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64581


"문 대통령은 지킬앤하이드"...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격앙된 일본

[일본 어제오늘] 문 대통령 '대화 제안' 신호는 무시한 채 비난 집중

19.08.23 12:01 l 최종 업데이트 19.08.23 12:01 l 최우현(herocwh)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22일 남관표 주일 한국 대사를 초치해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방침에 항의한 뒤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2019.8.22

▲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22일 남관표 주일 한국 대사를 초치해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방침에 항의한 뒤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2019.8.22 ⓒ 연합뉴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GSOMIA)가 종료 수순을 밟는다. 정부는 22일 명확한 근거도 없이 한국을 '안전보장상 우호국'(백색 국가)에서 배제하고 안보상의 문제를 거론해온 일본 정부를 비판하면서 '지소미아를 지속시키는 것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한일 군사협력의 연결고리이자 군사정보의 교환·보호·관리의 틀이었던 지소미아는 2016년 11월 23일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이후 3년 만에 무대에서 퇴장하게 됐다.


일본 언론보도 현황과 포털 내 네티즌 여론을 살펴보니, 일본의 충격은 적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지난 과거 기간 동안 지소미아의 체결에 꾸준히 매달려온 것은 한국이 아닌 일본이었다. 일본은 북한 위협이 가속화되던 2012년 이후부터 4년여에 걸쳐 한국에 지소미아 체결을 압박해왔다. 나카타니 겐, 이나다 도모미 2명의 방위대신을 비롯해 아베 총리까지 전면에 나서 한국을 지소미아 협상 무대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써온 전력이 있다(관련 기사 : [일본 어제오늘] 한일 갈등,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미칠 영향은?).    이렇듯 지난한 과정을 통해 성사시킨 협정이었기에 종료를 택한 한국 정부의 선택에 일본이 평정을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22일 밤 10시께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지소미아 종료가 "지역의 안보 환경을 완전히 오인한 대응"이며 "한국 측에서 매우 부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움직임이 잇따라 매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일본 언론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소미아 종료 발표가 있은 뒤 일본 6대 일간지 머릿기사는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기사로 장식됐다. 대체로 지소미아 종료에 따른 안보공백 우려를 강하게 표시하고 있다. 다만, 논조는 조금씩 달랐다.


"한국의 잘못" "일본, 손해 없을 것"... 비난 일색


일본 언론은 기본적으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자신들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항(보복) 조치라는 노선 아래 비난을 강화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매체는 극우성향을 분류되는 <산케이신문>이다. 이 신문은 지소미아 종료 발표 직후 발 빠르게 보수 오피니언 리더와 전문가들을 취재한 기사를 올리면서 비난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현재까지 <산케이신문>의 취재에 응한 인사는 나카타니 겐·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일본 방위대신, 에토 세이지로 자민당 외교조사회장, 코우다 요지 자위대 함대 사령관 등이다. 이들은 이전부터 한국에 대한 강경 발언을 주도해온 인물들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한국이 GSOMIA를 파기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놀랐다. 사고의 과정이 상상되지 않는다. 역사(문제)를 통상의 영역에, 안전보장의 영역에까지 가져와 버렸다.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어섰다." - <산케이신문>, 코우다 요지 일본 해상자위대 함대사령관 인터뷰


"북한을 이롭게 할 뿐, 상궤(상식)를 벗어난 판단" - <산케이신문>, 나카타니 겐 일본 전 방위대신 인터뷰


그러면서도 "지소미아 파기가 일본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보인다.

 

 '산케이신문' 보도(나카타니 전 방위상 인터뷰).

▲  "산케이신문" 보도(나카타니 전 방위상 인터뷰). ⓒ "산케이신문" 갈무리

 

"북한 관련 정보는 일본보다 한국 쪽이 더 많은 정보를 쥐고 있다." - <산케이신문> 22일 보도 내용


"(한국이) 동북아에서 책임을 다할 생각이라면 문재인 정권은 (결정을) 번복하고, 협정을 갱신해야 한다. (중략) 일본은 한반도 정세 불안정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 <산케이신문> 23일 조간 사설 

 

 23일 '산케이신문' 사설.

▲  23일 "산케이신문" 사설. ⓒ "산케이신문" 갈무리

 

반면, 진보성향을 보이는 <아사히신문>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 계기가 '일본의 무반응'에 있었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 비교적 균형적인 시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문재인 대통령이 8월 15일 광복절 연설 등을 통해 보여준 유화적 신호에 반응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실었다.


