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seoulfn.com/news/articleView.html?idxno=124711 

민영화, 신앙인가
데스크승인 2012.02.03  03:05:53  홍승희 | buslog@hanmail.net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위한 정부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정권 말기에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과거에도 이런 사례의 끝이 좋았던 적은 없는데.

일단 산은지주 강만수 회장의 소신과 정치력이 한 몫을 하며 정부 지분 산업은행은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100% 정부 재산인 산업은행이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참 이상한 논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통용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정부가 공공이 아니면 어느 개인의 민간 재산이라도 된다는 얘기인가.

오로지 팔기 좋은 떡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겠다는 셈법에만 몰두한 까닭일 터다. 공공기관으로 묶여있으면 경영진의 인사권이 제약을 받는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제까지의 매우 잘못된 관행일 뿐 법률적 제약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최고 경영진에 대한 인사권은 엎어 치나 메치나 온전한 주인인 정부가 가질 텐데.

산업은행이 그간 해온 역할을 봐서나 사업의 내용으로 봐서나 아무래도 민영화하는 게 정답인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일단 정부가 그렇게 밀어붙이기로 했으니 그런가보다 싶어 지켜볼 도리밖에 없는 듯하다.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에 목매다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기업의 경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이 늘 도마 위에 오르곤 했으니 그 주장이 일방적으로 비판될 일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어차피 정부가 팔겠다고 내놓는 매물들은 그나마 공기업 가운데서도 사업성 확실한 알짜배기들이니 적자 공기업 정리 차원이라면 말이 앞뒤가 잘 안 맞는다.

현재 산업은행과 더불어 민영화 대상 공기업으로 일반 대중들 눈에 가장 잘 띄는 기업은 아마 KTX일 성싶다.

만성적인 적자기업으로 낙인찍힌 코레일은 지금 한창 유일한 흑자 부문인 KTX를 민간기업들이 먹기 좋은 떡으로 재가공 하는 중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대규모 인원감축이었다. 지난해에는 5500여명의 직원이 뭉텅 잘려나갔다.

그런데 그 코레일이 근래 들어 자주 크고 작은 운행사고를 내며 대형 뉴스를 양산해내고 있다. 그 가운데 유독 흑자를 내고 있는 고속철도 KTX는 지난해부터 잇단 고장과 사고를 일으키더니 올해 들어서는 벌써 몇 차례 정차할 역을 지나쳐 가다 역주행하는 황당한 사고까지 내고 있다.

코레일이 얼이 빠진 것 같다는 소리도 들린다. 흑자기업 만들어 매각하는 데만 신경쓰다보니 승객 안전은 뒷전이었던 것이다. 최소한의 안전을 담보할 인력조차 감축시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는 2월2일에는 전철이 탈선 사고를 냈다. 그것도 하필 승객이 가장 몰리는 출근시간대에.

사고 원인을 두고 이런 저런 해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전까지 없던 사고들이 근래 들어 갑자기 줄을 잇는 것은 근래의 변화된 그 무엇이 원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경영 효율성을 높여 민영화로 나아가겠다는 현 정부의 너무 강력한 의지와 그 의지에 무조건 충성하는 경영진이 ‘당장의 이익=효율’이라는 생각에만 빠져 국민의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었던 결과일 것이다. 실제로 사고가 빈발한다면 종내에는 그 손실이 늘어난 이익을 갉아먹을 수도 있을 테지만 그건 관심 밖인 듯하다.

그간 여기저기서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은 가장 우선적인 이유는 무조건 이익만 내라는 인사권자의 주문에 최소한의 안전 인력조차 확보하지 않고 머리수 채워 잘라내기에 급급했던 경영자들의 무책임이다. 또 그 뒤에는 국민의 기본권을 위해 적자를 감수해야 할 부문에 대해서조차 ‘이익을 내라’고 닦달한 우리 사회, 특히 정치권의 가치 전도에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무책임한 경영진을 내보내며 채근만 하는 인사권자에게 있다. 효율도 좋고 민영화도 좋지만 그게 누굴 위해, 무얼 위해 하느냐를 좀 생각해가며 할 일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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