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58066


두만강에 레저센터 생기고..."김정은 시대, 살림살이 좀 나아져"

북·중 접경지역에서 확인한 북의 변화상...“북, 중국 일대일로에 포함되면 변화 가능"

19.08.05 22:19 l 최종 업데이트 19.08.05 22:20 l 신나리(dorga17)



북한 남양시 북한 함경북도 남양시에서 관광객들이 유람선 관광을 기다리고 있다.

▲  중국 투먼시에서 바라본 북한 함경북도 남양시. 관광객 30-40명이 유람선을 기다리고 있다. ⓒ 신나리


"지난해 북한 남양시에 유람선 관광코스와 레저센터가 생겼는데, 중국 사람들이 자주 갑니다." - 조선족 현지 가이드


지난 7월 15일 오후,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 투먼시(圖們市)에서 바라본 북한 함경북도 남양시에는 관광객을 위한 유람선 선착장이 마련돼 있었다. 선착장에는 30여 명의 관광객들이 줄지어 북한 유람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관광객을 태운 북한 유람선은 중국 보트와 나란히 두만강을 달렸다.


북한을 직접 방문할 수 없는 남한 사람들은 투먼시의 두만강 강줄기에 기대서라도 북한을 둘러보겠다는 듯 뗏목 배를 기다렸다.


지난 6월 20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북한 이후 북한 고려항공이 '평양-다롄(大連) 노선' 전세기 운항을 9개월 만에 재개했다. 비단 '하늘문'만 열린 게 아니었다. 중국 투먼시는 지난 1월 발표한 2018년도 업무보고에서 "(북한) 남양시 도보여행, 온성군 1일 관광, 칠보산 철도 관광 등 북한 여행 3개 코스를 계속 운영해 한 해 관광객이 연인원 6000명을 넘겼다"라고 밝혔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무엇이 변했을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를 선언하며 적대국이었던 미국과의 협상에 나섰다. 지난 4월에는 경제개혁 조치를 포함해 헌법을 개정하고 북한 내 시스템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의 삶도 변하고 있을까? 지난 7월 15일부터 19일까지 북한에 대해 공부하는 대학원생, 전문가, 북한 이탈주민 등 30여 명과 함께 두만강과 압록강을 끼고 이어진 북중 접경지역 1500km를 둘러봤다. 두만강에서 북한의 남양시와 회령시를, 압록강에서는 북한의 혜산시와 중강진 등을 봤다. 이 지역들은 남한 사람이 북한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이다.


"북한, 중국 일대일로에 참여해야" 

 

 북중 접경지역인 투먼시(圖們市).

▲  북중 접경지역인 투먼시(圖們市). ⓒ 구글지도 갈무리


중국 투먼은 북중 접경지역의 변화를 대표하는 국경도시다. 투먼에서 바라본 함경북도 남양시 주변에는 반듯하게 지어진 아파트가 곳곳에 보였다.


북한 이탈주민 A씨는 남양시의 변화에 놀라움을 표했다. 남양시에 살았다는 그는 "예전에 민둥산이었는데 어느새 나무가 많아졌다. 김정은 시대에 좀 살 만해졌다더니..."라고 말을 흐렸다.


이어 "2000년대 초반, 따로 길이 나지 않아 산을 타고 함경북도 최북단의 온성군 장마당을 걸어서 다녔다. 그런데 어느새 도로가 정비됐다"라며 놀라워했다. 마침 파란 트럭 한 대가 그가 걸어서 오갔다는 길을 달려가고 있었다.


중국 투먼도 북한 남양시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이미 두 도시는 1930년대부터 439m의 철도로 연결돼 있다. 두만강에서 북한과 중국이 연결된 유일한 철도교이기도 하다. 이를 이용하면 북한 최대 제철소인 김책제철소가 있는 함경북도 청진까지 갈 수 있다.


2015년 북한과 중국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국경 도시를 잇는 다리를 함께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2016년 2월 시작된 대북제재 때문인지 다리가 건설됐다는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제재가 풀리기를 기다리는 중국인은 많았다. 7월 16일 만난 림금숙 연변대학교 조선한국연구소 교수는 북중 접경지역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림 교수는 "(대북제재 전까지) 크고 작은 400여 개의 중국기업이 북한에서 사업을 했다. 제재가 일부만 해제되면 중국기업은 바로 북한에 들어갈 것"이라며 "투먼-온성-남양을 연결한 경제합작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두 도시는 관광협력을 할 수 있고, 투먼이 남양에 공업단지를 건설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북한이 참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크로드경제벨트(일대, 육로)'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일로, 해상)'를 하나로 합친 중국의 신조어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해상 실크로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작품이다.


일대(一帶, One Belt)는 중국 서북지역에서 중앙아시아, 유라시아 대륙과 유럽을 관통하는 육상 무역통로를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일로(一路, One Road)는 중국의 동·남 연해지역에서 동남아, 인도양, 중동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바닷길을 말한다. 육상과 해상의 교통과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해 '범중화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중국의 야심찬 프로젝트인 셈이다.


림 교수는 "북한이 중국의 일대일로에 들어오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김정은이 원하는 것처럼 북한이 경제개발을 하고 사업도 확장할 수 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중국은 2016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자본을 투자하기 위해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대항할 AIIB를 출범시켰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중국, 인도, 독일, 러시아 등 AIIB의 회원국은 100여 개에 달한다. 


