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tapa.org/article/CsNi_


[전두환 프로젝트] ⑩ 뉴스타파, 전두환과 잔당 무더기 포착...다시 책임을 묻다

강민수 2019년 11월 07일 19시 27분



뉴스타파는 <민국100년 특별기획: 누가 이 나라를 지배하는가>의 일환으로 ‘전두환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전두환 세력이 쿠데타와 광주학살로 정권을 탈취한 뒤 부정하게 축적한 재산을 환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이 땅에 정의를 세우기 위한 기획입니다. 12·12군사반란 40년을 맞아 준비한 ‘전두환 프로젝트’는 오는 12월까지 방송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 노신영 전 총리 빈소에서 만난 전두환. 전 씨는 “광주학살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는지”를 묻는 뉴스타파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12·12군사반란 40년을 맞은 올해, 오랜 추적 끝에 전두환과 그 잔당들을 무더기로 카메라에 포착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12·12 군사반란과 광주학살의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들은 “정치적 재판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이 처벌받은 5·18 특별법도 부정했다. 전두환은 “광주 학살 희생자들에게 사과하실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전두환 일당을 만난 곳은 전두환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노신영 씨의 빈소에서다. 빈소가 차려진 곳은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이었다. 지난 10월 21일 별세한 노 전 총리는 전두환 정권에서 외무부 장관을 시작으로 국무총리(1982년), 국가안전기획부장(1985년)을 지냈다. 


빈소 조화에 노태우는 이름만, 전두환은 ‘제12대 대통령’


▲ 노신영 전 국무총리 영정 왼쪽에 전두환과 노태우의 조화가 놓였다. 이름만 써놓은 노태우와 달리 전두환은 자신의 이름 앞에 ‘제12대 대통령’이라고 적었다.


노신영 전 총리의 빈소에는 정·재계 인사들의 방문이 5일장 내내 이어졌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CJ그룹 손경식 회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빈소에는 각계에서 보낸 조화들이 줄지어 놓였다. 12·12군사반란의 주역인 전두환과 노태우의 조화는 영정의 가장 가까운 곳에 나란히 놓였다. 이름만 쓴 노태우와 달리 전두환이 보낸 조화에는 ‘제12대 대통령’이라는 호칭이 붙어 있었다. 


노신영 씨의 빈소에서 제일 먼저 만난 5공 관련 인물은 뜻밖에도 노태우의 장남 노재헌 씨였다. 노 씨는 지난 8월, 광주 망월동의 5·18묘역을 찾아 광주학살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글을 남긴 바 있다. 하지만 노 전 총리 빈소에서 만난 노 씨는 뉴스타파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 5·18 묘역 가서 사죄하신다고 말했었는데, 공식적으로 입장 표명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이런 데 와서 그런 얘기할 계재는 아닌 것 같다. 기회 되면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다. 나중에 한번 연락달라.”


노재헌 / 노태우 씨 장남


신경질 내는 정호용, 박희도는 묵묵부답… 허화평은 가짜뉴스타령


▲ 노신영 전 총리 빈소에서 만난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


뉴스타파가 노 씨 다음으로 만난 인사는 정호용이었다. 전두환과 육사 11기 동기인 그는 5·18 당시 특전사령관으로 광주를 오갔던 인물이다. 정호용은 공수부대가 전남도청에서 집단학살을 벌이기 직전인 1980년 5월 23일 ‘사태 조기 수습’이라고 적힌 전두환의 손글씨를 광주지역 계엄책임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던 사람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4월부터 정호용의 과천 집을 여러차례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으나, 결국 노 전 총리 빈소에서 정호용과 마주쳤다. 


뉴스타파와 만난 정호용은 광주학살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광주에 간 것은 특전사령관으로서 부대원들을 현장 지휘 부대인 전투교육사령부에 배속시키기 위한 임무였을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또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 시절 매입한 특혜성 부동산 소유에 대해서는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5·18 광주 희생자들에게 사과하실 생각이 있나? 

“내가 5·18하고 사실은 큰 관계도 없는 사람이야.” 


-5·18 때 광주 내려가셨으니 광주학살에 대해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내가 특전사령관이니까 광주에 갔지, 그거 밖에 없는데 뭘…” 


-일각에서는 광주학살 당시 전두환 씨가 광주에 내려갔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인가?  

“또 시작이네. (전두환은 광주에) 안 왔다.” 


-전두환 씨와 같이 광주에 간 것 아닌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렇게 하니까 내가 신경질이 난다.” 


-재산이 1000억원이 넘던데, 이것은 5공 비리와 관련된 거 아닌가?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라.” 


-광주 희생자에게 사과하실 생각 없나?  

“...”

