니다. 지면이 저 밑에 있는 건 뭐지?라고 생각이 들 텐데, 최욱 씨도 굉장히 놀랐더라고요.


[최욱] (조선일보가) 대한민국 1등 언론 아니겠습니까?


[정세진] 특이한 광고가 실렸어요.


[최욱] 광고 보면 굉장합니다. <8.15 문재인 탄핵, 국가 비상 원로 회의 -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 이 광고가 실렸어요, “문재인 하야의 7가지 이야기”를 보면 첫째부터 틀려요. “한미동맹 파기” 이거 정상들이 만나서 그랬었는데. 이건 또 그 옆에 보면 <민주노총 비호하는 문재인 정권 끝장내자!> 이것도 요새 민주노총이 매번 정부 규탄하고 있는데 이건 또 말이 안 맞는 사실 그런 광고 같은데 1등 신문으로써 상당히 낯뜨거운 그런 광고네요.


[숄츠] 저도 이거 봤을 때 정말 충격받았어요, 왜냐하면 조선일보는 의견 동의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는데 어느 정도 이 나라에서 중요한 신문 중의 하나라고 말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이런 거 여기 이런 같은 광고는 독일에서는 상상도 얼마나 보수적인 신문이라도 이런 거는 상상할 수 없거든요.


[정세진] 이번에는 배명복 중앙일보 대기자의 칼럼을 짚어볼까 합니다. <변호사 문재인과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제목의 칼럼이었습니다. 해당 칼럼은 한 대학교수가 계간지에 실은 ‘한국의 진보, 허구와 위선의 역사 의식부터 청산해야’라는 제목의 특별기고문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을 했는데요. 중앙일보는 해당 기고문이 한국역사의 두 가지 점에서 허구와 위선이 있다고 지적했다면서 “역사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특정한 도덕적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단죄하고 분식(粉飾)한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우리 스스로 져야 할 망국의 역사적 책임을 남에게 전가한 것이 두 번째 이유라는 것이다”라고 전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허구와 위선의 역사 의식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조선조 통치 체제의 정치적 퇴물인 위정척사(衛正斥邪) 이념의 교조적 도덕주의와 편협한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수구적인 정책을 양산하고, 불필요한 대내외적 마찰과 혼란을 초래해 국가 이익을 저해하고 있다”는 문 정부에 대한 교수의 비판을 덧붙였는데요. 이 대학 교수의 글을 길게 인용한 이유에 대해서 “그 어느 때보다 균형잡힌 역사 의식과 냉철한 국가 이성이 절실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서 비롯된 한·일 갈등의 불똥이 경제로 튀고 있다.” “외교로 풀어야 할 문제를 외교로 풀지 못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다” 이렇게 배명복 중앙일보 대기자의 칼럼 내용에 적혀있습니다.


[정준희] 기본적으로 위정척사 이념을 현재 정권이 채택하고 있다는 건 어떤 근거를 갖고 있는지 진짜로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지금도 자유 무역을 주장하고 있는 거잖아요. 보호무역을 주장하거나 보호 국가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위정척사 이념이 어떻게 현재 문재인 정부에게 정책적으로 적용이 되는지에 대한 근거 없이 들씌우기를 하고 있다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요. 다른 분이 한 이야기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 (인용한) 그 이유를 이렇게 얘기하고 있어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도 균형잡힌 역사의식과 냉철한 국가이성이 절실하다고 보기 때문”이라는데 일단 이분이 얘기하는 역사의식 자체가 균형이 잡혀 있지 않다고 판단을 하고 그 다음에 이분의 말이 스스로도 말이 맞다고 하지 않다고 보는 게 바로 그 문단에서 나오는 “외교로 풀어야 할 문제를 외교로 풀지 못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다” 이렇게 하는데 이걸 바꾸면 외교로 풀 문제를 무역 보복이나 무역 도발로 초래한 아베 정권의 책임이라고 왜 못하죠? 그게 일단 기본적인 토대잖아요


