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0815194414499


[취재후] 동해 가는데 자위대 허락 받으라고요?

정민규 입력 2019.08.15. 19:44 



한국어선 조업하고 가스전 있는 동해가 일본방공식별구역


울산에서 58km 떨어진 동해에는 대한민국 유일의 가스전이 있습니다. 2004년 운영을 시작한 동해 1가스전입니다. 15년째 바다 밑 지하 2.5km에서 천연가스와 고품질 석유인 초경질유를 끌어올리는데 지금껏 생산한 양이 4,122만 배럴에 달합니다.


쉽게 설명해 드리자면 매일 32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천연가스와 자동차 2만 대를 채울 수 있는 석유를 생산한 셈입니다. 이 가스전으로 한국은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던 나라에서 95번째 산유국이 될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시설이니만큼 특급 대우를 받습니다. 24시간 경계 선박이 주변만 맴돌며 가스전을 지키고, 해경 함정도 상시 순찰을 벌입니다. 아직 한·일간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설정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으로 평가받는 곳입니다.


한국 어업구역이지만 하늘은 일본의 방공식별구역



그런데 정작 우리 공군 전투기도, 해경의 항공기도 동해 가스전 위를 마음껏 비행할 수 없습니다. 한일어업협정에 따른 우리 어업 구역인데도 그렇습니다. 이 일대가 일본 자위대가 설정한 JADIZ(자디즈), 즉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이기 때문입니다.


방공식별구역은 특정 국가가 안전보장을 위해 영공 밖 일정 범위까지 설정하는 영역인데, 영공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이곳을 침범한다고 해서 무력 공격을 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무단 침범한 일에 정부가 강력한 유감을 표시한 것에서 보듯 중대한 도발로 간주하곤 합니다.


민간 헬기를 이용한 KBS 취재팀이 동해로 취재를 갈 때도 일본 자위대에게 비행 일정을 알려야 했습니다. 정해진 경로로 비행해야 했고, 정해진 시간에 이 구역을 벗어나야 했습니다.


우리 선박들이 조업하고, 우리 가스전이 있는 곳에 일본의 허락 없이는 비행을 나갈 수 없다 보니 관계기관에서는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한 해경 관계자는 “재난 사고가 발생할 때도, 순찰을 돌기위해서도 허락을 받고 가야 한다"라면서 "5마일(약 8km)만 자디즈에 접근해도 기수를 돌리라는 일본의 무전 경고가 나온다"라고 말했습니다.


60년 넘게 그대로인 방공식별구역 그대로 두어야 할까요?



그렇다면 왜 이런 식으로 방공식별구역이 설정 된 걸까요. 시간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3월 미군이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면서입니다. 남의 손으로 그어진 방공식별구역이다 보니 잦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방공식별구역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이전부터 재기됐습니다. 이어도의 경우 일본과 중국이 자신들의 방공식별구역으로 일방적으로 설정하자 2013년 정부가 이어도 수역을 포함하도록 방공식별구역을 일부 확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해에 그어진 방공식별구역은 그대로입니다.


동해는 앞의 가스전 외에도 각종 천연자원 확보를 위한 한·일의 치열한 탐사전이 펼쳐지고 있는 곳입니다. 풍부한 어족 자원을 갖춘 황금어장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런 곳의 하늘이 일본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현실을 우리는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할까요?


정민규 기자 (hi@kbs.co.kr)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