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58464


'문다혜=친일'이라는 민경욱의 희한한 논리

[해설] 문 대통령 딸 유학한 고쿠시칸 대학 과거 문제 삼았는데... 그러면 본인도 못벗어나

19.08.01 07:53 l 최종 업데이트 19.08.01 07:53 l 곽우신(gorapakr)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발언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발언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의 '문'자만 나와도 펄펄 뛰던 청와대가 문 대통령 3대에 걸친 친일행적, 특히 딸의 일본 극우단체 설립 대학교 유학설에 단 한 마디도 없는 게 참으로 괴이하네."


민경욱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 대변인이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민 의원은 앞서 26일에도 "부친은 일제시대에 공무원을 지내며 곡물 수탈을 도왔다는 의혹이 있고, 본인은 국가를 상대로 한 골수 친일파 김지태의 후손이 제기한 세금취소 소송의 변호인을 맡아 거액 승소했고, 딸은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 극우파 현양사가 세운 일본 국사관 대학교에 유학했다는데 이쯤 되면 그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정말 제대로 된, 번듯한 친일파 가문이 아닌가?"라고 문 대통령을 비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의 친일행적? 이건 무슨 소리일까. 기원은 지난 3월 일본 극우매체 <산케이신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케이> 발 일본 유학설 활용해 무리한 논리 확장


 고쿠시칸 대학교의 누리집 화면 갈무리. 고쿠시칸 대학은 1917년 설립된 일본의 사립대학으로 약 16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  고쿠시칸 대학교의 누리집 화면 갈무리. 고쿠시칸 대학은 1917년 설립된 일본의 사립대학으로 약 16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 國士館大學

  

극우매체인 일본 <산케이신문>은 지난 3월 30일 칼럼을 통해 문다혜씨가 일본 고쿠시칸 대학에서 유학을 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4월 12일 칼럼에서 <산케이신문> 내용을 인용하며 "반일(反日) 대통령'으로 알려진 문 대통령의 딸이 일본 대학에, 그것도 우익 세력이 설립한 대학에 유학했다면 일본에서도 당연히 화제가 된다"라고 적었다.


고쿠시칸 대학은 1917년에 설립된 일본의 사립대학이다. 창립자는 시바타 토쿠지로 등 겐요샤(현양사: 玄洋社) 소속 사람들이었다. 겐요샤는 일본 메이지 유신 당시 몰락한 무사들의 결사단체로, 일제 침략을 정당화하는 '아시아주의'를 표방했다. 대한제국 시절 일본 공사 미우라 고로 등도 겐요샤 소속으로 알려졌으며, 소속 인원 중 몇 명은 을미사변에도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해당 단체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해체했다.


다혜씨가 일본 유학을 다녀왔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에서 대응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령 고쿠시칸 대학에 유학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다혜씨를 친일로 모는 건 논리적으로 너무 심한 비약이다. 당장 일본 유학생은 모두 친일이냐는 반박이 나올 수 있다.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인 유학생 수는 1만7012명에 달한다.


민경욱 의원 주장대로라면 설립자나 총장이 친일 행적을 보인 대학교 출신은 모두 친일파라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서울대학교는 조선총독부에서 만들었는데, 그건 뭐냐?"라고 되물었다. 서울대학교의 전신은 일제시대 경성제국대학이다. 또한 민경욱 의원이 나온 연세대학교의 초대 총장 용재 백낙준은 대표적인 친일파다. 민 의원의 논리에 따르면, 민경욱 의원 자신도, 서울대 법대 졸업생인 자당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도 모두 친일파가 된다.


[고쿠시칸 대학은 어떤 곳?] 설립자 우익이었지만, 현재는 '친한파 양성' 대학


특히 현재의 고쿠시칸 대학은 설립 당시와 성격이 많이 다르다. 고쿠시칸 대학은 한국을 포함해 주변 아시아 국가들과의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특히 문씨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21세기아시아학부 학생들은 매년 한국어 연수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연수기간 동안 독립기념관‧서대문형무소 등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역사 현장을 필수적으로 견학한다. 보도마다 다소 편차가 있지만, <중앙일보>의 지난 3월 기사에 따르면 총 2000여 명의 고쿠시칸 대학 학생들이 한국을 거쳐갔다.


이런 배경에는 신경호 고쿠시칸 대학 21세기아시아학부 정교수의 역할이 컸다. 그는 2012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학생들은 근현대사에서 자신들이 아시아 주변국들에 저지른 잘못을 배울 기회가 없다"라며 "한국에 왔을 때 그처럼 암울한 과거에 대한 부끄러움을 알고 새로운 양국관계를 개척할 의지를 갖추게 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친한파 양성'에 열성적인 것으로 알려진 그는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글날을 맞아 대통령 표창상을 받기도 했다. 민경욱 의원 등의 논리에 따르면, 일본 극우단체가 설립한 대학교의 정교수에게 대통령이 상까지 내린 격이다. 민 의원은 당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대변인이었다.


이미 팩트체크 된 내용 반복해서 유포 

 

부부젤라 부는 민경욱 의원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규탄집회에서 부부젤라를 불고 있다. 오른쪽은 박덕흠 의원.

▲ 부부젤라 부는 민경욱 의원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규탄집회에서 부부젤라를 불고 있다. 오른쪽은 박덕흠 의원. ⓒ 권우성


한편, 민경욱 의원이 제기한 나머지 의혹들은 이미 여러번 '팩트체크' 된 내용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친인 고 문용형씨는 함흥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현해 함경남도 함흥시 흥남구역에 해당하는 흥남읍에서 농업계장 및 농업과장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가 적극적으로 일제의 농촌 수탈에 임했는지를 밝힐 뚜렷한 증거나 정황은 없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3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친일파라는 개념은 저명인사로서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자기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친일하도록 어떤 교화나 강요를 했고, 현저히 영향을 끼쳤을 때 지칭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아버지가 면장했다'고 아들이 친일파는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하면서 "일본제국주의의 국권침탈‧식민통치‧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우리 민족 또는 타 민족에게 신체적 물리적 정신적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끼친 자"로 수록대상을 규정했다. 또한 '일제의 식민통치기구에 참여한 자'의 경우 "부일협력자로서 일정한 직위 이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농업 관련 하급 공무원인 고 문용형씨를 친일파로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 김지태 전 <부산일보> 사장의 소송을 도왔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국당 등 보수 진영에서는 고 김지태씨가 친일파라고 규정하고 있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지태는 1927∼1932년까지 동양척식주식회사에서 근무한 공로로 전답을 2만 평이나 불하받아 재산을 축적한 친일파"라고 주장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정부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그가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되지 않도록 빼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역시 틀린 내용이다. 고 김지태씨가 동양척식주식회사에서 잠시 근무한 건 사실이나, 그는 대표적인 독립운동단체인 신간회에서 간부로 활동했다. 그의 행적에 대해서는 여러 매체에서 수차례 다룬 바 있다. (관련기사: '김지태-문재인' 친일로 엮으려는 한국당의 치명적 실수)


임헌영 소장은 고 김지태씨에 대해 "명백히 친일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오히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될 정도로, 경주 최부자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부자로서 명예를 지킨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친일인명사전>에서 김지태씨 이름을 빼도록 영향을 행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절 어떤 압력도 받은 적 없다"라고 못 박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회의에서 고 김지태씨의 유족의 상속세 반환 소송에 참여했던 때를 이야기하며, 당시 성공 보수와 변호사 수임료를 모두 노동자 체불임금으로 기부했다고 회고했다. 또한 당시 노동자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Posted by civ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