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0161547001


전직 검사 “부장검사는 스폰서·사건 개입에 당당, 검사장은 나를 호텔로 불렀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입력 : 2019.10.16 15:47 수정 : 2019.10.16 15:53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연주 변호사. CBS 제공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연주 변호사. CBS 제공


검사 출신 변호사가 “검찰 조직 문화는 검찰 스스로가 못 바꾼다.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객관적인 판단을 못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가 묘사한 검찰 조직은 ‘스폰서나 사건 청탁에 대해 마비돼 있고, 남성 중심적 문화로 인해 내부 성폭력에 무감각하며, 승진에 목을 매며 전관예우에 무뎌진 조직’이었다.


검사 출신인 이연주 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는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이 변호사는 2002년 2월 검찰 조직을 떠났고, 지난해 10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이 변호사는 먼저 검찰의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로 인해 여성들은 투명인간 취급을 당한다고 했다. 그는 “강력부장이 초임 검사들들 불러서 ‘검사로서 잘 나가려면 똘똘한 수사계장을 둬야 하는데, 수사계장과 마음을 터놓으려면 룸살롱 데려가서 같이 XXX도 한다’ 라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했다고 밝혔다.


직속 상관인 부장검사는 “나이트클럽 사장이 미인대회 수상자를 소개해줘서 지역 유지의 호화요트 빌려타고 재미있게 놀았다”며 부산 근무 시절의 무용담을 늘어놓았다고 했다. 여자 동료가 있는 앞에서 여성의 몸을 묘사하는데 나머지 부원들은 “부장님, 부럽습니다. 훌륭하십니다. 대단하십니다”라고 답했다.


건설 회사 임원을 술자리에 불러 그 사람 지갑에서 수표를 꺼내 뿌리거나 지역 변호사들로부터 명절 돈봉투를 받는 일도 흔했다. 그는 검찰이 스폰서나 사건 청탁에 대해 일부러 양심을 마비시키는 것 같다고도 했다.


검찰 내부의 성폭력에 대해서도 고백했다. 검사장이 신입 여검사였던 이 변호사를 불러 “딸이랑 동갑인데 딸처럼 생각돼서 그렇다”면서 단둘이 등산을 가자고 하고, 홀로 지내는 관사로 오라고 하더니, 급기야는 일요일에 “호텔 일식당에서 스시를 사주고 싶다”고 전화를 걸어왔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의 셀프 개혁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검찰에서 개혁을 할 사람들은 지금 간부들인데, 개혁을 할 의사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그는 검사들이 전관예우에 대해 “99% 사건을 똑바로 한다. 1%는 압력도 들어오고 선배가 부탁하고 그러면 잘 봐줄 수도 있는 거지 왜 그러냐”고 한다고 전했다. “자기도 선배가 됐을 때 그걸 찾아먹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한다”고 덧붙였다. 신입 때부터 ‘선배님 잘 모셔라’는 이야기를 듣는 조직이라고도 했다.


승진을 위해 사건에 개입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부장검사가 세 번째 음주 운전에 뺑소니가 더해진 사건에 대해 ‘잘 보라’고 연락을 해왔고, ‘영장 청구’로 기록을 올리자 직접 불구속 사유를 써서 붙인 뒤 도장을 찍으라고 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피의자는 고위 공직자의 동생이었고, 부장검사는 추후 승진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미리 은혜를 베풀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는 “검사장으로 나가느냐, 부장 검사로 나가느냐, 차장 검사로 나가느냐에 따라 변호사로서의 수입이 수십 배는 차이 날 것이기 때문에 인사 경쟁에 목을 맨다”면서 “정말 잘 나가는 전관들은 잠재적 의뢰인 앞에서 주임 검사와 통화를 하고, 전화 한 통으로 몇 억을 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국민의 인권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는 직접 수사는 하면 안된다”고 했다. “특수 수사의 경우 인력 투입의 결과를 내기 위해 다른수사는 놓치고 입맛에 맞춰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만 패는 수사가 된다”고도 했다.


그는 사건 배당 자체가 검사들에게는 일종의 신호라고도 했다. 안미현 검사한테 부정 채용자가 수백 명에 달하는 강원랜드 사건을 배당을 한 건 수사하지 말라는 뜻이었다는 것이고, 조국 전 장관 수사 같은 경우 사건이 많아 세월아 네월아 되는 형사1부로 보내는 대신 ‘파고 또 파는’ 특수부로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이 변호사는 자신이 조직을 떠난 지 17년이 지났지만 검찰이 달라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그는 “서지현 검사의 미투와 김홍영 검사의 자살로 볼 때 그냥 그대로구나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검찰 조직 문화는 검찰 스스로가 못 바꾼다. 왜냐하면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객관적인 판단을 못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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