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93492&PAGE_CD=N0120 

20년 가꾼 벚나무 400여 그루, 4대강 사업에 '싹쓸이'?
주민들이 심고 가꾼 벚나무, 저수지 둑 높이기로 사라질 위기
12.02.04 16:33 ㅣ최종 업데이트 12.02.04 16:33  김종술 (e-2580)

▲ 봄이면 고성저수지 주변에 만개해 휘날리는 벚꽃으로 인해 꽃도 사람도 절정을 이루는 최고의 나들이 장소로 주목을 받는 곳이다. ⓒ 김종술

한국농어촌공사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충남 공주시 정안면 고성저수지(88만9000㎥)에 157억 원을 투입해 둑 높이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다.
 
20년 전, 정안면 고성리에 있는 교회와 지역 주민들이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벚나무 1000그루 정도를 고성저수지 둘레에 심었다(400여 그루). 하지만 한국농어촌공사가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하면서 벚나무를 다 베어버릴 거라는 사업 계획이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사업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 지역 주민은 "정부에서 주겠다는 보상금(1억1000만 원)도 포기했다"며 "그저 우리가 가꾸고 키운 벚나무가 공사에 방해가 된다면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은 뒤 공사가 끝나면 원래 자리에 그대로 심어달라는데, 돈으로 받아가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저수지와 벚나무 때문에 마을이 되살아났다"
 
▲ 3일 찾아간 고성저수지 주변에 눈이 내리면서 한폭에 동양화를 연상케 하지만 벚나무 둘러진 띠가 어딘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 김종술

2월 3일, 현장을 찾아간 기자에게 고성교회 성시일 목사는 지난 날을 회고하며 말했다.
 
"1994년 '아름답고 쉼 있는 마을 가꾸기' 생각을 구상하면서 지역 주민과 여러분의 조언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벚나무 1000그루 정도를 구매해 밭에다가 심었습니다. 2년 후 다른 교회의 도움을 받아 벚나무를 심는데 당시 전병용 시장이 기념식수를 하겠다고 연락이 오더군요. 또 면장님이 오면서 마을 주민들이 동참했어요. 놀이패와 함께 마을회관에서 잔치를 벌였던 기억이 납니다."
 
성 목사는 "벚나무를 심은 이후에도 3년 동안 공주시에서 제공해준 비료를 주고, 가지치기를 하면서 정성껏 관리했다"며 "그 와중에 마을 분들이 마음을 열고 동참해 거름도 주면서 힘을 모아 함께 가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성 목사는 공로를 인정받아 1994년 5월 3일, 이병하 공주군수(당시는 시 승격 전)로부터 표창장을 받고, 1997년 4월 17일 전병용 시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그에게는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다.
 
이어 성 목사는 저수지 주변에 심어진 벚나무 덕분에 2007년 농협중앙회 팜스테이(Farm stay)와 2008년 농업기술센터 녹색농촌체험마을, 같은 해 공주시 역점 사업인 5도2촌(5일은 도시에서 2일은 농촌에서) 사업을 유치했다. 또 이 지역의 자랑거리가 벚꽃이라는 점, 사진작가들로부터 '최고의 할미꽃 군락지'로 인기를 받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2007년 4월 '벚꽃이랑 풀꽃이랑'이란 축제를 개최했다.
 
'보상'이 아니라 '보존' 주장했지만...
 
성 목사는 "2010년 초 1차 공청회를 정안면 웅궁리 회관에서 한다고 들었다"며 "그때 참석은 못하고 벚나무가 심어진 동기나 과정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했다"고 밝혔다. 공청에 참석한 지인에 의하면 "지역주민의 의견을 받아 벚나무 보존 쪽으로 간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10년 4월쯤 성 목사는 당시 이장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이장이 벚나무 보상을 얘기했다. 성 목사는 "당시 '보상이 아니고 보존입니다'라고 의사를 밝혔습니다"라고 기억했다.
 