[전우용] 그러니까 인용한 문장도 이렇게 바꾸면 돼요. “역사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특정한 도덕적 관점”에서가 아니라요. ‘부도덕한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재해석하고 분식한 것이 지금 일본 우파의 역사 수정주의이고’ 이렇게 얘기를 했어야 해요, 사실은요. 우리가 2차 대전 이후에 반성하면서 집어넣었던 게 뭐냐 하면 인도주의였잖아요. 세계 인권선언이 다른 게 아니었거든요. 그러니까 첫 조항이 그거잖아요.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존엄하며 민족, 국가, 성별, 종교, 인종 어떤 것으로도 차별받을 수 없다는 그 원칙에 입각해 있었던 거예요, 인도주의적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한 미래를 향한 기본 전제라는 거고. 그 점에 대해서 일본이 제국주의 시대, 군국주의시대의 역사를 청산하는데 불철저했다. 여기서 얘기를 해야 해요. 그리고 지금 나오고 있는 문제도 똑같은 상황에서 나오고 있는 문제거든요.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은 철학이 거기에 가 있어요, 기본 정신은 어떤 국가도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개인의 이익을 양도 없이 위임 없이 일방적으로 침해할 수 없다고 하는 보편 상식이 입각해 있는 것이거든요. 그걸 지금 뒤집으라고 하는거잖아요.


[정세진] 중앙일보에 또 이런 칼럼이 있었는데요. 전영기 칼럼리스트가 15일에 쓴 <대법관들이 잘못 끼운 첫 단추>라는 제목의 칼럼입니다. 전영기 칼럼리스트는 “요즘 상황은 한국의 대법관들이 첫 단추를 이상하게 끼우는 바람에 비롯된 측면이 있다. 발생 원인의 상당 부분을 한국 측이 제공했다는 인식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 널리 퍼져있기에 우리가 아베가 잘못했다고만 외치고 다니면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판결이 잘못된 예로 2012년 일제 파기 환송 판결문 내용을 예로 들었는데요. “2012년 판결문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규범적인 관점에서 불법적인 강점에 지나지 않는다’며 가장 중요한 논거로 제헌헌법 전문에 나와 있는 ‘우리 대한국민이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선포’한 사실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제법에서 국가의 법적 효력은 운동이나 선포로 확립되지 않는다, 영토·국민·주권의 3대 요소가 실체적으로 존재해 이를 국제사회가 승인함으로써 국가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2년 판결문의 취지 ‘1919년 한국이 건립되었으니 1919~45년까지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그 자체로 불법이다’는 국제법적으로는 전제 불성립의 오류로서 국제사회에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헌법은 한국인에게 절대적이지만 분쟁 상대국이나 국제사회에서는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머리가 아주 이상해지는...


[강유정] 무엇보다 여기서 저는 가장 좀 놀라웠던 게 “국제법적 진실은 패전국한테 ‘법적 배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는 ‘승전국’밖에 없다”는 표현입니다. 엄밀히 말해서 이스라엘이 이를테면 유명한 아이히만 재판(이스라엘이 독립 이전에 유대인을 학살한 혐의로 나치 독일 장교인 아이히만을 납치해 단죄한 재판) 있잖아요. 이 재판 같은 경우에는 이스라엘은 국가로 독립한 건 1948년 5월 14일이란 말이에요. 그 전에는 이를테면 국가가 아니었잖아요. 유대인들이. 그렇게 보자면 아이히만을 데리고 전범 재판을 할 수 있었고 우리가 거기에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거는 전영기 칼럼리스트의 말을 따르자면 전부 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거죠.


[정준희] 국제법이라고 얘기하니까 대단히 엄청나게 어려운 법리가 있는 것 같잖아요.


[강유정] 실체가 없죠.


[정준희] 법이라고 하는 전체 영역에서 가장 체계화가 덜 돼 있는 게 국제법 영역이에요. 그리고 이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 국제법이라고 말로는 표현하고 있지만 힘의 논리라는 얘기잖아요. 결국에는. 승전국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얘기를 국제법이라는 말로 포장해놓고 있는 거거든요.


[전우용] 19세기 만국공법의 논리(19세기 제국주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논리로 근대화되지 않은 나라들은 국제법상 주권 국가가 될 수 없다고 해석)라서 주권 국가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 이 논리의 하나이고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승전국이 아니고서는 배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없다는 건 팩트가 아니죠. 이스라엘은 독일에서 확실히 배상을 했잖아요. 배상법까지 만들어서 그래서 이거 자체가 일단 허위의 팩트에 기반해서 역사 인식 자체를 세계를 이해하는 눈 자체가 21세기의 눈이 아니에요. 19세기의 눈으로 이해를 하면서 그 국제법이 19세기 만국공법이 지금도 통용된다고 보는 그런 관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정세진] 오늘 일본 수출 규제 조치 이후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서 쏟아져 나온 사설 칼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전우용 교수님,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 같은 사태에서 좋은 칼럼과 좋은 사설.


