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92617&PAGE_CD=N0120 

8조원짜리 'MB 차세대 전투기'의 비밀
[집중해부-차기 전투기 사업①] "개발도 안 된 F-35 염두에 둔 사업" 지적
12.02.02 18:27 ㅣ최종 업데이트 12.02.02 21:29  김도균 (capa1954)

창군 이래 단일 무기도입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인 8조3000억 원 규모 차기 전투기 도입사업 경쟁이 본 궤도에 진입했다. 정부는 올 10월까지 기종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정권 말 대규모 무기 도입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3회에 걸쳐 차기전투기 사업의 전모를 알아보고 그 문제점을 점검한다. <편집자말>

▲ 미 록히드 마틴사가 개발중인 F-35 ⓒ 록히드 마틴

창군 이래 단일 무기도입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인 차기 전투기 사업의 막이 올랐다.
 
8조3000억 원을 들여 최신형 전투기 60대를 들여오는 이 사업에는 미국 2개사, 유럽 2개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록히드 마틴의 F-35, 보잉의 F-15SE,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사브의 JAS-39 그리펜 등이 후보기종으로 꼽힌다.
 
지난달 30일 열린 사업설명회에서 방위사업청은 비용과 작전요구성능(ROC) 충족성, 운용적합성(상호운용성), 경제·기술적 편익 등 크게 4가지 기준에 따른 150개 항목을 평가해 오는 10월 기종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가 기준 가운데 비용부문은 획득비 8조3천억 원과 30년간 운용유지비를 합쳐 평가하며, ROC 부문은 군이 요구하는 스텔스 및 무장능력을 종합적으로 비교 평가해 분석한다. 운용적합성은 현재 우리 군이 운용하는 무기체계와 상호연동이 되는지가 핵심적인 평가사항이며, 경제·기술적 편익 부문에서는 전투기를 판매하는 국가에서 어느 정도의 핵심기술을 한국에 이전할지를 따진다.
 
설명회에서 방위사업청 전투기 사업팀장 위종성 공군 대령은 "희망 업체들에게 균등한 참여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의사결정은 공정하고 깨끗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투명하고 공정한 사업추진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밝혔다.
 
그런데 투명하고 공정한 사업추진을 천명한 방위사업청의 설명에도 군 안팎에선 차기 전투기 기종으로 F-35가 낙점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차기 전투기 사업 대상은 5세대 전투기라고 밝힌 바 있는데, 사업이 목표로 하는 2015~2016년까지 도입할 5세대 전투기는 F-35 말고는 없다. 또 지난해 1월 방한했던 로버트 게이츠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F-35 구매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실제로 게이츠 장관의 방한 직후 유사시 전장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 북한의 조밀한 방공망을 뚫고 핵심 목표를 타격하려면 스텔스(레이더에서 물체를 작게 나타나게 하는 기술)기인 F-35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청와대 쪽에서 흘러나왔다.
 
그런데 F-35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우선 개발과정에서 각종 결함이 드러나 미군도 인수시기를 늦추고 있는 F-35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지적이다. 실제 이 전투기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을 살펴보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발 완료되지도 않은 전투기를 사라고?
 
지난해 12월 미국의 국방 관련 웹 사이트 <AOL 디펜스>는 미 국방부 F-35 프로그램 책임자인 데이비드 밴릿 해군 중장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지난 1년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일들과 프로그램 전체에서 발생한 수많은 변화들은 늘어난 비용과 함께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 문제들은 대부분 사소한 것들이지만 이 문제들을 하나로 뭉쳐놓고 보면서 전투기 내부의 어디 어디가 문제이고 저런 전투기를 구입했다가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고 나아가 피를 뽑아 비용을 대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고생으로부터 교훈을 얻으면서 일이 제자리를 찾아갈 때까지 생산 속도를 완만하게 늦추며 조절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라고 믿는다." (밴릿 중장)
 
밴릿 중장의 인터뷰가 보도된 직후인 12월 5일, 존 매케인 공화당 의원은 의회 연설을 통해 F-35의 생산지연과 비용 상승 문제를 지적했다. 연설에서 매케인 의원은 "한 마디로 JSF(F-35) 프로그램은 스캔들이자 비극"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작전 수행에 필요한 폭탄 투하 능력 등의 성능에 대한 비행 테스트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며 "가장 중요한 비행 테스트는 아무리 빨라도 2015년 이전에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 차기 전투기 사업으로 도입되는 60대의 신형 전투기는 노후화된 F-4, F-5 전투기를 대체할 예정이다. 사진은 F-5F 전투기. ⓒ 공군

이어 매케인 의원은 대당 가격도 최초 6900만 달러에서 현재는 1억3300만 달러로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그는 이 가격에 연구 개발비용과 시험 비행비 등을 포함시키면 대당 가격은 1억5600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하면 이 가격은 2001년의 당초 추정 가격에서 두 배 정도 늘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발은 늦어지고 판매량이 줄면 판매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한국 정부가 차기 전투기로 F-35를 선정하게 될 경우 60기를 도입하는데 10조 원을 훨씬 상회하는 돈을 써야 하고, 사업 예산에 맞추자면 도입 대수를 줄이는 것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미국,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터키 등과 함께 F-35 개발에 공동 참여한 호주 정부의 태도도 눈여겨 볼만하다.
 
한국에서 차기 전투기 사업설명회가 개최되던 날인 30일(현지시각) 스티븐 스미스 호주 국방 장관은 F-35 구매 시기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호주 정부는 14대의 F-35를 주문한 바 있지만, 스미스 장관은 "계약상 오직 2대의 전투기에 대해서만 인수할 의무가 있다"며 "나머지 12대의 전투기는 2015~17년으로 구매 시기를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주 정부의 이런 방침은 F-35 개발이 지연되면서 대당 가격이 폭등할 것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국회도 10월 기종선정은 "현실성 결여" 판단
 
상황이 이런데도 올 10월까지 기종 선정을 완료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졸속 선정 우려를 낳고 있다. 현실적으로 2015년까지 F-35를 국내 도입하기는 어려우며,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채 선정을 서두르다가는 자칫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회 전문위원실이 작성한 '2012년 방위사업청 소관 예산안 검토 보고서'에는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보고서는 "항공기 제조업체의 제안서 제출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의 첨단 차기 전투기를 도입하는 데 소요되는 시험평가 및 협상 기간이 불과 3개월로 계획되어 있다. 또, 기종결정평가위원회가 구성된 후 2개월 내에 기종이 결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계획은 다소 현실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1차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때는 기종선정까지 27개월, 2차 때는 13개월이 걸렸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6월 중순 업체 제안서 접수, 9월 현지 시험평가 및 협상을 거쳐 10월에 기종 선정을 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또 무기 도입에 따른 반대급부로 핵심기술을 이전받거나 국내 제작 부품을 수출하는 교역형태인 절충교역을 협의하는데만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군 관계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감수하고 이명박 정부가 임기 내 이 사업을 마무리하려는 진짜 속내에는 미국과의 동맹 강화라는 정치적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군사전문가 김종대 <디펜스 21 플러스> 편집장의 분석이다.
 
김 편집장은 "무기 도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그 비용과 도입조건을 꼼꼼히 따져본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을 무기도입을 일단 먼저 결정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했다면 큰 문제"라며 "현 상황에서 록히드 마틴이 개발비를 한 푼도 보태지 않은 한국에 저렴한 가격으로 F-35를 팔 것이라고 기대를 하는 것은 어떻게든 조기에 F-35를 판매하려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당장 시급한 무기가 아니라면 도입 여부를 차기 정권에 넘겨 타당성을 충분하게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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