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 동상 세운 대학, 스스로의 가치 부정"
2015-03-01 06:00 CBS노컷뉴스 장성주 기자


한국외대 학교법인 동원육성회는 지난해 8월 경기 용인 글로벌 캠퍼스에 김흥배의 동상을 설치했다. 

1954년 한국외대를 설립한 그는 의류제조회사를 운영하며 일본군에 군복을 납품하고 일제의 전쟁 지원 단체인 국민총력 경성부연맹 이사직을 역임해 친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화여대의 경우 본관 앞에 초대 총장이자 여성 교육의 선구자인 김활란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일제 강점기 창씨개명 이후 '열혈남아이거든 이때를 놓치지 말라', '남자에 지지 않게 황국여성으로서 사명을 완수(하라)' 등의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며 일제 학도병과 징용, 위안부 참여를 독려했다. 

고려대 본관 앞에 동상으로 서 있는 김성수 역시 징병과 학병을 찬양·선동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기고했고, 연세대 내 동상으로 만들어진 백낙준은 친일단체인 '조선임전대책협의회'를 결성하고 미영타도 좌담회에 참석했다. 

서울대에 흉상으로 남겨진 현제명은 친일 어용단체인 조선음악가협회를 결성하고 징병제 축하음악회에서 '대일본의 가(歌)'를 불렀다. 

김활란 동상(자료사진)


3·1절 95주년인 1일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친일 인물이 기념물로 들어선 대학들은 모두 20여 곳. 

때마다 상아탑 내 친일 흔적이 도마 위에 오르지만 오히려 해당 인물들을 비호하는 목소리는 작지 않다. 

김성수의 후손과 인촌기념회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김성수가 친일 인물로 규정되자 결정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잇따라 내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2013년엔 한 역사교과서 출판사에서 김활란의 친일 행적과 그 사진을 싣자 교과서 검정심의위원회가 '특정 기관에 대한 폄하가 우려된다'며 김활란 동상 사진의 삭제를 권고하기도 했다. 

대학들은 동상의 인물이 공과 실을 모두 지니고 있지만 교육계에 공헌한 점이 더 크기 때문에 그 뜻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며 철거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 

그러나 동상의 존재 자체가 대학의 설립 정신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는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덕성여대 사학과 한상권 교수는 "대학은 인류가 추구한 보편 가치인 자유와 인권, 평등을 가르치는 곳인데, 동상의 인물들은 전쟁을 찬양하고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보낸 전범"이라며 "이런 인물의 동상을 세우는 행위는 대학이 스스로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범의 흔적을 지워낸 독일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는 한 교수는 "대학이 잘못된 것을 먼저 사실대로 고백하고 반성하는 강의를 하는 등 성숙한 역사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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