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평의 이순신 이야기] “뜨거운 열정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라!”
<혼돈의 시대, 리더십을 말하다-58>
박종평 이순신 연구가  |  ilyo@ilyoseoul.co.kr  [1072호] 승인 2014.11.17  13:47:53
 

“나는 일심으로 충효만 생각했다” 
“시작과 끝을 한마음으로 해라”

조선 시대에는 사인을 수결(手決)이라고 했다. 임금부터 노비까지 수결을 했다. 그중 임금과 관료들의 사인은 ‘一心(일심)’을 서명하는 일심결(一心決)이다. 이 ‘一心’은 임금이나 관리들이 오직 한마음으로 조금의 사심(私心) 없이 공심(公心)으로 일하겠다고 하늘에 맹세하는 것을 의미한다. 『난중일기』에는 이순신이 자신만의 ‘일심’ 수결을 만들기 위해 연습한 모습도 있다.

일심과 동심으로 나아가라

이순신은 스스로도 “나는 일심(一心)으로 충효만 생각했다(吾一心忠孝到此俱喪矣)”고 말하기도 했다. 이순신의 일심에 대한 생각은 장계에도 나타난다. 첫 출전 후 승리한 것을 보고한 장계에서 이순신은 자신의 수군이 “일심으로 분발해(一心憤發) 모두 죽을힘을 다하니 배 안에 있는 관리와 군사들도 그 뜻을 본받아 서로 격려하며, 분발하여 죽기를 기약했다”고 했다. 이순신은 또 같은 장계에서 ‘동심(同心)’도 강조했다. 

일본군이 저지른 악행을 듣고는 “모든 장수와 군사들이 이 말을 듣고는 더욱더 분하게 여겨 서로 돌아보면서 기운을 돋우어 동심(同心)으로 힘을 합해(同心戮力) 적선을 섬멸할 계획을 세웠다”고 보고했다. ‘동심(同心)’은 여러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구성들 모두가 같은 목적과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다. 이순신은 일심과 동심으로 승리를 거두었지만, 전투가 끝나면 언제나 “처음과 끝이 한결같도록 하라(終始如一)”고 신신당부했다. 그것이 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여러 장수들에게는 “한번 승첩했다 하여 소홀히 생각하지 말고 군사를 위무하고 전선을 다시 정비해 두었다가 급보를 듣는 즉시로 출전하되 처음과 끝을 한결같이 하도록 하라(終始如一)”고 엄하게 신칙하고 진을 파하였습니다.(「제2차 당포ㆍ당항포 등 네 곳의 승첩을 아뢰는 계본 唐浦破倭兵狀」, 1592년 6월 14일)

▲ 난리가 일어난 지 수 년 동안 갖가지로 계획을 세웠어도 한결같이(終始如一) 품은 소원이 허사가 될 형편입니다. (「연해안의 군병ㆍ군량ㆍ병기를 수군에 전속시켜 주기를 청하는 계본 請沿海軍兵糧器全屬舟師狀」, 1593년 윤11월 17일)

이순신이 강조한 일심의 중요성을 대부분의 병법서도 언급하고 있다. 『삼략(三略)』에서는 백성과 군사의 마음을 얻은 뒤, 전군이 일심(一心)이 되어 장수 한 사람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면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가 있다(故能使三軍如一心 則其勝可全)고 했다. 『이위공문대』에서는 지도자가 부하를 잘 지휘하는 방법이 일심이고, 일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스스로 확신을 갖고 유언비어를 막고 의혹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서 손자(孫子)는 승리 예측 방법의 하나로 ‘같은 욕심(同欲)’을 말했다.

▲ 싸울 것과 싸우지 말아야 할 것을 알면 승리한다(知可以戰與不可以戰者勝). 병력의 많고 적음에 따라 활용하는 방법을 알면 승리한다(識衆寡之用者勝). 상하가 같은 욕심으로 한마음이 되면 승리한다(上下同欲者勝). 미리 준비한 자가 준비하지 못한 자와 싸우면 승리한다(以虞待不虞者勝). 장수가 능력 있고 군주가 간섭하지 않으면 승리한다(將能而君不御者勝)

첫 마음을 끝까지 지녀라!

손자가 말한 “상하가 같은 욕심으로 한마음이 되면 승리한다(上下同欲者勝)는 이순신이 말한 일심, 다른 병법에서 말한 일심과 같다. 다만 손자는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을 더욱 강조했다.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인 순자(荀子, 기원전 313~283)도 일심을 강조했다. 조(趙) 효성왕(孝成王)이 순자에게 용병의 요체가 무엇인지 묻자, 순자는 말했다.

▲ 용병술의 요체는 장병들의 마음을 얻는 데 달려 있습니다. 무릇 어진 자(仁人)의 군대는 장수와 군사들이 일심이 되어 삼군(三軍)이 힘을 합칩니다(上下一心 三軍同力). 자식이 부모를 섬기고 아우가 형을 공경하듯 하고, 손과 팔이 머리와 눈을 보호하고 가슴과 배를 덮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용병술의 요체는 장병들이 한마음으로 단결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순자는 이순신이 말한 일심(一心)과 동력(同心)을 모두 말한다. 일심으로 단결하는 것, 그것이 용병의 핵심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순자는 한 가지 더 강조한다. 이순신이 자주 쓰는 표현인 “처음과 끝이 한결같이 하라(終始如一)”이다. 그래야 대길(大吉)하다고 했다.

▲ 생각은 반드시 일보다 우선하지만 공경하는 마음으로 이를 되풀이하고, 끝맺음을 신중하게 하기를 처음처럼 하고, 처음과 끝이 한결같도록 하는 것(愼終如始 終始如一)을 일러 대길(大吉)이라고 합니다.

이순신은 다양한 병법서를 통해 일심의 중요성을 알았지만, 순자를 통해 자신의 일심의 철학을 더욱 발전시켜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순자가 말한 이 부분은 이순신이 평소에 자주 읽었던 『역대병요』에는 생략되어 있다. 『순자』와 『자치통감』에만 나온다. 이는 이순신의 독서법을 알려 주는 또 하나의 단서이기도 하다. 이순신이 『순자』의 다른 부분을 인용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보아 이순신은 『역대병요』를 공부하면서 『순자』의 리더십에 관심을 갖고 자신이 주로 공부했던 『자치통감』에 들어 있는 『순자』의 「의병(議兵)」을 다시 세밀히 공부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일심, 한마음은 뜨거운 열정으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비교하지 않는 마음이다. 그 길 위에 놓인 시련이 있어도 굴복하지 않는 당당함이다. 이런저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꼿꼿함이다. 변칙적인 타협을 하지 않는 올바름이다.

조직에 있어서는 조직의 목표를 위해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윗사람과 아랫사람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다. 같은 목표와 사랑하는 마음으로 조직이 단결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 내는 에너지가 된다. 그러나 순자와 이순신이 말한 것처럼 시작과 끝이 한결같아야 한다. 끝맺음을 처음 시작할 때의 단단한 각오를 갖고 마무리하고, 시작과 끝이 항상 같아야 제대로 된 일심이 되기 때문이다. 몇 번을 누구에게 말해도, 스스로에게 항상 다짐해야 할 말이다. 시작과 끝이 다른 것이 우리들의 흔들리는 삶이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삶을 붙잡는 힘은 일심에 있다.

<박종평 이순신 연구가>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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