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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산성 안학궁터

[오피니언] 평양유적 답사기(5)

게재일자 : 1997년 12월16일(火)


▲ 대성산성 남문


고구려가 AD427년부터 586년까지 약 1백60여년동안 도읍지로 삼은 초창기의 평양은 시내에서 약 10㎞ 떨어져 있다. 마지막 답사 대상인 大城山城(대성산성)과 安鶴宮(안학궁)터는 현재의 평양 외곽에 자리잡고 있었다. 대성산성은 그러나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았다. 차로 달릴 때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이곳에서는 두드러지게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복 차림의 아이들이 자주 보였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지 의아해 물었더니 안내를 맡은 청년이 “지하철이 연결돼 있으나까”라고 간단히 대답했다. 대부분 부근의 중앙동물원과 중앙식물원, 대성산놀이터를 보기 위해 온다는 설명이었다.


대성산성은 을지봉, 소문봉, 장수봉등의 여섯개 봉우리를 성벽으로 서로 연결한 것으로 내부의 골짜기를 끌어안은 양식으로 이뤄져 있다. 이른바 包谷式(포곡식)산성으로 서울의 북한산성과 규모가 엇비슷하다.


안으로 들어서자 폭이 20m나 되는 정문인 남문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채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단청이 너무 화려해 자신도 모르게 성루에 올라가고픈 충동이 일었다. 다행히 관리인은 외국에서 관광차 왔다고 하자 잠깐이라는 조건을 전제로 접근을 허락했다.


성루는 밖에서 보면 2층이었으나 내부는 통천장이었다. 대동문의 성루만큼 구조가 복잡하고 단청이 화려했음에도 복잡한 느낌없이 시원한 설계가 장점이었다. 특이한 것은 고구려 벽화의 특징인 수렵도가 성루의 곳곳에 보인다는 점이었다. 또 군사들의 행진 모습도 색이 약간 바래긴 했어도 섬세한 화필로 그려져 있었다.


대성산성에는 모두 20여개의 문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복구된 문은 남문뿐이라는 것이 청년의 설명이었다.


대성산성으로 오르는 길은 놀랍게도 잘 닦아진 아스팔트였다. 더욱 신기한 것은 아스팔트를 가로지르며 돌아다니는 사슴 무리였다. 인근에 주둔하는 군인들이 놓아기르는 것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식용인 듯 했다.


고구려의 왕궁인 안학궁터는 소문봉 아래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의 무상함 때문일까. 유심히 보지 않으면 왕궁터라는 사실을 도저히 알 길이 없을 정도로 쇠락해 있었다.


논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1백여m 들어서자 궁터 안내판과 집이 한채 보였다. 그 옆으로는 일개중대는 됨직한 군인들이 구령에 맞춰 줄을 서고 있었다. 바지와 소매를 걷어붙이고 땀을 흘리는 모습으로 미뤄 농촌 일손돕기에 동원된 군인들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비디오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아니나 다를까 군인중 선임자인듯한 장교가 위협적인 손짓과 함께 찍지 말라는 동작을 해 보였다. 안학궁은 정방형의 둘레가 2천4백88m나 되며 면적은 38만㎡였다고 한다. 발굴보고서에 따르면 지름 1m의 주춧돌을 규칙적으로 배열해 궁을 세웠다고 하는데 자세히 땅밑을 내려다보니 주춧돌의 흔적이 뚜렷했다.


궁 안에는 또 연건평 3만1천4백58㎡에 이르는 21채의 궁전과 31개의 회랑터가 발견됐다고 한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내전의 정면은 무려 87m, 측면은 27m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안학궁터를 비디오와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나의 평양 유적 답사기는 막을 내렸다. 이번 여행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과거에 비한다면 그래도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고 일반 시민들과도 적지 않은 접촉을 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깊이 있는 답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나는 그런 변화의 가능성을 많이 목격했다. 현재의 북한은 한마디로 개혁, 개방 초기의 중국과 흡사하다. 한국의 많은 독자들이 북한의 개혁, 개방 바람을 타고 우리 민족의 훌륭한 문화재들을 직접 눈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끝. 延邊日報 金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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