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kids.hankooki.com/lpage/study/200507/kd2005071914440245730.htm


[민족의 혼, 고구려 여행] 호남리 사신총의 사신도

<21> 청룡ㆍ백호ㆍ주작ㆍ현무 모습 다른 벽화와 크게 달라

사신총은 널방 4벽면에 사신만 그려진 유일한 무덤…수수께끼 풀기 위한 연구 한창

김용만 (우리역사문화연구소장)  입력시간 : 2005-07-19 14:46


주작. 머리 모양이 타조를 많이 닮았다.


호남리 사신총은 평양시 대성구역 호남리에서 1916년 발견된 벽화 무덤입니다. 이 사신총은 동명왕릉에서 보는 것처럼 무덤 아래 부분을 돌로 두른 기단을 갖고 있으며, 규모도 꽤 커서 신분이 높은 사람의 것으로 여겨집니다.


무덤은 단순히 널길과 널방의 구조로만 되어 있습니다. 무덤 안은 긴 목재 형태의 흰 대리석을 정교하게 다듬어 만들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무덤 안 널방 4 벽면에 청룡ㆍ주작ㆍ백호ㆍ현무 등 사신의 그림만 그려져 있고 천장과 널길 등에는 아무런 그림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고구려 벽화 무덤 가운데 순수하게 사신만을 그린 것은 호남리 사신총 뿐입니다.


청룡ㆍ백호, 자신의 꼬리는 보는 형태 취해


호남리 사신총의 청룡. 청룡의 특징인 뿔이 나 있다.


고구려 벽화 고분들은 6세기 초에 만들어진 이 사신총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사신도를 고분 벽화의 주된 주제로 삼게 된답니다.


널방 벽면의 아래쪽은 물이 스며들어서 화면이 지워지긴 했지만, 위 부분만으로도 사신의 외모를 제대로 알 수 있어요. 벽화는 곧장 벽면에 그려졌습니다.


이렇게 직접 채색하는 방법이 발전해 강서대묘 등에서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빛깔이나 화면이 손상되지 않는 벽화를 그리는 데 성공하게 된 것이지요.


동벽에 그려진 청룡은 몸을 널방 입구인 남쪽을 향해 있는데, 머리는 북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서벽의 백호도 몸은 남쪽을 향하면서, 머리는 북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청룡과 백호가 이처럼 자신의 꼬리를 보는 형태를 취한 것은 고산리 1호분 백호 그림을 빼고는 찾기 어려운 아주 특이한 경우입니다.


한편, 청룡의 얼굴은 옆으로 그렸습니다. 머리에는 하나의 뿔이 길게 뻗어 있고, 윗입술은 높이 치켜 올라가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백호.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백호.


백호는 몸체와 목이 한번 더 뒤틀려 청룡보다 심하게 움직이는 형상입니다.


이 두 그림은 원래 무덤 안에 들어오려는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죽은 영혼을 보호하기 위해 수호신인 청룡과 백호는 무덤 입구를 바라보고 있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이 무덤의 청룡과 백호는 오히려 무덤 안쪽을 보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는 전문가들도 아직 밝혀내지 못해 수수께끼로 남았습니다.


주작 머리도 봉황의 모습이 아닌 타조 닮아


널방 남벽의 입구 좌우에는 주작이 그려져 있습니다. 날개를 펼치고 꼬리를 위를 향해 길게 뻗어 있는 모습은 다른 고분 벽화에서의 주작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머리 모양은 봉황이나 수탉의 모습이 아니라 타조를 닮았습니다.


타조는 아프리카 등지에 자라는 동물이라 고구려에선 볼 수 없지요. 하지만 이웃 중국에서는 타조를 귀한 동물로 여겼습니다. 당나라 고종의 무덤인 건릉에는 타조의 모습을 돌에 선명하게 새겨 놓기도 했답니다.


거북과 뱀이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특이한 모습의 현무.


혹시 고구려에도 타조가 선물로 보내져 고구려 사람이 봤을 수도 있겠지요. 그 때문에 주작을 그릴 때에 그 모습을 반영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어요.


북벽의 현무 그림도 다른 무덤의 현무와 다른 점이 눈에 띕니다.


현무를 만드는 뱀이 거북의 꼬리 쪽으로 몸을 휘감고 있어서 두 짐승의 머리가 서로 마주 보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다른 현무들은 얼굴을 맞대고 있는데, 호남리 사신총의 현무만이 다릅니다. 현무는 원래 두 마리의 짐승이 조화를 통해 우주 질서의 회복을 상징하는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두 마리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기운을 뿜어 내지 않고 있다면, 앞서처럼 백호와 청룡처럼 자신의 임무를 미처 다 이룰 수 없었을 것입니다.


왜 호남리 사신총의 사신만이 이렇게 전혀 다르게 그려진 것일까요? 벽화를 그린 고구려인의 생각을 알기 위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연구 중입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