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807105327348


상경 치료 온 제주민 "지방의사 늘려야하는데 피켓 들고 뭐해!"

한유주 기자,강수련 기자,김근욱 기자,김유승 기자 입력 2020.08.07. 10:53 수정 2020.08.07. 11:51 


전공의 집단휴진 첫날..빅3 병원 큰 혼란 없어

일부 환자들 "지방의료 열악한데 이기적" 성토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국 전공의가 집단휴진에 들어간 7일 오전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열리는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 참석자들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2020.8.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국 전공의가 집단휴진에 들어간 7일 오전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열리는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 참석자들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2020.8.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강수련 기자,김근욱 기자,김유승 기자 = 인턴·레지전트 등 전공의들이 24시간 집단휴진에 돌입한 7일 오전 서울 주요 대형병원의 모습은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와 병원 측이 이번 파업을 앞두고 대체인력을 파견하는 등 미리 대비해 큰 혼란은 없었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도 대부분 파업 사실을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다.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의 약 1만6000명이 속해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날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 집단휴진에 돌입했다.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2022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간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이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파업을 택한 것이다.


이날 오전 7시 파업이 개시된 시각.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로비에는 출근하는 직원들을 가로지르며 전공의로 보이는 젊은 의사들이 하나둘 걸어 나오고 있었다. 새하얀 얼굴에 얇은 반소매티를 입고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 모습에서 피곤함이 역력했다.


전공의들은 퇴근했지만 병원은 바삐 돌아갔다. 병원 안은 환자와 보호자로 북적였지만, 대부분은 전공의 파업 소식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진료 시간이 변경되거나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들을 수 없었다.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오전 7시 집단휴진에 돌입한 전공의들이 병원 본관과 입구 앞에서 피켓(손팻말) 시위를 시작했다.


흰 가운을 입고 가슴팍에 '전공의입니다'라는 스티커를 붙인 의사들은 비가 오는 와중에도 한 손에는 우산을, 다른 한 손에는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이어나갔다.


70명가량의 전공의들은 '휘청이는 공공병원 수련환경 보장하라', '무분별한 지역논리, 부실의대 재현말라' '비인기과 육성정책 강제복무 웬말이냐' 등의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따로 기자회견을 열거나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0.08.07./뉴스1 © News1 김유승 기자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0.08.07./뉴스1 © News1 김유승 기자


전례 없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본관 앞을 지나가는 방문객들은 걸음을 멈추고 의사들의 피켓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허리 치료를 받기 위해 제주도 서귀포에서 서울성모병원까지 왔다는 박정수씨(66)는 의사들의 피켓을 한참 살펴보다가 격앙된 목소리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지방 의료가 열악하니까 이렇게 서울까지 오는 거다"며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져서 의료도 시급한데 의사를 늘려서 지방으로 보내야지 않겠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부는 증원하는 의대 정원 총 4000명 중 3000명은 지방에서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지방의사로 선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50대 여성 A씨는 "의료정원을 제대로 늘리는 거면 괜찮은데 시골에 의대 만들어서 강제로 내려보내는 건 의사들 입장에서는 좀 아니지 않냐"며 "시민 의료질이 오히려 떨어질 거 같아서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부와의 협상이 잘 안 돼 파업이 장기화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시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이모씨(50)는 "안 그래도 코로나19 때문에 병원이 다 비상시국인데 혹시나 파업이 장기화될까봐 걱정이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전공의 파업 사실은 몰랐다"며 "의료 공백을 거의 느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 휴진을 하루 앞둔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들 사이를 지나가고있다.  2020.8.6/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는 전공의 집단 휴진을 하루 앞둔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들 사이를 지나가고있다. 2020.8.6/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전공의들은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하듯 대부분 말을 아꼈다. 대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내부 상황을 전했다.


서울대병원의 한 직원은 "함께 일하는 인턴과 레지던트가 오늘 출근을 안했다"며 "평소의 100% 수준으로 일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펠로우나 전임의 위에 분들이 나눠서 하고 있어 큰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사 B씨 역시 "우리 과는 전공의들 파업률이 별로 높지 않아서 평소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수도권 중심으로 모든 정책이 있고, 사람이 많다 보니 서울에 의료진이 쏠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의대 정원 늘려서 하겠다는 취지는 좋기 때문에 양쪽에서 협의점을 찾아가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wh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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