[전우용] 일단 최근에 깔려있는 기본적인 전제들이 보이더라고요. 첫째는 보편적으로 ‘민족주의는 이미 시대착오적이다’, 두 번째로는 특히 ‘한국 민족주의는 편협하다’. 그리고 그런 ‘편협한 민족주의를 선동해서 일본과의 관계를 뒤틀어놓는 한국 정부 무능하고 이건 시대착오적이다’ 이게 이제 거의 일관되게 깔려있는 어떤 기본 전제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이런 식의 논리가 문제냐 하면 과거에도 예를 들면 편협한 민족주의로 범죄를 저질렀던 것이 바로 관동대학살(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폭도로 몰린 조선인 등 6천여 명이 일본 자경단에 의해 학살당한 사건) 같은 것들이었거든요. 남경대학살(1937년 중일전쟁 당시 중국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이 민간인과 포로 15만 명 이상을 학살한 사건) 이런 거였어요. 그러니까 힘 있는 자들의 편협한 민족주의가 범죄가 되어왔었어요. 그런데 한국인들이 민족주의 운동이라고 부르는 3·1 운동조차도 ‘폭력은 절대로 안 된다’, ‘일본을 배격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하는 것은 철저히 정의와 인도에 기반한 것이고 인류 통성과 시대의 양심에 입각한 것이다’ 이렇게 성명이 나왔거든요. 이게 이제 둘의 차이였어요. 그러니까 실제로 지금 진행되고 있는 양상에서의 문제는 이제 과거 군국주의 시대의 향수를 부활시켜서, 제국의 향수를 자극하고 그것을 통해서 이제 일본을 다시금 전쟁 이전의 정상 국가로 되돌리려는 시도와 그 시도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주변국들에 대한, 특히 우리나라에 대한 부당한 요구와 공격, 이것의 문제를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고요. 두 번째로는 이 문제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면의 한일 관계가 아니라 미래의 한일 관계다. 그리고 이 미래의 한일 관계는 당장 대한민국과 일본의 관계뿐만 아니라 남북한과 일본의 관계까지 포함한다, 이런 시각을 가지고 접근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정세진] 오늘 전우용 교수님 저희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깊이 있게 잘 지적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전우용] 네, 감사합니다.


[정세진] 지난달 20일 전주 상산고를 시작으로 전국 11개의 자사고가 잇따라 재지정 취소 통보를 받으면서 자사고를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현재 최종 확정까지는 교육부 동의 절차만 남아있죠. 이와 관련해서 언론들은 이념적 대립 구도를 부각하거나 한쪽 측면에 치우친 보도를 내놨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이번에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둘러싼 논란과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관련해서 이범 교육 평론가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범] 안녕하세요?


[최욱] 반갑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다시 갈 일도 없고 해서 제 관심 사안이 아닙니다. 그래서 흥미롭게 균형 잡힌 시각으로 잘 설명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세진] 이범 평론가 개인한테 관심이 많으시죠?


[최욱] 이분은 학원을 해서 돈을 많이 번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적으로는 굉장히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정세진] 그러나 이 교육과는 자녀가 없는 관계로 관심이 없다.


[이범] 제가 스타강사 했던 게 16년 전인데. 제가 보면 이 꼬리표는 죽을 때까지 따라다닐 것 같습니다.


[최욱] 그 꼬리표 떼려면 그때 벌었던 돈을 다 기부를 하세요.


[이범] 와이프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최욱] 아내의 아바타입니까?


[이범] 결혼 안 해봤죠? 해보세요.


[최욱] 알겠습니다.


[정세진] 먼저 자율형 사립고, 자사고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정리하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범] 자율형 사립고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지원금을 받지 않습니다. 그 대신에 교육과정의 자율성이라든지 또 교장 임용이라든지 여러 가지 자율성을 가지고 있고. 성적을 좋은 학생을 가려 뽑는 게 가능합니다. 지원자 중에서. 그래서 이러한 자율권을 상당히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율’이라는 말이 붙은 것이고요. 자율형 사립고가 이명박 정권 때 생긴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는데 사실은 김대중 정부 말기에 인가가 됐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 아예 이걸 대선 공약으로 ‘고교 다양화 300’이라는 프로젝트로 내걸고 자사고를 100개까지 늘리겠다. 이게 대선 공약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급속도로 자사고를 늘렸죠.


[정세진] 자사고가 되면 가장 좋은 이점이 뭔가요?


