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609


‘이만갑’ ‘모란봉클럽’ 탈북자 증언 어디까지 진실?

과장·왜곡된 탈북자 출연 예능프로, 남북 화해 저해…사실 검증 시스템 마련 필요

박서연 기자 psynism@mediatoday.co.kr 승인 2019.11.14 10:31


“‘억대 클럽’이라는 단체가 있다. 그곳엔 ‘탈북자는 방송에 나가야 살 수 있다’는 구호가 있다. 탈북민은 방송에서 자극적으로 발언하고 방송은 이를 내보낸다. 평화와 번영의 시대에 통일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언론은 민족을 위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김련희 평양시민)


▲ 채널A 북한이탈주민 증언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  프로그램 방영화면 갈무리.

▲ 채널A 북한이탈주민 증언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 프로그램 방영화면 갈무리.

 

북한 증언프로그램에 나오는 탈북민의 발언이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됐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언론인권센터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북한 증언프로그램의 명암’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토론회는 뉴스통신진흥회가 후원했다.


강주희 사회학 박사는 ‘북한이탈주민 증언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객관성 비평’ 관련 “북한이탈주민이 출연해 북한 이야기를 하는 예능프로가 인기다. 하지만 방송을 본 북한이탈주민들은 방송 내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개인 경험을 이야기한다 해도 객관적 사실조차도 왜곡이 많다. 프로그램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 문제를 관심 있게 살펴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강주희 박사는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지난 3개월간 북한이탈주민 증언프로그램을 모니터링했다.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와 TV조선 ‘모란봉 클럽’ 등을 중심으로 살폈다.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는 2011년 개국과 동시에 시작해 8년째 이어지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 TV조선 북한이탈주민 증언프로그램 ‘모란봉 클럽’ 방영화면 갈무리.

▲ TV조선 북한이탈주민 증언프로그램 ‘모란봉 클럽’ 방영화면 갈무리.

 

모니터링 결과 △북한체제에 대한 왜곡 △북한의 비정상 국가 이미지 △북한 지도층 과장·희화화 △본인과 관련한 사실 왜곡 등이 객관성·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분석했다.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프로그램은 381화에서 한 탈북민이 “북한에서 민주주의, 인권, 보편적 인류애 등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인터뷰 내용을 내보냈다. 이에 강주희 박사는 “북한체제에 대한 왜곡이다. 말이 안 된다. 북한이라는 국가명 안에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들어가는데 그 단어를 생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하는 건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강주희 박사는 “남한 이야기는 객관성을 따져볼 수 있지만, 북한 이야기는 객관성을 따지기 어렵다. 검증하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은 그저 재미로만 북한 이야기를 소구하게 될 것”이라며 “독일은 통일 과정에서 방송 교류를 했지만, 한국은 아니다. 무차별적인 프로그램들이 북한의 나쁜 이미지를 고착화했다. 방송국은 북한 이야기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련희 평양시민은 “‘북한은 공개처형 시 총이 아닌 고무망치로 머리를 까서 죽인다’ ‘연탄 위에서 애를 낳다가 길가에 있는 깨진 유리 조각으로 탯줄을 끊는다’ 등 탈북민이 TV에 나와 말도 안 되는 비상식적인 발언을 한다”고 지적한 뒤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북한’이라는 프레임이 쓰이면 믿더라. 판단력이 흐려지더라”고 토로했다.  


▲ 토론자로 나선 김련희 평양시민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북한이탈주민 증언프로그램 허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토론자로 나선 김련희 평양시민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북한이탈주민 증언프로그램 허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김련희씨는 언론이 북한 왜곡에 일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련희씨는 “이주민 프로그램을 보면 모국에 대해 아름다운 추억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탈북민들은 TV에 나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며 “국가보안법 문제도 있지만, 언론이 과장된 인터뷰를 검증 없이 그대로 내보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강철 유튜브 ‘왈가왈북’ 진행자도 “주변 탈북자들은 두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 TV에 출연하는 탈북자들이 자신들의 경력을 부풀리고 과장하는데 들어보면 말이 안 되는 내용이 많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를 알면서도 바로잡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사회자를 맡은 윤석년 광주대 교수도 “미디어가 묘사한 현실은 실제 현실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언론의 현실을 실제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역시 “종편 예능이 나오며 흥미 위주로 강화됐다. 두 종편의 북한 관련 예능프로그램 경쟁이 과장·왜곡된 발언들을 확대 재생산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은 북한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탈주민 증언프로그램은 최소한의 사실확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민수 MBC 통일방송추진단 부장은 “KBS ‘남북의 창’ MBC ‘통일전망대’는 시사교양프로그램이다. 반면 TV조선과 채널A는 예능프로그램으로 북한 소식을 다루는데, 언론의 기본원칙에 소홀해진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검증할 만한 시스템이 없다는 게 큰 문제”라고 판단했다. 


서민수 부장 발언에 따르면 MBC ‘통일전망대’는 탈북민이 증언하는 코너에서 북한 관련 전문 교수나 연구학자 등 전문가를 함께 출연시켜 사실과 다른 내용 발언을 방지한다. 또 김현경 MBC 북한전문기자가 해당 프로그램 데스킹을 맡고 있어 오류를 바로잡는 과정도 거친다고 밝혔다. 


권현정 언론인권센터 언론피해구조본부 실행위원(변호사)는 “현재 북한 관련 왜곡 방송을 하면 법적으로 제재할 규정이 없다”며 “방송법 안에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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