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KBS, 김제동 콘서트 취소…“왜 정치적 잣대 들이대나”
탁현민 “티켓판매 하는데 공연 뒤엎는 경우 처음 봐”
문용필 기자 | newsface21@gmail.com 
12.02.02 18:21 | 최종 수정시간 12.02.02 18:23      
 
“공연장 대관 자체를 안해주는 경우는 봤어도 대관 허가가 난 후 티켓까지 파는 상황을 보다가 (공연) 직전에 엎는 경우는 처음본다.” ⓒ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이른바 ‘소셜테이너’로 불리는 방송인 김제동 씨의 토크콘서트 ‘노 브레이크 시즌 3’ 울산 공연이 티켓 판매 도중 울산 KBS 비즈니스 사업소측의 ‘변심’으로 좌초됐다. 이에 김제동 씨의 ‘정치적 성향’과 무관치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울산 KBS 측은 오는 4월 치러지는 총선에서의 ‘중립’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노 브레이크’의 서울공연을 연출하면서 공연의 뼈대를 만든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10여 년간 공연연출을 해왔지만 정치적 이유로 이런 경우를 겪은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왜 김씨의 공연을 정치적 잣대로 재단하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울산 KBS 홀 관계자 “혹시나 총선에 영향줄까봐...”

당초 다음달 4일 울산 KBS 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노 브레이크’ 울산공연은 당초 KBS 비즈니스 울산사업소 주최할 예정이었다는 것이 공연주관사인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측의 설명이다. 즉, 울산 KBS 사업소측이 공연을 주최하기 때문에 대관신청을 따로 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공연 개최 합의를 마친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부터 티켓판매를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주최 측이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이후 공연을 위해 따로 대관신청이라도 받아달라고 했지만 이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KBS 홀 측은 1일 기획사에 대관불허를 구두로 통보한 상태다. ‘노 브레이크’ 공연에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는 2일 티켓판매사이트인 ‘인터파크 티켓’에 올린 공지사항을 통해 “공동주관사인 KBS 측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공연대관을 일방적으로 취소함에 따라 공연자체가 취소됐음을 알려드린다”며 “울산 KBS 측에서 김제동 토크콘서트 공연 내용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삼아 대관을 취소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울산 KBS 홀 측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공연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담당자는 “총선을 앞두고 KBS라는 언론사에서 선거에 혹시나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어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선거 이후 날짜를 잡아서 행사를 하라고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담당자는 “1월 14일 부산 KBS홀에서 공연할 때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오고 (관객들이) 환호한 일이 있다. (공연이) 선거를 한달 앞두고 치러지는데 선거중립에 영향을 주지않을까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관을 철회한 이유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부산공연을 올리고 보니 문재인 이사장이 오고 그런 계통 사람들이 동참하는 모습이 비쳐져서 염려가 됐다”며 “누차 말씀드리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선거기간이 좀 지난 다음 (공연을) 하라고 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아울러 이 담당자는 “만약 정치적인 이유로 대관을 취소했다면 부산 KBS 홀에서도 공연을 못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 담당자는 “문재인 이사장이 공식적으로 초청을 받았는지 그냥 왔는지 그런 부분까지는 세세하게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대관절차에 대해 “일단 대관날짜가 잡히면 신청을 받아서 대관심의위원들이 (회의를) 구성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기획사에 통보하게 된다”고 전했다. 

탁현민 “공연장 대관하는 사람들이 공연내용을 왜 정치적으로 제단하나”

그러나 탁현민 교수는 울산 KBS 홀 측의 입장에 대해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탁 교수는 <뉴스페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연출자나 공연을 만드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지 공연장을 대관하는 사람들이 공연 내용을 판단한다는게 말이 되느냐”며 “그렇게 (정치적으로) 보고싶은 것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탁 교수는 “문 이사장이 부산공연에 오기는 했지만 관객으로 온 것이고 무대에 올려서 소개하지도 않았다”며 “그들(공연장 측) 입장에서는 김제동의 정치적 성향을 재단했고 그게 부산지역의 특정정당 후보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디. 

이어 “공연 몇주전 대관이 다되고 예매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연장이 없는 경우는 공연연출을 10여년 하면서 처음 볼 정도로 엄청난 일인데 이것을 무대포로 강행한다는 거은 대관담당자 한 두명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강력한 의심이 든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당초 김제동 씨의 울산공연에 내걸릴 예정이었던 현수막 시안의 일부. ‘주최 KBS 비즈니스 울산사업소’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탁 교수는 “내가 직접 (울산) 공연 자체에 개입하거나 흥행여부와는 상관없지만 내가 김제동과 같이 만든 작품을 자기들이 정치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티켓을 파는 상황에서 무대포로 우기는 것은 더욱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탁 교수는 재차 “그 사람들은 김제동의 공연이 특정정치세력이나 정당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스스로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것”이라며 “그 판단 때문에 김제동의 공연을 정치적이라고 우기면서 티켓을 판매하고 대관허가가 나서 준비중인 공연을 뒤엎는 무리수를 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탁 교수는 “도대체 어떤 정치세력이나 정당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하는지 그게 더 의심스럽다. 이 공연을 뒤집겠다는 대관심의위원들의 면면을 꼭 보고싶다”고 날을 세우며 “(공연취소와 관련한) 비난이나 우려는 기획사도 책임을 질 수 없다. 김제동이 혼자 안아야 하는 문제”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한편, 김제동 씨의 소속사인 ‘다음기획’ 측 관계자는 “이런 (정치적) 사유로 공연이 취소됐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며 “납득할 수 없기 때문에 공연기획사 측과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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