[이범] 자사고에 대한 찬반이 굉장히 팽팽한데요. 찬성 쪽은 자사고가 어쨌든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준다. 그러니까 선택권이 좀 넓어진다는 것이죠. 반대쪽에서는 자사고에서 학생을 뽑아가는 선발학교가 늘어날수록 서열화와 경쟁과 사교육이 늘어난다. 그건 또 경험적으로 사실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제 찬반 양론이 팽팽한 것이죠.


[정세진]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 언론들은 어떻게 다뤘는지 좀 집중적으로 보도록 하겠습니다. 방송보도 내용들부터 좀 정 교수님 짚어볼까요?


[정준희] 전반적으로 보면 탈락된 학교들의 충격을 보도하는 양상이 일단 많았고요. 그다음에 불만이 학부모들의 불만이 굉장히 있고 이게 아마 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다라는 움직임, 그러니까 분쟁을 되게 부각시키는 보도가 있었고. 그다음에 이것이 이념적인 바탕을 깔고 있다고 하는 이념적인 충돌을 묘사하는 보도들, 그다음에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배경, 이게 이제 이명박 정부에 만들어놨던 걸 되돌리려고 하는 현 정부의 시도가 아니냐라는 식으로 프레임을 짜는 식의 보도들이 일반적으로 많았습니다.


[정세진] 신문 보도에서는 자사고를 죽이기 위한 진보 정권과 교육감의 짜맞추기식 평가라고 비판이 나왔는데요. 조선일보 7월 10일 1면 <서울 자사고 8곳 한꺼번에 날렸다>는 제목의 기사. 그리고 6월 21일 5면에서는 <탈락, 탈락… 대통령 공약대로 ‘자사고 죽이기’ 속도전>이라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동아일보 7월 15일 27면에 <자사고 죽이기에만 매달리면 미래 인재는 언제 키우나요>, 서울경제 <현실된 자사고 죽이기. 서울 13곳 중 8곳 탈락> 대부분은 이제 죽이기라는 표현이 굉장히 많이 나왔습니다.


[최욱] 자사고 살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너무 죽이네.


[이범] 죽이기라는 표현에서 결국 드러나는 것은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각본에 따라서 평가를 한 거 아니냐.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거죠. 그런데 물론 그런 의혹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최욱] 심사를 조작했다고요?


[이범] 그렇죠. 그렇지만 제가 봤을 때 전체적인 평가 결과를 봤을 때는 조작이라고 보기에는 굉장히 이상한 대목들이 많아요. 대표적으로 전북의 상산고등학교를 보면 만약에 교육감이 “내가 이 학교는 진짜 의도적으로 떨어뜨려야지” 하고 작전을 짰다면 넉넉하게 2점, 3점, 4점 이렇게 차이나게 만들었겠죠. 그런데 불과 모자른 점수는 0.39점이거든요. 그래서 사실 이게 법정 분쟁으로 가면 사실 이게 상당히 민감한 문제고. 또 하나 주목할 게 서울인데, 사실 진보 교육 진영의 교육시민운동을 계속 해왔던 분들은 하나고를 떨어뜨리라는 요구가 굉장히 강했습니다. 하나고등학교가 서울에 있는 자사고 중에서는 유일한 전국 자사고예요. 다른 자사고에 비해도 자율성도 더 크고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여태까지 학교 운영이 잡음도 꽤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하나고를 떨어뜨리라는 요구가 굉장히 강했는데 정작 하나고가 재지정 취소가 되지 않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통과했죠.


[정세진] 점수상으로는 괜찮습니까?


[이범] 점수상으로는 통과했죠. 그렇다면 만약에 서울 교육감이 내가.


[정세진] 작정하고 했다면.


[이범] 작정하고 내가 진짜 본보기를 보여야지 이렇게 짰다면 당연히 1순위로 하나고를 탈락시키는 작전을 짰을 거예요.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결과를 보면 이게 작전 짠 건 아니구나. 전문가라면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정세진]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6월 21일 사설에 <이번엔 자사고 죽이기 코미디, 나라에 필요한 것 다 부순다>라는 제목의 사설이었습니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상산고는 자사고로 지정된 후 17년간 설립자가 사재의 463억원을 쏟아부어 키운 학교다.” “현 정부와 전국을 석권하다시피 한 좌파 교육감들은 ‘자사고 죽이기’를 추진해왔다. ‘왜 앞서가느냐’는 것이다. 60점 커트라인을 느닷없이 70점으로 올렸고 전북은 한술 더 떠 80점으로 올렸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 지표도 교육청 재량을 늘렸다.” “처음부터 죽이기로 작정하고 평가를 조작한 것이다.”


