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0812091253541


[탐사K] 895명 추적.."김좌진의 비서는 밀정이었다"

이재석 입력 2019.08.12. 09:12 수정 2019.08.12. 09:32 

- KBS 탐사보도부, 일제강점기 '밀정' 추적 

- 일본·중국 기밀문서 5만 장 분석

- 밀정 혐의자 895명 실명 공개...독립유공자도 포함 

- "청산리 전투 김좌진 장군의 비서는 밀정이었다"

- '안중근 거사 동지' 우덕순의 이상 행적 포착


그는 장군의 막빈, 그러니까 비서이자 참모였다. 청산리 전투의 영웅 김좌진 장군의 최측근이었다. 자신 역시 전투에 참전했다. 일제를 상대로 빛나는 승전을 거뒀다. 대한민국도 마땅히 그를 인정했다.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여했다. 그의 이름은 이정이다.


이정은 1920년 청산리 전투가 있기 직전, 그가 몸을 담고 있던 북로군정서의 내부 상황을 일기로 남겼다. <진중일지>(사령부일지) 다. 당시 우리 독립군의 내부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다. 현재 <독립운동사 자료집>에도 수록돼 있다.


김좌진 장군의 비서 이정이 등장하는 1924년 일본 외무성 기밀문서


그러나 이정의 이름은 KBS 탐사보도부가 발굴한 일본 기밀문서에도 등장한다. <진중일지>를 쓰고 4년 뒤인 1924년, 그는 과거와 완전히 단절하고 동지를 배신한다. 그가 일제에 밀고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위 일본 외무성 기밀 보고서는 57장이다. 상당한 분량이다. 무엇을 밀고했을까.


김좌진 장군의 인상착의와 특징을 밀고했다. 장군의 얼굴과 밀고 내용 해석 문장은 취재진이 덧붙였다.


대한독립군단의 모든 것을 밀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좌진 장군을 비롯한 이범석·김규식 등 독립군 간부들의 인상착의와 특징, 군자금 모금 과정과 그 책임자들, 독립군의 현 재정 상태, 김좌진·김원봉의 연합 의거 계획 등 온갖 치명적인 정보들이 일제에 다 넘겨졌다. 학계 전문가들은 취재진이 발굴한 이 자료에 대해 "경악할 만한 밀고"라고 평가했다.


KBS 탐사보도부 밀정 추적...895명 실명 확인


올해 3.1운동·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KBS 탐사보도부가 '독립운동의 보이지 않는 적'이었던 밀정을 추적했다. 지난 8개월 동안의 추적이었다. 일본 외무성과 방위성 기밀문서, 헌정자료실에 보관된 각종 서신, 중국 당국이 생산한 공문서 등 5만 장의 문서를 입수해 분석했다.


취재진은 김좌진 장군의 참모 이정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895명의 실명을 확인했다. 밀정 혐의자들이다. 이들 가운데에는 이정처럼 대한민국 건국훈장을 받아 현재 독립유공자가 되어 있는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 밀정을 둘러싼 이와 같은 심도 있는 탐구는 학계와 언론계 통틀어 사실상 처음이며 독립운동의 '이면사'를 쓰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KBS 탐사보도부는 △895명 이름 전체와 △이들 가운데 독립유공자가 된 이는 누군지 △또 이들의 밀고 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8월 13일과 20일 방송되는 <밀정 2부작>(밤 10시, KBS1TV)에서 나눠 공개한다.


안중근 거사의 동지 우덕순...그의 이상 행적


한일병탄이 있기 직전인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했다. 이토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안 의사에게는 거사를 함께 모의한 동지들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우덕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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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공판 사진. 맨 오른쪽이 안 의사, 그 옆이 우덕순이다.


이토가 어느 역에서 내릴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안중근은 하얼빈역에서, 우덕순은 채가구역에서 이토를 기다렸다. 역할 분담이었다. 거사의 영웅이 바뀌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거사 성공 뒤 안 의사는 순국했다. 우덕순에게도 징역 3년형이 선고된다.


그러나 10년 뒤인 1920년대 들어 우덕순은 이상 행적을 보인다. 취재진이 입수한 일본 기밀문서 등을 보면 우덕순은 1920~30년대 하얼빈과 치치하얼 등 만주 지역에서 '조선인민회' 주요 간부로 활동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20년대 하얼빈 조선인민회 회장을 지낸 우덕순


조선인민회는 일제가 당시 한국인 사회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대표적 친일단체다. 정보 수집이 주요 역할이었다. 일반 한국인뿐 아니라 독립운동가를 면밀히 감시하고 정보를 끌어모았다. 취재진은 우덕순이 일제 정보기관인 '특무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음을 보여주는 증거 자료 등을 입수했다.


중국 지역 한국독립운동 전문가인 김주용 원광대 교수는 "조선인민회가 활용하는 밀정들이 독립운동가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고 이들 정보가 조선인민회장을 했던 우덕순에게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말하자면 우덕순이 밀정을 지휘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이야기다. 우덕순도 현재 독립유공자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밀정'을 추적하는 일은 어쩌면 축제의 분위기를 다소 꺼뜨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를 직시한다는 것은 '빛과 그림자' 모두를 들여다보는 데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밀정 2부작>에서는 '그림자'의 이야기를 통해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정신의 '빛'을 더욱 음미해볼 수 있다.


이재석 기자 (jaeseo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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