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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에스퍼는 주한미군 감축을 말하지 않았다

워싱턴=CBS노컷뉴스 장규석 특파원 2019-11-21 15:37 


필리핀서 기자회견 하는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사진=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1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내놓은 발언이 국내에서 논란이다. 그가 주한미군 감축의 여지를 두는 듯한 언급을 내놓아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방위비 협상의 지렛대로 쓰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그렇다면 과연 에스퍼 장관은 주한미군 감축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을까.


미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당시 에스퍼 장관은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했고, 회견 말미에 블룸버그 기자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블룸버그의 글렌 케리 기자는 "연말까지 한국과 분담금 협상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미 국방부의 다음 조치는 무엇인가. 한반도에서 미군 감축을 고려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에스퍼 장관은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 대해 나는 우리가 무엇을 하거나 또는 하지 않을지에 대해 예측하거나 관측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국무부가 이 논의를 이끌고 있고 나는 그들이 아주 유능하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영상에 나온 질문과 답변만으로 보면 크게 오해할만한 부분은 없다. 에스퍼 장관은 주한미군이 아니라 방위비 협상 전반에 대해(On SMA) 답변을 거절했고, 국무부가 해당 논의를 이끌고 있다며 질문을 국무부로 돌리는 어법을 사용했다.


당시 상황을 전한 로이터 통신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에스퍼 장관이 "미국이 무엇을 할지에 대해 말하는 것을 거절했다(declined)"고 보도했다.


다만 직접 해당 질문을 했던 블룸버그 통신의 경우,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에스퍼 장관이 "나는 우리가 무엇을 하거나 또는 하지 않을지에 대해 예측이나 관측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자의 질문 바로 뒤에 에스퍼 장관이 했던 "SMA에 대해"라는 말을 빼고 그 뒷부분의 문장만 전달했다. 기사를 읽기에 따라서는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 장관이 즉답을 한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미 국방부가 올린 영상에서 에스퍼 장관의 발언을 직접 들어본다면 큰 문제가 없었겠지만, 현장에서 속보로 올라온 로이터와 블룸버그 기사를 토대로 해당 소식을 급하게 국내 언론이 전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한국군 포사격훈련 참관. (사진=연합뉴스)


주한미군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한미동맹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고, 한국도 미국도 서로의 필요에 의해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는 점은 양국이 모두 주지하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 의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혹시라도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카드를 내놓지 못하게 아예 2019년 국방수권법을 통해 주한미군 규모를 2만2천명 이하로 줄이지 말라고 못을 박아놓은 상태다.


더욱이 미 의회는 지금 논의 중인 2020년 국방수권법안을 통해 아예 주한미군 규모 하한선을 2만8500명으로 더 늘려 잡았다.


2019년 국방수권법에는 해외주둔 미군 병력이 순환 배치되는 점을 감안해 어느 정도 인원 변동 여지를 허용했지만, 현재 논의되는 법안에서는 아예 그 변동도 현원 수준에서 최소화하겠다는 미 의회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이처럼 미국 대통령도 주한미군 규모에 대해서는 손을 대기 어렵도록 의회가 막아놓은 상황인데 국방장관이 이를 무시하고 관련 발언을 했다고 상상하기는 힘들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사진=박종민 기자)


게다가 에스퍼 장관은 불과 나흘 전 서울에서 채택된 제51차 SCM(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에서 직접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하기까지 했다.


에스퍼 장관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명백히 답변을 피했고, 그밖에도 여러 상황을 감안해 봐도, 장관의 발언이 주한미군 감축을 시사했다고 볼만한 근거는 매우 희박하다.


결국 원자료를 토대로 보면 굳이 없어도 될 논란이 불거진 셈이다.


실제로 로이터와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21일 다음 순방지인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렬되면 주한미군 1개 여단을 철수한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과장되거나 부정확하고 거짓된 기사를 매일 본다"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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