[최욱] 이대로라면 좀 문제 있어 보이긴 하는데요. 커트라인도 계속 바꾸고 형평성도 좀 논란이 일겠는데?


[이범] 기본적으로 재지정 심사에서 평가하는 영역은 그대로였어요. 무슨 교육과정이라든지 학교 운영이라든지 학생, 학부모 만족도라든지 6가지 영역으로 지정을 하는데 5년 전과 똑같습니다. 다만 영역별로 배점을 조금씩 바꾼 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제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크게 바뀐 것은 아니었고요. 크게 보면 큰 틀은 5년 전과 거의 같아요. 그런데 기준 점수가 80점인 것이 불공정하다 이런 식의 태도는 사실 5년 전에도 그런 시도들이 있었고 또 이것이 어쨌든 법적으로 주어진 자율적 범위 내에서 설정한 것이기 때문에. 만약에 그러면 전국 시도 다 똑같은 점수로 평가해라. 그야말로 획일화된 논리 아닌가요? 그거야말로 진짜 나쁜 의미에서 평준화 논리죠. 교육감 똔ㄴ 교육청별로 자기 시도의 고등학교 시스템 또 교육 방식, 교육 철학을 조금씩 달리할 수 있는 이러한 자율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거를 이제 본질적으로 문제 제기하기에는 좀 어렵다고 봐요. 다만 세부적인 항목별 점수에 있어서는 워낙 결과가 미세하게 차이가 났기 때문에 시비가 있을 순 있다(고 생각한다.)


[정준희] 저는 이런 보도에 과잉한 언어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있는건 맞다고 보거든요. 예를 들면 ‘진보교육감의 자사고 취소’라는 건 낙인 찍기잖아요. 그러니까 진보 성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자사고라고 하는 굉장히 훌륭한 성과를 완전히 망가뜨려버렸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데. 저는 그런 식의 과잉한 어떤 언어가 저는 별로 마음에는 들지 않고 그렇게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일부 사실 이와 같은 것들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은 있다고 봐요. 그러니까 왜 그러냐 하면 이건 제 개인적인 판단입니다만 현재 정부가 자사고 폐지, 일반고 전환이라고 하는 정책 목표를 정했다면 그것에 대한 로드맵을 밝히는 방식으로 자사고의 문제에 대해서 응답을 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게 점점 사라진 채 평가라는 방식으로 취소를 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결국은 겉에 있는 수단이라고 하는 것을 문제 삼고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정책의 지향점을 문제 삼는 그런 방식으로 과잉한 언어들을 쓰는 상황이 연출된 측면이 있다는 거죠.


[이범] 정준희 교수님이 현 정부가 로드맵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이게 편향된 언론 보도에 너무 노출되다 보니 그렇게 오해를 하신 거예요.


[정세진] 교수님조차도?


[이범] 현 정부가 로드맵을 밝혔어요, 그런데 그거를 제대로 보도하고 있는 데가 상당히 드물게 7월 10일자 한겨레에서 보도를 했습니다. <자사고→일반고 전환‘은 시작… 일반고 살릴 혁신 청사진 시급>이라는 기사에서 다시 상기시켰어요. 현 정부가 진작 발표한 3단계 로드맵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다 발표한 거고. 그런데.


[정세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범] 언론에서 대부분 이 사태에서 정부에서 이런 로드맵이 있으니까 지금 이 단계가 이렇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도한 데가 거의 없습니다. 로드맵이 뭔가 문제가 있다고 물론 지적할 수는 있겠지만 마치 로드맵이 없는 것처럼 엉망으로 지금 일을 진행하는 것처럼 이렇게 인상을 주는 이런 보도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죠.


