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2500&key=20100323.22022201827


초원에서 한반도까지 <27> 외계인의 모습을 한 초원의 샤먼

`시베리아의 고대 우주인` 석판그림 속 그들은 누구일까

알타이 초원 마을 오제르노예에서 1976년 무덤 발굴

몇년 뒤 카라콜에선 완벽한 채색그림 '카라콜문화' 발견

사람 몸·짐승 얼굴 반인반수 형태, 동물 치장 사람들…의식거행 샤먼 모습

외계인說 주장보다 몽골인종 계통 생존과 정신문화 소산으로 봐야

국제신문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입력 : 2010-03-22 20:33:07 |  본지 22면


카라콜문화 유적에서 발굴된 무덤. 무덤벽에 기괴한 모습의 그림이 그려진 카라콜문화권의 유적.


 요즘 부쩍 필자에게 2012년 세계종말론이나 고대문명과 우주인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개봉했던 영화 '포스 카인드(Fourth Kind)'와 '2012' 때문인 것 같다. 특히 '포스 카인드'는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관심과 고대문명에 대한 환상을 결합시킨 것이다. 물론 이 영화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린 극영화)이지만 외계인이 고대 수메르어를 하는 상황을 설정해 수메르 문명을 창조한 주인공이라는 암시를 강하게 주었다. '고대문명'이라는 단어는 많은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마야의 팔렌체 석판, 인더스문명 리그베다에 나오는 불타는 전차, 성경 에스겔서 1장, 수메르의 불타는 로켓, 피라미드, 메소포타미아의 신비한 점성술 등 세계 각 지역 문명에서 '외계인'이 만들었다고 하는 유물이 종종 등장한다. 그리고 약 4000여년 전 알타이의 한 자락에서 살던 작은 집단이 남긴 무덤에는 우주인과 흡사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시베리아의 고대 우주인'이라는 제목과 함께 종종 미스터리 관련 저작물에도 등장하는 이 그림의 정체는 뭘까.


■ 외계인을 그린 듯한 카라콜 유적


카라콜문화권의 무덤에 그려진 다양한 형태의 사람 그림.


1976년 알타이 초원의 작은 마을인 오제르노예 근처에서 공사 중 이상한 그림이 그려진 석판과 인골들이 발견됐다. 이후 그 사실을 알게 된 고고학자 포고제바와 쿠바레프가 정식으로 이 유적을 발굴했다. 알타이 초원의 무덤은 대부분 나무로 관을 짜서 넣는 목관묘인데, 오제르노예의 무덤은 돌로 석판을 만든 것으로 보기 드문 것이었다. 더욱이 무덤 벽을 이루는 석판에는 팔다리가 길쭉한 이상한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 아닌가.


몇 년 뒤 알타이주 온구다이군의 카라콜마을 근처에서는 완벽한 채색그림이 그려진 무덤이 발견돼 이 이상한 그림을 남긴 사람들을 '카라콜문화'라 부르게 됐다. 카라콜의 그림은 무덤벽을 석판으로 만들고 그 석판 위에 사람이나 짐승을 그린 것이다. 이제까지 알타이에서는 돌을 쪼아 만든 암각화만 발견됐는데, 최초로 채색그림이 나온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그림의 내용이었다. 머리에서 광채가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손발은 길어 마치 외계인의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또한 팔이 새 깃털처럼 그려진 사람, 얼굴이 개구리인 듯 한 사람 등 그 기묘한 형상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사방의 무덤벽에 목탄에 황토를 섞어 황색, 붉은 색, 흰색 등을 칠한 이 그림들은 무덤벽을 장식했다는 점에서 벽화의 아주 초기 형태라 할 수 있다.


■ 그들은 우주인인가, 샤먼인가


마치 우주인을 그린 듯한 그림.


카라콜 석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몸통은 사람이지만 사지와 얼굴은 짐승 형태를 띤 일종의 반인반수다. 짐승 가면을 쓰고, 장갑과 날카로운 발톱이 남아 있는 신발을 착용했다. 꼬리가 달리고 짐승가죽으로 만든 옷 등 전반적인 형태는 짐승을 의인화하여 의식을 거행하는 샤먼의 모습이다. 손발의 모양이 역동적인 것으로 보아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짐승의 모습을 하고 춤추는 의식의 한 장면일 수도 있다.


왜 이런 벽화가 죽은 사람의 무덤방 사방에서 마치 죽은 자를 에워싸듯 그려져 있을까. 죽은 자를 위로하며 제사를 지내는 광경일 수도 있다. 아니면 사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정령일 수도 있다. 수많은 상상과 가능성이 있겠지만, 실제로 이 괴수들의 의미를 규명할 만한 유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제까지 겨우 4개 유적만 발견됐기 때문이다. 단지 출토된 인골은 몽골인종이며, 목축이 발달하지는 않았다는 정도밖에 모른다.


