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626090120089


[불매운동 1년] ② 일본인 발길 줄어든 자리 아세안이 메웠다

차근호 입력 2020.06.26. 09:01 수정 2020.06.26. 10:37 


7개월간 부산 방문 일본인 4만명 감소..전체 관광객은 오히려 증가

남포동·서면 일부만 피해..관광객 다변화 기회, 틈새시장 늘려야


한일 무역 충돌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한일 무역 충돌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은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의 지방 도시 중 가장 선호하던 곳이다.


지난해 6월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조사했을 때 중국인은 서울을 제외한 지방도시 중 제주도를 선호하는 곳으로 꼽았지만, 일본인은 부산을 택했다.


한일 무역 갈등이 촉발되며 관광객이 급속도로 줄어들 때 부산 관광업계 타격을 걱정하는 시각은 많았다.


부산 외국인 방문객 중 일본인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전체 관광객 비중에서도 20%가 넘어 의존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일본인 부산 방문객은 57만7천명으로 2위인 중국 관광객 36만4천명과 3위인 대만 26만4천명 등 중화권 관광객을 합쳐야 일본 관광객 수와 비슷하다.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 [손형주 기자]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 [손형주 기자]


부산시가 휴대전화나 신용카드 빅데이터를 활용해 매월 집계하는 '외국인 관광객 부산방문 동향 보고' 자료를 보면 부산은 한일 무역 갈등이 촉발된 지난해 7월부터 코로나19 영향을 받기 전인 올해 1월까지 7개월 동안 일본인 관광객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기간 일본인 관광객은 30만4천779명으로, 2018년 같은 기간 34만9천312명보다 4만4천533명이 감소했다.


월별로 세분화하면 7월에는 오히려 방문객이 12.7% 늘었다가 8월부터 -5%, 9월 0.4%, 10월 -29.5%, 11월 -31.7%, 12월 -12.8%, 1월 -15.3%의 변동을 보였다.


올해 2월부터는 중국에서 코로나가 시작되며 전체 관광객 수가 -40% 줄었고, 3월에는 -95% 감소해 한일 무역전쟁과 상관없는 관광 빙하기가 찾아왔다.


비록 일본인 관광객은 줄었지만, 부산 관광에는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같은 기간 다른 국가의 외국인 관광객은 증가하며 전체 관광객 수는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부산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152만5천443명으로, 전년 동기 146만2천744명보다 4.2% 늘어났다.


지난해 8월 텅 빈 대마도행 여객선 [이진욱 기자]

지난해 8월 텅 빈 대마도행 여객선 [이진욱 기자]


정부의 신남방정책으로 아세안 국가들의 방문이 크게 늘었고, 특히 11월에 부산 해운대 벡스코 일대에서 한·아세안 정상회담 등 국제회의가 열리며 큰 도움을 줬다.


부산시가 무슬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홍보 전략으로 해당 국가 관광객이 증가한 영향도 있었다.


물론 일본인 관광객이 많았던 중구 남포동, BIFF 광장, 자갈치·국제시장, 전포카페거리, 서면 일대는 피해를 보기도 했다.


일본 관광객 숙박이 전체 고객의 30%에 달하던 롯데호텔 부산 본점과 남포동 일대 중소형 호텔들은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해당 지역은 크루즈와 여객선을 통한 일본인 관광객 유입이 특히 많았던 지역이다.


관광업계 한 종사자는 "일본인 관광객도 언제부턴가 숙소에 쓰는 돈을 줄이고 액티비티를 늘리는 식으로 많이 바뀌어서 해운대 특급호텔보다는 남포동 일대 중소형 호텔에 머무는 경우가 높아 이들 지역의 의존도가 꽤 높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부산국제여객터미널 [손형주]

지난해 8월 부산국제여객터미널 [손형주]


해당 지역 중소 호텔 주변에서 식당을 하면서 후쿠오카 등지에서 보따리상을 통해 일부 식자재를 공급받던 식당들도 무역갈등으로 보따리상이 끊기자 한때 애를 먹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한일 무역 갈등, 중국과 사드 갈등 등 특정 국가와 외교적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부산 관광이 휘청거리지 않기 위해서는 특정 국가 관광객의 점유율을 낮추고 다변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부대행사로 열린 아세안 학생 한국어 말하기 대회 [손형주 기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부대행사로 열린 아세안 학생 한국어 말하기 대회 [손형주 기자]


부산관광공사 마이스본부장을 지냈던 장태순 관광 컨설턴트는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틈새시장을 잘 개발해서 위협 요인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미주 국가나 러시아 극동까지 관광객의 범위를 넓히고 순수관광뿐만 아니라 기업 인센티브 관광 유치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역갈등과 코로나로 인한 관광 빙하기를 향후 변화하게 될 관광 시장 동향을 예측하고 체질 개선을 위한 준비의 시기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장 컨설턴트는 "코로나 이후 시대에는 단체 관광이 대폭 줄고 여행 방식이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부산도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대응해서는 안 된다"면서 "싱가포르처럼 단체 관광은 받지 않아 적은 수가 오더라도 돈을 많이 쓰고 갈 수 있는 '고품질 관광' 상품을 많이 개발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관광 앱 개발 등 국제관광 도시에 걸맞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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