[정세진] 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언론은 정부와 교육청이 수월성 교육을 축소하면서 고교 교육이 하향 평준화되고 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것이다. 그래서 인재 양성을 막을 것이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수월성·다양성 교육을 배척하는 이념적인 잣대가 아니라 인재 육성이라는 목표 안에서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일반고 경쟁력을 그대로 둔 채 자사고만 없애려고 하는데 모두가 하향 평준화하자는 것이 아니고 뭔가”라고 보도를 했고요. 세계일보는 “교육 불평등이라는 형식 논리에 빠져 자사고를 폐지한다면 우리 교육은 하향평준화의 나락으로 더 깊이 빠져들 것이다.” “정부는 수월성 교육을 유지하면서 교육 기회의 평등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하향 평준화. 이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범] 일단 먼저 수월성 교육(학생의 능력과 적성을 조기에 개발하고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 하향평준화 이런 용어가 난무하고 있는데 수월성이라는 말은 영어로는 엑설런스(excellence)죠. 그래서 탁월성이라고도 많이 번역합니다. 그러니까 무엇을 엑설런트하게 탁월하게 만드는 것이냐? 각자가 가진 잠재력이에요. 이를테면 내가 목공을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그것을 엑설런트하게 만드는 것이 그 사람에 맞는 수월성 교육입니다. 그리고 내가 이를테면 외국어 습득 능력이 굉장히 좋다. 그러면 그 사람이 여러 외국어를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이것이 수월성 교육이에요. 수월성 교육을 하려면 다양화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화를 하다 보면 수월성 교육이 상당 부분 해결이 돼요. 그래서 우리나라 교육의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가 다양성이라는 게 부족한 거죠. 붕어빵 찍는다 이런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다 똑같은 거 배우게 하고. 그래서 사실 자사고를 처음에 지정한 취지 자체도 다양성. 공식적인 지정 목적에 그렇게 표현돼 있어요. 당시 정부 문서를 보면 다양한 교육을 통해서 학교 만족도를 높인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정세진] 엘리트 육성이 아니라 다양성?


[이범] 그렇죠. 물론 이제 거기에 진학하는 학생, 학부모들은 내심 입시 명문고가 돼서 명문대로 진학하기를 바라겠지만 어쨌든 정부가 그것을 기준으로 평가를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런 개개인의 욕망을 기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고, 나름의 기관의 지정 취지에 맞게 운영했느냐 이것을 가지고 평가해야 하는데 이런 기준으로 봤을 때는 상당수 자사고가 지나치게 이제 국영수 중심으로 열심히 수능 공부를 시키는 이런 식의 교육을 하면서 이걸 수월성 교육이라고 포장을 하고 있는 거죠.


[숄츠] 지금 제일 중요한 부분 나왔다고 생각하는데요. 예를 들어서 다양성, 언론들이 어떤 다양성 원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그냥 다양성 그냥 부자의 교육, 그리고 백성의 교육, 따로따로 하는 것, 그런 다양성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예요. 독일에서는 좋은 교육하기 위해서 시험하는 거예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시험 잘하기 위해서 교육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거는 약간 제일 큰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좋은 대학교 들어가는 게 그거는 엑설런스 아니라고 생각하고 정말 창의성 있는 거, 되게 다양한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세진] 또 하나 언론에서 많이 보도한 것이 고교 하향 평준화를 우려한 보도는 자연스럽게 강남 8학군이 부활할 것이라는 보도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범] 그렇죠. 자사고가 없어진다 또는 축소된다, 이 보도에 바로 붙어 나오는 게 바로 8학군 부활.


[최욱] 이러면 안 될 것 같은데?


[이범] 저는 이 말을 듣고 너무 이상했어요. 부활이라니. 그러면 완전 8학군이 죽었나.


[최욱] 살아있구나, 또.


[이범] 8학군은 그렇게 죽은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무슨 새삼 이게 죽어 있던 게 확 부활할 것처럼 실제로 부활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그거는 굉장히 부적절한 용어라고 생각하고요. 물론 강남 쏠림이라는 표현은 적절한 표현일 수 있죠. 그렇게 우려할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의 대입 제도를 보면 강남 쏠림이 있다 해도 그렇게 폭넓게 벌어지긴 어렵습니다. 내신 성적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형이 서울 시내 톱10 대학 모두 통틀어 봤을 때 한 60%를 차지합니다. 정시, 즉 수능으로 뽑는 전형 비율은 지금 한 20% 정도밖에 안 돼요. 내신 성적은 강남으로 가면 대번에 엄청 불리해집니다. 그러면 그 불리함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요소로 보완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거든요. 강남으로 가면 내신이 너무 불리해지기 때문에 그로 인해서 강남 쏠림이 그렇게 심해지긴 어렵다 그렇게 보이구요.


[강유정] 문제는 언론이 ’강남‘이라는 상징을 이용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강남은 원래 있었죠, 8학군도 있었고. 이게 회상 용이성 오류(회상이 잘 되는 사례를 더 보편적이고 더 중요하며 더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경향)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게 뭐냐 하면 우리가 강남 하면 자동 연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여기에다가 그대로 이어붙이는 겁니다. 그러니까 정말로 거기에 가서 대학에 가는지,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떠올리는 게 아니라 이 용어가 가지고 있는 회상성을 이용하고 있는 건데 이를테면 서열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이렇게 자사고를 없앤다더니 오히려 또 다른 의미에서의 계급적 서열화를 만든 것 아니냐는 어떤 공포 같은 것들을 만들어내는 건데 이거는 저는 언론이 강남이라는 상징을 이용하는 거지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고 좀 여겨집니다.