지난 6월 평양을 방문했다는 림 교수는 "북한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 마트에는 북한에서 만든 즉석식품이 있고 백화점에는 북한산 화장품이 즐비하다. 중국산을 많이 썼던 과거와 달라졌다. 전동자전거를 만들기도 하고 집마다 태양광을 설치한 곳도 많다"라며 "중국만큼 북한 제재가 풀리기를 기다리는 나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시대 살 만해져"... CCTV 늘고 경계 강화 모습 

 

국경경비초소 북한 국경경비초소가 100미터 간격으로 배치됐다.

▲ CCTV가 설치된 국경경비대초소 중국 길림성 창바이현에서는 바라본 북한 양강도 혜산시 위연동. 초소는 위연동 주변에 100여미터 간격으로 배치돼 있었다. ⓒ 신나리


7월 18일에는 압록강을 따라 북한의 양강도 혜산시와 자강도 중강군 인근 지역을 살펴봤다. 중국 길림성 창바이현에서는 북한 양강도 혜산시 위연동을 볼 수 있다. 혜산시에는 분홍색을 칠한 10층 아파트가 곳곳에 늘어서 있었다. 오후 10시경에도 아파트에서 불빛이 새어나올 정도로 전력난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눈에 띄는 건 CCTV가 설치된 국경경비대초소. 초소는 혜산시 위연동 주변에 100여미터 간격으로 배치돼 있었다. 동행한 북한 이탈주민 B씨는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이후 CCTV와 철조망을 새로 단장하며 감시 시스템을 보완했다. 집이나 공장들도 새로 지었다"라며 "압록강 상류의 길림성 창바이현은 강폭이 좁아 탈북하는 이들이 많고, 북한의 교통 요충지인 혜산시와 가까워 밀수의 최대 거점이기도 하다. 이를 막으려  북한이 경비를 삼엄하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버스를 타고 압록강 상류쪽으로 가자 북한쪽 마을 모습이 달라졌다. 연립주택 형태의 집이 6~7채씩 이어졌다. 간간이 전봇대가 있기도 했지만, 전선이 보이지 않는 동네도 있었다.


2010년까지 자강도에 살았다는 북한 이탈주민 C씨는 "지붕재를 보니 살림살이가 좀 나아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보통 토기와 목기로 지붕을 만드는데, 지금은 철판으로 바뀌었다. 아마 중국에서 철판을 사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압록강 뗏목공 압록강에 가장 눈에 띄는 건 뗏목공들이다. 압록강 물길을 따라 목재를 옮기는데, 이 나무가 북한 관영매체 <로동신문>을 만드는 종이가 된다

▲  압록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뗏목공들이다. 압록강 물길을 따라 옮긴 나무는 북한 관영매체 <로동신문>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 신나리


압록강 중상류에 다다르자 뗏목이 눈에 띄었다. C씨는 "백두산에서 벌목한 나무를 뗏목으로 엮은 거다. 사람이 직접 올라타서 노를 저으며 압록강 하류로 내려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2인 1조의 주민들이 뗏목에 올라타 있었다.


그러면서 "이 나무는 뗏목으로 자강도 만포시까지 내려간다. 자강도에서 육로와 철로를 통해 평안남도 안주로 간다"라며 "안주에 121호 종이공장이 있다. <로동신문>을 만드는 곳이다. 결국, 이 나무가 <로동신문>이 되는 건데, 남은 부산물로는 화장지를 만들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압록강에 유입되는 장진강의 하류연안에 있는 북한 양강도 김정숙군의 다리 아래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았다. 모여서 줄넘기를 하는 아이들 5~6명이 보였고, 킥보드를 타고 노는 아이도 있었다. 북한의 소학교(초등학교) 사이로 택시가 지나갔다.


북한 이탈주민 B씨는 "김정은 시대가 되고 택시가 생겼다"라며 "2010년까지는 평양에만 택시가 있었다. 중소 도시에도 택시가 생긴 지 얼마 안 됐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북서부에 위치한 자강도는 자연적인 특성으로 산지가 전체의 95% 이상이며 낙후된 곳도 존재하지만, 또 한편으로 북한의 군수산업이 밀집한 지역이기도 하다.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릴 때도 자강도의 군수공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끼니는 걱정 없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력갱생을 선도적으로 실천했던 곳으로 꼽힌다. 이때문인지 중앙정치무대에 알려진 적 없던 김재룡 자강도 당위원장은 지난 4월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경제사령탑'인 내각 총리에 올랐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자강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자강도 일대를 현지지도 했다고 지난 6월 보도했다. 지난 5월 9일 평안북도에서 실시한 화력타격훈련에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참관한 후 23일 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곳이 자강도인 셈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강계트랙터종합공장,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 장자강공작기계공장, 2·8기계종합공장 등 자강도 일대의 공장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70년의 역사를 가진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을 둘러보고 "완결된 생산구조와 국산화된 생산체계를 갖추고 첨단과학기술로 장비된 현대적인 공장으로 개건(리모델링)해 세계 선진 수준에 올려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 강조해온 '세계적 수준'의 기준이 그곳에 적용된 셈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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