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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공작 위증' 시킨 사람만 유죄?…검찰 '즉각 항소'

CBS노컷뉴스 정다운 기자 2019-10-27 07:00 


위증교사 유죄인데 위증한 사람은 무죄, 가능할까

재판부 "교사범 유죄라고 정범 혐의 속단 못해"


(사진=자료사진)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하도록 시킨 사람은 유죄를 받고, 실제로 위증을 한 사람은 무죄를 받는 일이 가능할까.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박상구 부장판사)은 위증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직원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에게 위증을 교사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등은 올 3월 14일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교사범이 성립하려면 교사자의 '교사 행위'와 정범의 '실행 행위'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범의 범죄행위가 인정되는 것이 전제 요건이라는 것이다.


먼저 재판이 진행된 남 전 원장 사건의 1·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모두 김씨가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위증)을 했다고 인정했다.


1심은 "김씨가 2013년 9월 23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해 댓글조작 지침이 담겨있던 '이슈와 논지'를 대체로 구두로 하달 받았다' 취지로 허위 진술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김씨가 국정원 상관들의 지시를 받아 검찰 조사와 법정에서 허위 진술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남 전 원장 등이 그 지시를 내린 데 대해 위증교사 혐의가 인정됐다.


이슈와 논지는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에 댓글조작과 관련해 매일 하달된 지침이다. 검찰은 이 자료가 원장의 결재를 거쳐 국정원 내부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전달됐다는 점에서 조직적인 범행이라고 봤다.


이에 국정원에서는 김씨 등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문서가 아닌 구두로' 지시받았다는 등의 진술을 하도록 지시했다. 이를 '공판진행상황보고'라는 문건으로도 만들어 지시사항과 실제 진술 내용을 대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김씨 사건의 재판부는 "남 전 원장 등이 위증교사로 유죄가 확정된 사정만으로는 김씨가 교사받은대로 정범으로서 위증한 것이라고 속단할 수 없다"고 다시 판단했다.


검찰은 "교사범은 유죄가 확정됐는데 지시를 받은 김씨는 무죄가 선고돼 판단이 배치된다"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도 법리적으로 불가능하진 않지만 다소 이례적인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흔한 경우는 아니"라면서도 "교사범 성립을 위해서는 정범의 범죄행위가 '인정'되면 될 뿐, 실제 정범이 유죄를 받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사범은 허위 증언을 하게 할 목적으로 시켰지만, 해당 증언자는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위증이 이뤄진 경우라면 교사범과 정범의 유무죄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 재판부도 김씨가 고의적으로 허위사실만을 말했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증언대에서) 이슈와 논지의 존재를 부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두로 지시된 빈도 등에 대해 허위로 증언했다는 점도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김씨가 '거짓말을 한다'는 인식이 정말로 없었는지에 대해 재판부의 판단이 바뀔지 주목된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부는 김씨가 위증할 동기나 이유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김씨가 증언했던 2013년 9월은 박근혜 정부 초기였다"며 "당시 국정원이 조직보호를 위해 애쓴 흔적은 문서로도 다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jd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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