[숄츠] 한국 교육제도에서는 되게 심각한 문제 여러 가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대부분 한국 사람들 아마 어느 정도 동의할 것 같아요. 그리고 학생들 엄청 많이 스트레스 받고. 경쟁 너무 심하다고, 우울하고. 아이들 밤 10시까지는 학교 아니면 학원 다니는 게 이거는 정상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더 좋은 교육을 위해서 이런 자사고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교육 제도가 바뀔 수 있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 해야 하는데 그래서 이거는 지금 어떤 공포성만 만들고 이 자사고 없어지면 우리나라 교육 떨어진다 아니면 지금 8학군 다시 생긴다 이런 이야기만 하는 거예요,


[정준희] 저는 사실은 이런 언론 보도들의 문제가 있다는 건 상당부분 인정이 되고 과잉하게 이렇게 자꾸 이념화시키는 그런 식의 보도들은 충분히 지적돼야 마땅한데 이게 단순히 반박될 수 있는 사안들은 아니라고 봐요. 이들의 이런 주장들이 사실은 상당 부분 또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 않은 거란 말이에요. 여기서는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데. 교육문제라고 하는 건 진보의 관점에서 보건 보수의 관점에서 보건 이념과 사회 현실과 제도가 결합되고 욕망까지 들어간 상당히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따라서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서 상당 부분 이게 기능적으로만 풀릴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 사회가 바라는 교육이라는 게 어떤 거고 그 사회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란 무엇이고 거기에 가장 적합한 교육 제도란 무엇이냐라고 하는 논의를 해나가면서 이 정책들을 접해야 하는 것인데 어느 쪽의 언론이든 간에 사실은 되게 부분적인 방식으로 이거를 과잉화시키고 있다는 것. 저는 그 문제가 지적되는 것이 맞다고 봐요.


[정세진] 자사고 문제 논란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죠, 자사고 폐지를 추진하는 정책 추진자들이 정작 자신들의 자녀는 입시 명문고에 보냈다는 비판입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는데요. 조선일보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습니다. 지난 10일에 <학부모들 “자기 자식들은 외고 보냈으면서…”>라는 제목의 기사 함께 <‘내 자식은 외고’ 사람들이 전국 자사고 절반 폐지>라는 사설을 잇따라 실었습니다. 다음 날에는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국 고위 인사 자녀들의 출신 학교를 전수 조사한 결과 문 정부에 “18개의 정부 부처 장관 가운데 12명(66%)이 자녀를 유학 또는 자사고, 외고, 강남 8학군에 있는 학교에 보냈다”고 말한 내용을 보도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여권은 그간 자사고와 외고를 귀족학교라고 비판해 왔고, 진보 교육감들은 자사고 지정을 무더기로 취소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본인 자녀들은 자사고·외고, 외국 학교를 나온 것이다”라고 비판을 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최욱] 이런 건 잘 먹힙니다. 이거는 저도 약간 좀 올라오더라고요.


[강유정] 왜 올라오세요?


[최욱] 왜냐하면 너무 좀 표리부동한 느낌이 있지 않습니까?


[강유정] 그러니까 너무 과도한 도덕성의 요구라고도 보고요. 이게 논리학 시간에 제일 처음에 배우는 게 이겁니다. 잘못하면 인신공격의 오류(말 자체가 아니라 말하는 사람을 트집잡아 그 사람의 주장을 비판하는 오류)가 될 수 있다. 그 사람의 개인적인 일과 그리고 그 사람의 말하자면 펼쳐나가는 정책적인 것은 사실은 어떤 점에서 무관련성이라는 걸 전제로 두고 우리가 접근해야 한다고 하는데, 정책적인 논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위기에 몰릴 때마다 개인사적인 것으로 들어가서 그 부분에 대해서 도덕적 흠집을 냄으로써 정책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건데 이건 사실 논리학 1번이에요. 그래서는 안 된다는...


[정세진] 그런데 논리로 다가가지지가 않죠.