일본에 우호적인 한국 안보전문가의 의견을 게재한 언론도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3일 박휘락 국민대학교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정치적으로 물러날 수 없어" 지소미아를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박휘락 교수는 이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일본 측에 실질적인 손해는 없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폴란드와도 맺고 있는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을 일본과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다. 현 정부가 어떻게 국가운영을 할 생각인가 이해할 수 없다. (중략) GSOMIA 없이 미국을 통한 교류가 충분히 가능하며 군사적 측면에서는 그다지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이전에는 한국의 인적 정보가 유용했지만 지금은 일본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가 적다. 인공위성과 이지스 함 등의 레이더 능력은 일본이 우위에 있어, 일본에 실질적인 손해는 없을 것이다." - <니혼게이자이 신문> 박휘락 국민대 교수 인터뷰 중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실린 박휘락 국민대 교수 인터뷰 기사.

▲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실린 박휘락 국민대 교수 인터뷰 기사. ⓒ 니혼게이자이신문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기사도 눈에 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미네기시 히로시는 23일 칼럼을 통해 문 대통령이 "이중적인 지킬 앤 하이드의 면모를 가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광복절 연설을 통해 일본과의 대화를 제안했으면서도 지소미아를 '파기'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한국 측의 대화 제의를 수없이 무시했던 일본 정부의 태도는 다루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문재인 대통령 비난 기사.

▲  <니혼게이자이 신문> 문재인 대통령 비난 기사. ⓒ "니혼게이자이신문" 갈무리

 

주간지·누리꾼의 반응은 훨씬 더 노골적


그나마 일간지는 절제된 표현을 쓰고 있는 편이다. 지방지나 잡지의 경우 한국에 대한 비난은 훨씬 더 노골적이다. 23일 9시 현재, '야후 재팬' 잡지 부문의 많이 본 기사 1~5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사는 모두 한국에 대한 비난 기사인데, 그중 4건이 지소미아 종료를 다루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출신에 대한 분석과 함께 "한국은 더 이상 서방국가(자유진영)가 아닌 독재국가"라는 비난이 눈에 띈다. 나아가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1907년 이준 열사의 '헤이그 특사' 사건과 비교하는 기사도 있다. 


주간 <현대비지니스>(現代ビジネス)는 23일 시노다 히데아키 도쿄외대 교수의 칼럼을 통해 "일본은 원래 한국을 합병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준 열사의 헤이그 특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합병"했다는 망언도 일삼았다. 즉, 지소미아 종료 결정 국면에 봉착해 일본인들은 1907년 당시 외교권이 없는 조선이 일본을 자극했던 과거를 기억하고 공격적인 외교를 유지해나가야 한다는 논지다.

 

"이토 히로부미는, 당초 한일병합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헤이그 밀사 사건 이후의 동향을 근거로 해서 최종적으로는 합병도 어쩔 수 없다는 의견으로 전환했다. 사실, 외교권의 확보 정도로 유지해나가는 정책이, 일본의 실리에서 보면 최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합병밖에 사태를 관리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중략) 이런 시기야말로, 1907년 헤이그 밀사 사건을 기억하고, 20세기 초 국제정치의 엄중한 현실을 배우는 기회를 좀 더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주간지 '현대비지니스'에 실린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기사.

▲  주간지 "현대비지니스"에 실린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기사. ⓒ "현대비즈니스" 갈무리

 

누리꾼들의 반응도 격앙돼 있다. 23일 9시 기준, 가장 많은 조회와 댓글을 기록하고 있는 <마이니치신문>의 기사와 <지지통신> 댓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야후재팬' '마이니치신문' 기사에 달린 댓글.

▲  "야후재팬" "마이니치신문" 기사에 달린 댓글. ⓒ 야후재팬 갈무리

 

"아주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이더 조사나 하는 상대와 협력할 필요가 없지요! 향후는 국교 단절을 위한 노력도 부탁하고 싶습니다!" - ID: tttt, 추천수 59863, 비 추천수 1688, 포털 '야후재팬'


"이웃 분(한국을 지칭-기자 주)들은, 인과관계를 냉정히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일본 정부 대응은 평화적인 훌륭한 수출 관리 조치. 규제가 아닙니다. 나는  Galaxy와 LG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을 의사 표시합니다." - ID: tok*****,  추천수 12362, 비 추천수 727, 포털 '야후재팬'


들썩이는 비난여론, 그 이후는?


이런 기사나 댓글에 하나하나 마음을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본의 조야가 매우 흥분한 것은 미루어 알 수 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한동안 지속적으로 격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이번 결정에 대한 아베 총리의 발언이나 일본 외무성과 방위성의 입장이 나올 경우, 이를 등에 업고 한국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눈여겨 볼 만한 점은 비난 여론이 인 뒤, 일본 정부가 자행한 행위 그리고 경제보복에 대한 냉정한 평가의 목소리가 얼마나 뒤따를 것이냐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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