정호용 / 5·18 당시 특전사령관


12·12 당시 1공수여단장이었던 박희도는 전두환의 지시에 따라 휘하 병력을 이끌고 국방부를 무단 점령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1999년 7월, 군사반란과 내란죄로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박희도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았고, 오히려 역사왜곡에 앞장서 왔다. 뉴스타파는 박희도에게도 전두환 쿠데타에 대한 책임을 물었지만, 그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 노신영 전 총리 빈소에서 만난 허화평 전 보안사 비서실장


전두환의 비서실장이었던 허화평은 한때 5공의 2인자로 군림했다. 전두환 정권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그리고 이후 국회의원도 두번이나 지냈다. 이후 내란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지만, 지금까지 전두환이 설립했던 미래한국재단을 이어 받아 이사장을 맡아왔다. 허화평은 방송에 나가 광주학살의 피해자들이 먼저 가해자를 용서해야 한다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지난 4월, 뉴스타파의 카메라에 잡혔지만 허화평은 당시 아무 말도 없이 자리를 피했다. 노신영 전 총리 빈소에서 다시 만난 허화평은 “국민 앞에 사과하실 생각이 있나”라는 질문에 “12·12에 대해 무엇을 알고 싶냐”, “반성했는지 안 했는지 어떻게 아냐”는 식의 답을 하며 자리를 피했다. 


-올해가 12·12 군사반란 40주년이다. 국민들 앞에 사과할 생각이 없나? 

“12·12에 대해 뭘 알고 싶나? 아직도 모르는 게 있나?”


-신군부가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국민 앞에 사과도 하지 않았는데... 

“나 보고 하는 얘기인가? (내가) 반성했는지 안 했는지 어떻게 아나?”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는) 미래한국재단이 ‘리틀 일해재단이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5공 비리로 만들어진 재단이라는 지적이다. 재단을 사회에 환원할 생각은 없나? 

“제대로 알고 물어봐라. 모르고 물어보면 안 된다.”

허화평 / 12·12 당시 보안사 비서실장


반기문 극빈 대접받은 전두환, 그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 노신영 전 국무총리 빈소에서 만난 장세동 전 안기부장


뉴스타파는 노신영 씨의 빈소에서 12·12 군사반란의 또 다른 주역이자, 전두환 정권에서 청와대 경호실장과 안기부장을 지낸 장세동도 만났다. 하지만 장세동 역시 광주학살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전두환과 그 부하들이 형사처벌을 받았던 근거가 된 5·18특별법까지 부정했다. 


-5·18 때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광주에 왔다는 주장이 있다.  

“보안사령관님은 보안사령관님의 일정이 있다. 내가 어떻게 다 알겠나.” 


-1996년도 (역사바로세우기) 재판 때는 전두환 씨가 법적 책임을 다 받았는데.  

“전두환 대통령이 처벌받은 5·18특별법은 처벌 시효도 다 지난 뒤 만들어진 소급입법이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더 얘기하지 말라.”

장세동 / 5·18 당시 특전사 작전참모


▲ 노신영 전 국무총리 빈소에 나타난 전두환(오른쪽).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전두환 일행을 맞았다.

노 전 총리 5일장 내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상주역할을 하며 빈소를 지켰다. 반 전 총장은 노신영 씨가 국무총리였던 1985년, 국무총리 의전비서관을 지냈다. 노 전 총리는 반 전 총장의 스승이자 멘토로 알려져 있다. 


노 전 총리의 장례 4일째인 지난 10월 24일 오후, 갑자기 빈소 주변이 분주해졌다. 경호원 숫자가 늘어나며 경계가 삼엄해진 것이다. 곧이어 검은색 에쿠스 차량이 도착했고, 이 차에서 전두환이 내렸다.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도 동행했다. 


전두환을 반갑게 맞은 사람은 반기문 전 총장이었다. 전두환이 차에 내리자 반 전 총장은 전두환에게 “저 반기문입니다”라고 인사했다. 전두환은 “알아요, 반기문이 모를까봐”라고 답했다. 반 전 총장의 안내로 전두환은 20분 넘게 빈소에 머물렀다. 장세동, 박희도 등 5공 인사들이 전두환과 함께했다.  


뉴스타파는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전두환에게 “광주 유가족, 희생자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는지”, “12·12 40년을 맞아 피해자들에게 할 말은 없는지” 등을 물었다. 하지만 전두환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빈소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전두환의 경호원들이 뉴스타파의 취재를 막고 제압하며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뉴스타파가 전두환 쿠데타의 시작점이 된 12·12군사반란 40년을 맞아 준비한 ‘전두환 프로젝트’는 전두환과 그의 잔당들에게 역사적 책임은 물론, 민형사상 책임을 다시 묻기 위해 시작된 기획이다. 지난 8월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전두환과 그의 일당들이 광주학살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법적 책임도 지게 되는 날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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