[최욱]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검찰 총장이 혼외자가 있냐 없냐, 이거는 업무 관련성이 없지 않습니까? 그거는 이제 올라올 게 없어요, 저는. 그런데 자사고는 마치 우리 사회에 불필요한 존재인 것처럼 정책 방향을 가면서 본인의 자식들은 자사고 보낸다, 그러면 좀 올라오죠, 감정적으로.


[이범] 저는 감정적으로 그게 연결된다는 건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저는 논리적으로는 좀 다르다고 봐요. 예를 들어서 최욱 씨가 안 좋은 예지만.


[최욱] 이야기해 보세요.


[이범] 중병에 걸렸어요. 큰 병에 걸렸어요. 그래서 겨우겨우 대수술을 거쳐서 겨우 회복이 됐습니다. 그런데 병원비가 1억 원이 나왔어요, 하지만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국민 건강보험이 있기 때문에 500만 원만 내고 퇴원을 했습니다. 그러면 이 사람은 굉장히 국민건강보험의 수혜를 받은 사람이죠. 그런데 최욱 씨의 개인적 신념은 국민건강보험을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개인적 신념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의료수요자로서의 입장과 정책 결정자, 또 주권자로서의 입장은 조금 다른 것이고. 이것도 마찬가지로 교육 수요자로서의 입장과 교육 정책 결정자의 입장은 조금 다를 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제가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칼럼이나 사설에서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표현을 쓴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거는 굉장히 부적절한 표현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사다리 끝이 뭐죠, 그러면? 명문대일 거 아니에요, 명문대나 의대, 이곳으로 자기 자식들은 잘 보내놓고 남들 못 오게 차버렸다. 이게 사다리 걷어차기의 의미인데 그러면 우리나라 서울대 정원 3,000명인데, 이게 줄었습니까?

연고대 합쳐서 8,000명, 의대 정원 3,000명 이게 줄었나요? 사다리 없어지지 않았어요.


[최욱] 그거는 틀리네요.


[이범] 그렇죠, 사다리는 그대로 있는 거예요. 다만 사다리의 구조나 배치는 조금 바뀌는 거죠.


[정준희]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하는 게 사실 되게 잘 먹혀요, 잘 먹혀서 감정적으로 촉발시키는 건데, 잘 따져보면 그게 말이 안 된다고 하는 건 물론 다 알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우리가 주어진 구조에서 선택하는 것과 구조를 바꾸는 선택하는 것과 결이 다르다는 거죠. 그러니까 개인이 외고를 보내거나 자사고를 보내는 건 주어졌던 구조 안에서의 나름의 합리적 선택들을 한 거고 그거에만 매몰돼 있으면 문제죠. 그런데 그 구조가 만약에 더 나은 구조를 바꾸는 것에 필요하다고 본다면 그거는 내가 주어진 구조에서 하는 선택과는 상관없이 또 다른 선택의 영역이 돼야 한다는 거예요.


[강유정] 학부모로서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보는 거예요. 지금 나는 전쟁 중이고 내가 유리한 전략을 짜야 하는데 이게 나한테 불리하다고 생각될 때 이게 전쟁과 관련된 언어들, 아주 자극적인 단어들이 그렇게 꽂히는 거죠. 그러니까 저는 언론의 태도가 그런 수요자가 있고 그런 불안 심리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교육을 정말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먼 장래까지 내다보고 세우는 큰 계획)라고 본다면 그래서 단순히 경쟁의 도구로 보지 않고 그래서 큰 존경과 큰 계획의 일부로 본다면 그렇게 부모님들의 불안한 심리를 계속해서 자극하고 뭔가 손해를 보는 것 같다는 일종의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언론의 제대로 된 책임이 아니지 않을까 싶어요.


[이범] 어쨌든 현재 전체적인 논의, 이 논쟁이 생산적 결론으로 가기 위해서는 사실 일반고를 그러면 어떻게 개혁할 것이냐, 이 문제가 앞으로 초점이 돼야 하고. 앞으로 언론 보도가 조금 더 많이 일반고에 신경을 쓰고 현재는 일반고에 도대체 뭐가 문제고 이것을 어떤 식으로 우리가 개선하는 게 맞는 건지 이쪽으로 보도에 초점이 맞춰지기를 기대하는 면이 있습니다.


[정세진] 오늘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자사고 재지정 평가 취소 관련 언론 보도들 짚어보는 시간까지 가져봤습니다. 이범 선생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범] 네, 고맙습니다.


[정세진] <저널리즘 토크쇼 J> 이 방송은 KBS 1TV, myK, pooq,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이 바꿀 수 있습니다. 다음 주도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KBS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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