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912292231015


경제성 있고 멀쩡한 ‘월성 1호기’?…만성 적자에 안전 탓 2년 전 정지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입력 : 2019.12.29 22:31 수정 : 2019.12.29 22:34 


ㆍ‘가동 중단 결정’ 팩트 체크


경북 경주시에 있는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4일 표결을 거쳐 월성 1호기 영구정지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경북 경주시에 있는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4일 표결을 거쳐 월성 1호기 영구정지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국수력원자력이 신청한 ‘월성 1호기 운영변경허가(영구정지)’ 안건을 의결했다. 2017년 고리 1호기에 이은 국내 두 번째 영구정지인데 이번에는 유독 후폭풍이 거세다. 원자력계와 자유한국당 등은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느라 아직 경제성이 있고 멀쩡한 원전의 문을 닫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은 영구정지 의결을 한 원안위원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월성 1호기의 수명 만료와 연장 이후 과정을 살펴보면 이런 비판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월성 1호기 영구정지 논란에 대한 사실관계를 따져봤다. 


■ 멀쩡한데 탈원전 때문에 닫았나 


2017년 5월부터 안전 문제로 가동을 멈춘 상태인 월성 1호기를 ‘멀쩡한 원전’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월성 1호기는 1982년 가동을 시작해 2012년 설계수명 30년이 만료됐고, 2015년 원안위로부터 계속운전을 승인받아 2022년까지 운영할 수 있게 된 원전이다. 고리 1호기를 제외하면 가장 오래된 원전인 월성 1호기는 첫 수명연장 때부터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월성 1호기는 1970년대에 설계되고 1980년대 초반에 지어졌으며 1986년 체르노빌 사고를 계기로 원전 공급국인 캐나다가 도입한 최신기술기준(R-7)이 적용돼 있지 않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R-7은 월성 2~4호기에는 모두 적용돼 있다. 


월성 1호기는 수명연장 후인 2016년 설비고장으로 불시정지를 2차례 겪었다. 2017년에는 계획예방정비 도중 원자로 건물 콘크리트 부벽에서 결함이 발견되며 현재까지 장기간 발전이 정지됐다. 올해 들어서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속 냉각수가 지하수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 차수막이 손상됐을 것으로 판단돼 원안위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 계속 가동이 유리한가 


첫 수명연장 때도 안전 논란, 2017년 원자로 부벽 ‘결함’ 10년간 연평균 1036억 적자 


경제성 문제는 내년 초 결과가 나올 예정인 감사원 감사의 핵심이다. 한수원은 2018년 월성 1호기를 계속 돌리는 게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조기폐쇄를 결정했는데 한국당은 이 결정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고의로 축소한 결과라고 보고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했다. 감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국내 두 번째 노후원전이던 월성 1호기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연평균 1036억원의 적자를 냈다. 원전은 많이 돌릴수록 경제성이 높아지는데, 월성 1호기는 이용률이 90%를 넘었던 2008년과 2015년에도 적자였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앞서 외부 회계법인에 의뢰해 경제성평가 보고서를 받아봤다. 이 보고서는 월성 1호기의 이용률에 따른 ‘흑자 여부’가 아니라 ‘즉시정지와 계속가동 간 현금흐름 비교’를 산출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월성 1호기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이용률은 54.4%다.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할 경우와 평가 시점부터 수명이 끝나는 2022년 11월까지 4년4개월간 가동할 경우의 현금흐름을 비교했더니, 이용률 54.4%를 넘으면 즉시정지보다 계속가동이 더 이득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한수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포항·경주 지진 등을 겪으며 강화된 안전기준을 맞추려면 현실적으로 가동률을 그렇게까지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월성 1호기 이용률은 2016년 53.3%, 2017년 40.6%에 그쳤다.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이용률이 60%만 되더라도 계속가동이 즉시정지보다 이득”이라고 하지만 낙관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용률이 60%일 때 즉시정지와 계속가동 간 현금흐름을 비교하면 계속가동이 4년4개월간 누적 224억원 더 유리하다. 하지만 월성 1호기의 예상 일매출이 9억40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전이 22일만 불시정지되더라도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없다. 최근 월성 1호기가 고장으로 불시정지됐을 때 평균 정지일수는 26일이었다. 불시정지가 단 한 차례만 발생하더라도 조기폐쇄가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미 경제성평가 시점에서 상당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월성 1호기의 남은 가동 연한은 4년4개월이 아니라 2년11개월이다. 설사 이용률이 60% 이상으로 높아지더라도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 수명연장으로 설비보강 했나 


일각에서는 원안위가 2015년 월성 1호기의 10년 계속운전을 허가해 한수원이 수천억원을 들여 설비 보강공사를 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설계수명이 끝나기도 전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압력관 등을 교체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설비투자액은 5655억원이었고 금융비용 등을 더한 총액은 5925억원이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허가도 받기 전에 당연히 수명이 연장될 거라는 전제로 설비교체 공사부터 하는 원자력계의 잘못된 관행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서울행정법원도 2017년 원안위의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이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원안위의 심의 의결 전 계속운전을 위한 설비교체를 먼저 한 것은 위법일 뿐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미국은 80년까지 연장한다는데 


탈원전 정책 탓 조기폐쇄? 외국도 수명연장은 극소수, 안전·수익 따져 폐로 수순 


다른 나라는 원전을 설계수명보다 훨씬 오래 쓰는데 한국은 탈원전 때문에 원전을 조기폐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60년 운영허가를 받았던 플로리다 터키포인트 원전 3·4호기의 20년 계속운전을 최근 허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에도 수명이 연장되는 원전보다 설계수명에 앞서 조기폐쇄되는 원전이 더 많다. 


미국에서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설계수명이 남은 원전 9기가 경제성 문제로 조기폐쇄됐거나 폐쇄 절차가 시작됐다. 2025년까지 3기가 추가로 조기폐쇄될 예정이다. 월성원전과 비슷한 시기인 1983~1984년 가동이 시작된 캘리포니아의 샌 오노프레 원전 2·3호기는 2013년 증기발생기가 고장나자 운영사가 수리해도 경제적 실익이 없다며 조기폐쇄 결정을 내렸다. 올해도 운영허가 기간이 각각 2032년, 2034년까지인 필그림 원전과 스리마일 원전 1호기가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기폐쇄됐다.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사고 후 안전기준이 강화되자 원전 9기가 수명연장을 포기하고 폐로를 택했다.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이 영구정지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보편적인 일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 세계 원전 중 453기가 가동 중이고 55기가 건설 중이며 170기가 영구정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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