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1022043006064


'즉각 광고중단' 했지만..일본 유니클로가 괘씸한 이유

박가영 기자 입력 2019.10.22. 04:30 수정 2019.10.22. 08:15 


[MT이슈+]과거 동해 표기 등 수차례 논란에도 사과 없이 넘어가..불매운동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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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유니클로 매장 모습/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한 유니클로 매장 모습/사진=뉴시스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


유니클로 광고 자막 한 줄이 '위안부 조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유니클로가 최근 후리스 25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광고 대사 중 일부였다. 영상 속에서 언급된 80년 전인 1939년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탄압을 받던 일제 강점기 시기. 광고를 본 한국 소비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로 인해 주춤했던 일본제품 불매운동엔 다시 불이 붙었다.


유니클로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유니클로는 결국 해당 광고 송출을 중단 조치했다. 이 조치는 유니클로가 관련 논란을 '루머'라고 해명했던 당일 이뤄졌다. 유니클로는 "광고에 불편함을 느낀 분들이 많으셨다. 그 부분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여 당일 즉각 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광고는 내렸지만 공식 사과 입장 발표는 없었다. 유니클로가 사과나 적극적인 해명 없이 광고 중단만으로 논란을 마무리 지으려는 모습에 또다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매운동 불 지핀 '반쪽사과'…과거 수차례 논란에도 본사는 '입 꾹'


그동안 유니클로가 논란에 대처하는 방식은 수차례 문제로 지적돼왔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막 시작됐던 지난 7월, 유니클로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불매운동을 폄훼한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을 때도 그랬다.


패스트리테일링의 오자키 다케시 CFO는 지난 7월11일 도쿄에서 열린 결산 설명회에서 "한국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불매운동의 열기를 더하는 불쏘시개가 됐다.


이 발언에 대해 한국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FRL)코리아는 7월16일 언론을 통해 "임원의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유니클로 홈페이지 등에 공식 사과문이 게재되지 않았으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공식 SNS(사회연결망서비스)에도 이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유니클로 일본 본사가 사과한 적 없다'는 주장이 나오며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이 확산했다.


유니클로는 '반쪽사과'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한국 소비자에게 재차 고개를 숙였다.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과 한국법인인 에프알엘코리아는 7월22일 공동명의로 낸 '2019년 제3분기 패스트리테일링 실적 발표회 중 한국 상황 설명에 대한 사과문'에서 "최근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실적발표 중 임원 설명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 이로 인해 한국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라며 사과했다.


이어 "(문제가 된 임원의 발언은) 지난 11일 도쿄에서 진행된 실적 발표 중 한국 내 일제 불매운동 관련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언급된 것"이라며 "당시 부족한 표현으로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불들을 불쾌하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전했다.


지난 8월에는 '혐한 작가 티셔츠'를 국내 온라인몰에서 판매해 논란을 자초했다. 에프알엘코리아 측은 논란이 된 티셔츠 2종의 판매를 중단하며 "해당 상품 판매를 완전히 중단할지, 아니면 재개할지는 유니클로 일본 본사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몰에서 상품은 삭제됐지만, 별다른 사과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22일 유니클로 호주 홈페이지 확인 결과 매장 안내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돼 있었다./사진=유니클로 호주 홈페이지 캡처

22일 유니클로 호주 홈페이지 확인 결과 매장 안내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돼 있었다./사진=유니클로 호주 홈페이지 캡처


앞서 2016년 유니클로는 공식홈페이지 매장안내 지도에 '동해(East Sea)'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해 비난을 받았다. 호주, 중국, 독일, 일본, 인도네시아, 미국 등 유니클로 해외 매장 위치를 안내하는 지도엔 대부분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됐고, 일본 유니클로 홈페이지에서는 '일본해(日本海)'라고 표시된 지도를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됐다.


'일본해' 표기 논란에도 공식 사과는 없었다. 당시 에프알엘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유니클로의 홈페이지에서는 '동해'로 표기하고 있다"며 "글로벌 지사의 홈페이지 운영방침은 에프알엘코리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22일 유니클로 공식 홈페이지 확인 결과 'Sea of Japan' '日本海' 표기는 여전했다. 이는 일본이 지도정보 업체 젠린의 지형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구글지도를 사용한 데서 비롯된 문제로 보인다. 구글은 각 국가의 정서에 맞는 지도를 제공하고 있는데 한국판은 동해와 독도가 명칭 그대로 표기돼 있다. 한국 유니클로 홈페이지의 경우 매장 안내 페이지에 '네이버 지도'가 적용돼 있다.


유니클로는 2013년 한 중소기업의 양말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에프알엘코리아 측은 "해당 제품의 유사성이 인정돼 매장에서 전량 철수하고 판매를 중지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제품 디자인을 관할하는 일본 유니클로 본사 측의 사과는 없어 당시 반쪽짜리 사과라는 지적이 일었다.


"오해"라는 유니클로에도, "사과하라"는 목소리 커져


유니클로는 '위안부 조롱' 광고 논란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며 "오해가 생겼다"는 입장이다. 에프엘알코리아 측은 "광고를 보는 즉시 이해하기 쉽게 광고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나이 차이인 '80년'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도가 없었다"는 유니클로의 해명에도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대학생겨레하나와 평화나비네트워크는 서울 종로구 유니클로 광화문 디타워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니클로가 '위안부 조롱 논란' 광고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유니클로 광화문점 앞에서 평화나비네트워크와 대학생겨레하나 회원들이 유니클로 광고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들은 "유니클로가 광고 송출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사과와 반성이 없다면 앞으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사과를 촉구하고 "80년 전 식민지배를 우리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80년 전의 것은 잊었다'는 내용이 한국어 자막에만 들어갔다. 위안부 문제가 본격화된 것은 1937년 12월부터다. 1939년이면 위안부 문제와 강제 징용자 문제 등이 있었던 시기"라며 "광고에 '잊어버렸다'라는 말까지 붙여서 (위안부와 강제 징용자 등의) 고통을 사실상 잊었다는 내용으로 조롱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그런 광고"라고 유니클로 측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한국인들이 그런 광고를 내보냈다는 것에 분노하는 상황에서 광고를 내렸다고 다 끝났다 할 수 없다. 사과를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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