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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개혁](3) 일자리 얼마나 늘렸나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입력 : 2012-02-05 22:06:53ㅣ수정 : 2012-02-05 22:07:28

재벌에 특혜 주고 일자리 늘리라 했지만 재벌은 탐욕만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부터 법인세를 인하하고 고환율·저금리 정책을 펴는 등 수출 대기업들에 유리한 정책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 결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해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대신 서민들은 고환율 정책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그에 따른 물가 폭등으로 4년 내내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일부 대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대다수 국민들이 희생을 감수한 셈이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될 때마다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를 내세웠다.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富)를 먼저 늘리면 궁극적으로 그 혜택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고용 추이를 살펴보면 대답은 부정적이다. 

■ 매출은 ‘껑충’ 고용은 ‘찔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사업보고서와 현대차 발표자료를 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현대차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해마다 큰 폭으로 뛰었다. 2007년 30조4891억원을 기록한 현대차의 연간 매출액은 2008년에는 32조1897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0년엔 36조769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77조7979억원에 달했다. 2011년 매출액이 큰 폭으로 뛴 것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계열사, 해외법인의 매출 및 영업이익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2010년 대비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16.1%에 이른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종전 회계기준에 따른 지난해 현대차의 매출액 규모는 42조여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른 2007~2011년 사이 현대차 매출액은 약 40% 급증한 것으로 추산된다.

당기순이익은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이 늘어났다. 

2007년 1조6824억원이던 현대차의 연간 순이익 규모는 2009년 2조9615억원에서 2010년 5조2670억원, 2011년 8조1049억원으로 폭증했다. 4년여 만에 4.82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이 기간 현대차 직원 수 증가율은 미미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직전인 2007년 3월 기준으로 5만4711명이던 현대차 종업원 수는 2010년 3월 5만6137명, 2011년 9월 기준으로 5만6720명을 각각 기록했다. 현 정부 들어 지난해 9월까지 늘어난 직원 수는 2009명이었다. 2007~2011년 사이 매출액이 40% 이상 느는 동안 종업원 수는 불과 3.7% 증가하는 데 머문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8년 3월 기준으로 8만4721명에서 2011년 9월 현재 10만1393명을 기록, 3년반 사이 1만6672명이 증가했다.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업계가 호황기를 구가하는 데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 삼성전자의 주력상품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선전을 거듭한 결과다.

하지만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폭의 고용 창출도 매출액 증가폭에 비하면 여전히 적은 수준이다. 2007년 63조1759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액은 2009년 89조7728억원으로 늘어났고 2010년에는 112조2494억원에 달해 3년 만에 무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종업원 수도 12.9% 늘어났지만 매출액 증가율인 77.7%에 비하면 한참 뒤처진다. 비정규직 역시 2010년 1369명에서 지난해엔 1659명으로 조금 늘어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필요한 인력이 많이 늘어났다”며 “세계시장의 상황과 회사의 인력 수급 현황을 장·단기적으로 충분히 고려해 적정한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해외 고용엔 ‘적극’, 비정규직 해소엔 ‘뒷짐’ 

삼성전자의 2007년 해외 직원 수는 5만9600여명이었다. 그러나 2010년 해외 일자리를 9만4802명까지 늘렸다. 3년 사이 3만5202명을 해외에서 새로 고용했다. 국내에서 최근 3년간(2008~2011년) 늘린 일자리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현대차도 2007~2010년 사이 해외에서 1800명을 새로 뽑았다. 현대차가 이 기간 국내에서 늘린 일자리는 1426개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에서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현대차는 비정규직 해소에도 소극적이었다. 사내하청 등 생산직 비정규직과 식당일이나 청소 등을 위해 고용된 기타 비정규직을 합한 수는 2009년 1만2093명에서 2011년 1만2930명으로 오히려 837명 늘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사내하청 안에서도 정규적으로 일하는 직원과 3개월, 6개월 단위로 계약하는 단기 아르바이트가 마구 뒤섞여 있다”며 “그마저도 워낙 이동이 잦다 보니 정확한 인원을 집계하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재벌 기업에 대한 일방적 지원으로 국내 경제 전체에 고용과 분배를 촉진했던 과거의 불균형 성장 정책이 이제는 그 효력을 다했다고 지적한다. 수출을 주도하는 대표 기업들이 거둔 성장의 결실이 더 이상 아래로 흐르지 않고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 간다는 것이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현 정권의 정책은 결국 일부 재벌에 특혜를 베풀고 그 대가로 고용을 늘려달라 간청하는 식이었는데 정작 그들이 보여준 건 자비심이 아니라 탐욕이었다”며 “절대적 다수의 고용을 만들어내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반대로 재벌에는 고용에 대한 확실한 보증 없이는 더 이상 특혜를 줘선 안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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