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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영입 인재 “원자력, 하나님이 만든 에너지”

정범진 경희대 교수 1년전 기독교매체 글·인터뷰 논란 “과학과 종교 구분못해 신뢰 떨어져” 비판에 “우주질서를 하나님으로 바꿔 표현”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승인 2019.11.04 20:32


자유한국당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1차로 영입한 과학분야 인재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1년 전 기고와 인터뷰에서 원자력을 “하나님이 만든(예비해둔) 에너지”, “하나님이 원자력이라는 막대한 에너지를 숨겨놓으셨다”고 주장한 게 드러났다.


이에 문재인 정부의 이념적 정책을 과학으로 맞서겠다면서 원자력을 하나님에 비유한 학자를 영입한 것은 신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31일 과학(탈원전) 분야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념에 치우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붕괴된 원전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며 “경도된 이념으로 핵공포를 조성하면서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하고 원전산업을 붕괴시키려는 선동과 이에 편승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맞서 힘을 모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정범진 교수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박사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초기 탈원전 정책에 저항하는 언론활동으로 정책의 문제점을 제기, 신고리5·6호기 건설 공론화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1년 여 전 한 기독교매체에 기고와 인터뷰를 통해 원자력을 ‘하나님’과 결부시킨 주장을 잇따라 펼쳤다. 정 교수는 ‘코람데오닷컴’이라는 기독교매체에 지난해 8월3일 특별기고한 ‘5년 정부의 영원한 탈원전 행보’라는 글에서 “원자력, 하나님이 예비해 놓으신 에너지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명은 ‘번성하라’는 것이고 과학자들은 이 계명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하나님이 주신 지력으로 하나님이 숨겨놓으신 진리를 하나씩 찾는 것 뿐”이라며 “인구는 점점 늘어나는데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다가 보니 황폐해지고 석탄과 석유를 잘 쓰고 있었는데 기후온난화라는 문제가 생기고 하니 이때를 대비해서 하나님은 원자력이라는 막대한 에너지를 숨겨놓으셨다”고 썼다.


앞서 정 교수는 지난해 5월9일 같은 매체와 특별 인터뷰(‘탈핵, 평화인가 재앙인가?’)에서도 같은 주장을 폈다. 정 교수는 “원자력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태초부터 존재해 (왔고)… 원자력 에너지는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나는 원자력을 하나님이 예비해 두신 에너지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교수는 “처음에는 나무를 때다 숲이 황폐해져 어느 날 돌(석탄)에서 에너지가 발견되었고, 다음에는 땅속 샘에서 기름이 나오고 가스가 나왔다”며 “땅에 충만하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대로 인구가 증가했는데 그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서 주님이 핵에너지를 준비해 놓으셨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하나님께서는 인류를 위해 이런 에너지를 예비해 놓으셨고 과학자들은 그것을 찾아낼 뿐”이라며 “따라서 신앙과 원전은 양립할 수 있다”고 논리를 폈다. 


핵에너지가 자연에 애초부터 있었다 해도 그것이 하나님이 만들어 숨겨놓았다고까지 주장하는 것이 과학의 언어를 써야할 원자력공학자가 쓸 표현인지 의문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지난 7월 집회에서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정범진 페이스북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지난 7월 집회에서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정범진 페이스북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자유한국당에 가입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니 할 말은 없다”면서도 “과학자는 모든 것을 과학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평소에 얘기했던 교수가 ‘원자력은 하나님이 예비해둬야 한다’는 주술적인 표현을 쓴 것은 신뢰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자칫 국민들이 그를 광신도라 오해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과학의 문제를 정치나 종교로 비화시켜 특정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것은 평소 자신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뿐”이라며 “저런 주장에 과연 동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기독교 매체에 목사 기자와 인터뷰나 기고에서 한 말이고 학생이나 비기독교인에게는 이 같은 말을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정 교수는 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원자력을 하나님이 만든 것이라 주장한 이유를 두고 “우선 우주의 기존 질서와 자연법칙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해서 이용하게 하는 것이 과학자의 역할이며 둘째 과학과 우주의 질서에 크리스찬으로서는 하나님이 창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크리스찬이 아닌 사람이나 학생에게 이 같은 주장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크리스찬 매체인 코란데오 닷컴의 목사 기자와 인터뷰에서 기독교 신자인 내가 얘기한 것이며, ‘우주의 질서’를 ‘하나님’으로 바꾼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인재’로 가겠다고 수락한 이유를 두고 정 교수는 “정치경험도 없고, 정치를 잘 모르고, 연구하던 사람이 정치로 나오는 건 불행하며 정치에 큰 뜻도 없다”면서도 “하지만 원자력계가 탈원전 정책이 결정됐을 때 국민과 소통하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정책을 막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원자력 관련 사실을 바로 알리는 데 기여하고자 수락했다”고 답했다. 한국당에 가입했다는 정 교수는 비례대표 제의를 받았는지 묻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과학자의 정치권 행보는 수십년 간 쌓은 과학적 지식을 특정정파에 활용하게 되는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정 교수는 “양날의 칼”이라며 “긍정적인 면은 정치나 사회에 과학적 합리성과 전문성 측면에서 기여하는 것인 반면, 부정적 효과는 기자가 말한 그런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어 한국당의 정 교수 영입을 두고 “국민 안전을 내팽개친 정당임을 분명히 했다”며 “정범진 교수는 그동안 찬핵 입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온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인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바다 방출에도 정 교수는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원전 사고 당시에도 동해로 많은 양의 방사성물질이 흘러 들어왔지만 국내에 큰 영향은 없었다”, “현재 방사성물질 규모가 당시보다 훨씬 적은 양인 만큼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짚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와 국민들이 합심해서 펼치고 있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바다 방출 반대’ 노력마저 ‘비과학적’, ‘방사선 공포’로 매도하는 인물을 영입한 것에 대해 국민들은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범진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났을 때 엄청난 방사성물질이 바닷물로 방출됐고, 사후 수습과정에서도 많이 방출됐다”면서도 “그후 9년이 흘렀지만 환경과 바닷가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현재 방출하겠다는) 후쿠시마 오염수 양은 8년전보다 더 적고, 보관하고 있는 양도 적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가 지난해 8월3일 기독교매체 코란데오 닷컴에 특별기고한 글에서 원자력은 하나님이 예비해주셨다고 주장했다. 사진=코단데오닷컴 사이트 갈무리

▲정범진 경희대 교수가 지난해 8월3일 기독교매체 코란데오 닷컴에 특별기고한 글에서 원자력은 하나님이 예비해주셨다고 주장했다. 사진=코란데오닷컴 사이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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