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90092


홍콩 범민주 압승 "하지만 변한 건 없다, 시위는 계속된다"

[현장] 정부에 등 돌린 선거 결과... 홍콩 시민들에게 물었다

19.11.25 12:10 l 최종 업데이트 19.11.25 13:48 l 글: 강연주(play224) 사진: 이희훈(lhh)


 구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24일 오전 홍콩 커즈웨이베이 커뮤니티센터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투표를 하기 위해 수백명이 줄을 서 한 시간이 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 했다.

▲  구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24일 오전 홍콩 커즈웨이베이 커뮤니티센터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한 시간 이상 기다리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 이희훈

 

"너무 긴장한 나머지 새벽 4시까지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혹시라도 결과가 예상한 것과 다를까봐. 전 민주당이 압승한 것을 보고나서야 잠을 잘 수 있었죠."


24일(현지 시각) 치러진 홍콩 구의회 선거 결과는 범민주 진영의 압승인 동시에 시위대의 승리였다. 


투표율도 71.2%로 역대 최고다. 4년 전 구의원 선거 투표율은 47%였다. 선거 당일인 24일에는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10시 30분까지도 투표장 인근에 유권자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시위에 참가했던 더피(Duffy, 24)씨는 25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홍콩 사람들 대부분 6월 12일 이후 계속되어 온 시위대의 요구 사항에 동의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정부에 등 돌린 홍콩 시민들

 

 홍콩 구의원 선거가 열린 24일 오전 홍콩 레이몬디 대학에 설치된 투표함이 봉인 되어 있다.  홍콩의 투표율은 71.2%로 집계되었으며 범야권 진영의 압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  홍콩 구의원 선거가 열린 24일 오전 홍콩 레이몬디 대학에 설치된 투표함이 봉인되어 있다. 홍콩의 투표율은 71.2%로 집계되었으며 범야권 진영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 이희훈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 시위대의 다섯 가지 요구사항이다. 


구의회 선거가 친중파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기존의 판세를 바꾸면서 이같은 시위대의 요구 사항도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전 7시 30분(현지 시각)기준 투표율은 72.8%다. 홍콩 범민주 진영은 전체 452석 가운데 328석을 확보했다. 반면 친중 진영은 5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세일리(Sailly, 여)씨는 "정부는 매번 언론에 나와서 '대부분의 홍콩 시민들이 정부를 지지한다'고 했다, 또 시위는 폭동이라며 이를 지지하는 사람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이 투표는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홍콩 유학생들도 환영


한국에 있는 홍콩 유학생들도 이번 결과를 환영했다. 오전 9시(현지 시각)께 <오마이뉴스>에 메시지를 보내온 유학생 웨슬리(Wesley)씨는 "이 결과를 전적으로 환영한다"라며 "이 결과는 모든 홍콩 시민들이 하나라는 것을 증명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웨슬리씨는 "지난 몇 년 동안 친정부 진영은 입법회 의석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범민주는 소수 의석을 차지했을 뿐이었다"며 "이렇게 결과를 뒤바꿀 수 있었던 것은 홍콩인들이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는 약 294만 명의 사람들이 나와서 투표를 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칼슨(Carlson)씨도 "정말 너무 기뻤다. 6개월 동안 매일 같이 안 좋은 뉴스를 보고 잠 들었는데, 어제 처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뉴스를 봤다"며 "이번 선거는 홍콩 사람들의 민의를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정부는 우리의 5대 요구에 명확하게 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적 있는 사람들이 후보로 나왔다"라며 "이렇게 체포된 적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범민주파가 전체에서 80%를 차지한 것이다, 이는 홍콩 사람들 대다수가 시위를 지지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변한 것은 없다

 

 7일 오후 홍콩 몽콕 경찰서 주변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던 중 최루탄에 대비해 방독면을 쓰고 있다.

▲  7일 오후 홍콩 몽콕 경찰서 주변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던 중 최루탄에 대비해 방독면을 쓰고 있다. ⓒ 이희훈


 

홍콩 시민들은 선거 결과에 환호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칼슨씨는 "이제 첫 걸음을 뗀 상태다"라며 "민주화 운동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 것이다. 앞으로 홍콩 시민들이 더 많이, 열심히 싸워나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테니(Thenny)씨는 "물론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이 정도까지 축하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어젯밤 모든 이목을 끌었던 인물은 주니어스 호(Junius Kwan-yiu Ho)다. 그가 유엔 롱에서 발생한 721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며 "그를 포함해 일부 선거구가 뒤집혀지기를 기대했지만 주니어스 호와 같은 중진들이 교체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테니씨가 언급한 721 사건이란, 홍콩 유엔 롱 MTR 부근에서 2019년 7월 21일부터 22일까지 흰색 옷을 입은 괴한 100여 명이 노인, 어린이,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 기자 등을 무차별 공격한 일을 말한다.


첸(Chan, 30)씨는 "이번 선거는 구의회 선거일 뿐"이라며 "최근 민주화 운동에 대한 홍콩 사람들의 생각을 실제로 보여줬을 뿐 정부 권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선거는 끝났지만, 홍콩 사람들의 요구 사항은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 홍콩 시민들은 다음 행동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는 다섯가지 요구를 관철할 때까지 어떤 행동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영광은 홍콩에 돌아가고, 권력은 인민에게 돌아가라"


한편, 6월 9일 100만 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한 시위와 같은 달 16일 200만 명이 참여한 시위, 8월 18일 170만 명이 참여한 시위 등 잇따른 대집회를 이끈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의 얀 호 라이 부의장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투표 결과는 시위대, 특히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을 향한 지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이것이 시위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압승을 통해 범민주 진영은 향후 홍콩의 최고 책임자를 선출하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비중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오늘의 투표 결과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이는 시민들이 우리의 5대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 정부와 경찰의 폭력 진압에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폴리텍 대학교에 있는 모든 사람을 석방해야 한다, 그리고 경찰대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12월 8일에 다시 모이자"며 "영광은 홍콩으로 돌아가고, 권력은 인민에게 돌아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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