"나중에 확인 차원에서 한국농어촌공사 공주지사에 들어가 보상과장을 만나서 얘기를 들었습니다. '보상으로 계획이 잡힌 걸 보고 건의서를 제출했는데 봤느냐'고 물어봤더니 못 받았다고 하더군요. 보상과장이 '돈이 가장 적게 드는 쪽으로 해서 보상을 잡았다'고 말하길래 고성리에서 하는 3가지 사업(팜스테이, 녹색농촌체험마을, 5도2촌 사업)에서 벚나무가 차지하는 의미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보존하자고 재차 건의했습니다."
 
성 목사는 "지역 주민이 재산권 보상을 포기하고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보존해달라'고 하는데 '돈이 없다'는 소리만 반복하고, 손가락만 한 이팝나무만 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하더라"며 "그 계획을 듣고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성 목사는 지역 주민, 공주시의원과 함께 농어촌공사 공주지사를 방문했다. 당시 지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성 목사는 "마을에 벚나무를 심고 가꿔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었다는 뜻으로 표창장을 받았다. 이 정도의 가치가 있는 나무이니 보존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지사장은 "시에서 주는 표창은 공신력이 없으니 나무 등기를 가져오라", "팔아서 돈을 주든지 나무를 베어버리든지 다 우리 몫"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지사장은 "공주시에서 주는 표창은 우리와 관계가 없다는 뜻이며, 나무에 대한 등본이 없어서 보상을 하는 입장에서 지역주민들이 절충을 해오면 나무 값을 보상을 하고 이후에는 폐기를 시키든 이식을 하든 공사 사정에 의해 할 것"이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성 목사는 "벚나무는 '우리 마을 생명줄"이라며 "벚나무 덕분에 고성리에 관광객이 들어오고, 마을을 찾았던 관광객 중 아름다운 벚꽃과 자연환경에 반해 몇 가구가 이곳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고 말했다. 150여 명이 사는 이곳. 이곳 주민 중 70%가 70대 전후로 아침저녁으로 저수지를 돌면서 건강을 챙기고 산책을 즐긴다. 이곳의 산책로는 지역의 명소로 꼽히는데, 그 이유 역시 모두 벚나무 때문이다.
 
"1억1000만 원의 보상금과 나무 사용권한 등 최대한 지원" 
 
▲ 고성저수지 둑에는 '시집간 손녀 보러 가다가 지쳐 죽어 양지 바른 무덤가에 핀다'는 사연을 간직한 연 보라색 할미꽃이 4월이면 지천으로 널린다. ⓒ 김종술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공주지사 담당자는 "저수지 주변에 심어진 386주의 벚나무에 대해 감정평가액 1억1000만 원 정도의 보상금이 잡혀 있다"며 "성 목사가 국민권익위에 진정을 넣었는데, '주민과 원만히 협의해 처리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예산 절약을 할 수밖에 없으며 마을 대표인 이장님과 마을추진위원들과 원만하게 협의를 해서 최대한 지역주민의 피해가 없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우리가 나무를 다 베어버리면 큰일 났을 겁니다. 보호수와 같이 보존할 가치가 있다면 보존해야겠지만 벚나무는 속성수입니다. 우리도 지역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기 위해 최근 1년간 사업을 멈추고 주민들과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합의점에 도달한 것 같으니 조금만 지켜봐주세요."
 
이 담당자는 "서 목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식해서 다시 옮겨 심으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2~3배의 예산이 소요될 수 있다"며 "주민이 보상을 받고 나무를 마을에 옮겨 심는다든가 다른 방법으로 활용할 계획이 있다면 전력을 기울여 도와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둑 높이기 사업이 끝나면 농어촌 종합계발사업으로 고성리와 쌍달리를 연결해 마을 가꾸기 사업을 진행해 지역 주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제시했다.
 
한편, 농업용 저수지 증고 사업인 고성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은 올해 12월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 사업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홍수 및 가뭄의 피해가 점점 증가하는 실정에 비춰 하천의 홍수조절 기능과 하천유량 부족으로 인한 하천수 오염을 방지하고자 4대강 살리기의 일환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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