 

카라콜문화가 발생할 당시 초원은 어떤 상황이었을까. 알타이에서는 기원전 3500~2500년께 목축을 하던 유럽 계통의 아파나시에보 문화가 밀려오면서 목축이 시작됐다. 그리고 기원전 17~13세기에는 전차를 몰던 인도-아리안계 사람들의 안드로노보 문화가 유입됐다. 카라콜 문화는 바로 두 유목문화 사이에 등장한다. 또 카라콜 문화와 비슷하게 괴수를 돌에 그려 남긴 사람들이 알타이산맥과 바이칼 호수의 중간지대에 해당하는 미누신스크라는 분지에서 등장한다.


이 사람들은 오쿠뇨보 문화라 불리는데, 카라콜 문화와 비슷한 때인 기원전 2000년께 돌로 만든 무덤과 기묘한 형태의 사람들이 새겨진 선돌을 남겼다. 이들은 채색그림 대신 괴수와 기묘한 형상의 사람을 새긴 돌기념비를 세웠다. 얼굴에 관을 쓰고 창을 든 사람과 복잡하게 그려진 맹수 그림은 얼핏보면 마야 예술과도 비슷하고, 아프리카 민속품인 것도 같다. 카라콜문화에서도 오쿠뇨보에서 발견된 짐승과 비슷한 형태의 그림이 발견돼 미누신스크의 괴수그림 전통이 알타이로 전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인류가 남긴 생존과 문화의 증거로 봐야

양서류나 맹수류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그림.


시베리아에 유목문화가 밀려오기 전부터 동아시아는 샤먼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종교문화가 발달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샤먼의 전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목축을 하던 초원인은 서쪽에서 밀려온 유이민이기 때문에, 시베리아와 한국의 샤먼문화와는 다소 달랐다. 기원전 20세기께 카라콜과 오큐뇨보 문화에서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결합한 샤먼 모습이 초원에 등장한 것은 지리환경의 변화에 따라 유목문화가 감소하고 다시 사냥과 채집 등의 경제로 바뀌는 것과 관련이 있다.


즉, 초원의 목축경제가 약화되면서 이 지역에 살던 몽골인종 계통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신문화인 샤먼을 구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몇 년 전 카라콜문화를 연구한 쿠바레프 박사가 한국에서 이 문화를 소개하자, 카라콜 그림을 고구려 벽화의 시원으로 보는 견해도 있었다. 하지만 시기적·공간적으로 직접적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시베리아의 이러한 독특한 정신문화가 한반도 고대문화의 연원에 대한 직접적 증거가 아니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는 빙하기 이후 아시아를 지배한 정신문화가 발현된 또 다른 증거로 보면 되기 때문이다. 또 초원이 다양한 문화의 교차점이라는 사실이 다시 증명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 문화를 남긴 사람들의 구체적인 모습은 아직도 거의 아는 바가 없다. 유일한 희망이라면 카라콜유적은 여전히 발굴되지 않은 무덤이 많아, 추가 조사라도 한다면 내막을 더 알 수 있을 것이다.


■ 조금 뒤엔 주판도 신비한 유물이 될 수 있다


필자가 유학 시절 카라콜문화의 석판에 새겨진 개구리 모양의 사람을 직접 본 순간 엉뚱하게도 1980년대 중반 한국에서 방영된 미국의 외계인 드라마 'V'가 떠올랐다. 외계인이 가면을 찢자 그 안에서 흉측한 파충류 모습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외계인의 모습은 인간 신체구조를 기본으로 해 문어 파충류 양서류 곤충 등 자연계 여러 생물의 모습을 조합한 것이다. 과거 사람들이 샤먼과 정령의 모습을 다양하게 결합한 것과 기본적으로 같다.


왜 사람들은 UFO와 외계인의 존재에 관심을 가질까. 초월자의 존재를 바라는 불완전한 인간 존재가 낳은 산물은 아닐까. 물론 외계인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아직 외계인과 만나본 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인간의 본능이 낳은 산물로 생각될 뿐이다. 우리가 신비하게 생각하는 고대문명도 사실은 다양한 기후환경에서 자신의 문화를 꽃피운 흔적이다. 바빌론이나 마야의 점성술은 농사를 짓고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기후와 환경을 알려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또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빈번한 범람으로 농경지가 침수된 탓에 발달한 측량기법 덕에 지을 수 있었다.


최근 경우를 봐도, 한때 흔했던 주판이 지금은 보기 힘들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주판도 신기한 유물이 돼 있지 않을까. 우리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고대문명도 단순히 신비와 흥미에 치중하기보다 우리와 똑같은 인류가 다양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나가며 남긴 유산으로 봐야 한다. 단순히 외계인이 고도의 기술을 전해줬다는 믿음은 인간이 이 땅에서 살아온 과정을 부정하는 것일 뿐이다.


고대문명이 몇 년에 지구가 망한다고 말했는지 찾을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고대문명의 멸망 과정 자체가 곧 우리에게 내리는 경고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지리환경에 순응하지 못하거나 자연에 맞서 자연을 파괴한 문명은 살아남지 못했다. 이 이상 현대문명에 필요한 '예언'이 있을까.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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