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1126204507925?s=tv_news


[끝까지판다①] "준비 잘 되나요?" 은밀히 접근..전 관세청장의 '기밀 장사'

강청완 기자 입력 2019.11.26 20:45 수정 2019.11.26 21:24 


<앵커>


지금 보고 계신 이 사람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6년부터 1년 넘게 관세청장을 지냈던 천홍욱 씨입니다. 최순실 씨에서 이제는 이름을 바꾼 최서원 씨의 추천으로 당시에 관세청장이 된 거라는 논란도 있었는데 취임 이후 최 씨를 만나서 실망하지 않게 최선 다하겠다고 말했던 게 이후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천 씨는 2017년 퇴직 이후 지금은 한 관세법인의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SBS 탐사보도 끝까지 판다 팀은 방금 보신 천 씨를 비롯해 관세청의 높은 자리를 지냈던 사람들이 자기 인맥과 또 관세청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서 자기들 잇속을 챙기고 있다는 의혹을 오늘(26일)부터 하나씩 파헤쳐 보겠습니다.


먼저, 강청완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의료장비를 수입하는 이 중견업체 경영진에 지난 9월 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인천세관으로부터 기업심사 나온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세관의 기업심사는 기업이 수출입 과정에서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조사하는 제도입니다.


국세청 세무조사와 비슷합니다.


[의료장비 수입업체 직원 : (심사 나오면) 거의 다 가져가더라고요. 서류하고. 컴퓨터도 마찬가지고, 휴대전화도 마찬가지고. (벌금이 최대) 수억 나온다 그러더라고요. 기업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이 되겠죠.]


업체 측은 며칠 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말합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전직 관세청장 출신으로 지금은 유명 법무법인 계열의 관세법인 회장으로 있는 천홍욱 씨.


천 씨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로 불린 최서원 씨 추천으로 관세청장에 발탁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취임 직후 최 씨에게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해 충성 맹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의료장비 수입업체 담당자 : (천홍욱 전 관세청장?) 네 맞습니다. (기업심사받는다고 소문이) 났는데 어떻게 준비 잘 되고 계시냐 하고 (물어보더라고요.)]


기업심사 정보는 기업의 주가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외부 유출이 엄격히 금지돼 있습니다.


이토록 민감한 비밀 정보를 천 회장이 어떻게 알게 됐을까?


[○○ 관세법인 직원 : 혹시 어떤 건으로 오셨는지… (수임 관련 건인데 말씀을 직접 드리면 아실 텐데.) 명함을 좀 (주세요.) 끝나고 바로 전달해 드릴게요.]


천 회장은 사무실에 있었지만 취재진과의 만남은 거절했습니다.


[○○ 관세법인 직원 : 끝나고 바로 외부일정 있으셔서 나가보셔야 될 것 같다고 하시거든요. 그래서 오늘 만나기 좀 어려우실 것 같다고… (여기 지금 계시는 거잖아요. 그럼 나오실 때 잠깐만 여쭤볼게요.) 연락처 남기시고 가주세요. (연락처 아까 드렸잖아요.) 지금 일하고 있는데…그러니까 나가시라고.]


천 회장은 이튿날 법인 관계자를 통해 "그런 적이 없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업체에 전화 건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에는 "심사 대리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적은 있는 것 같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전화를 걸기는 했지만 심사 정보를 알고 연락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업체 직원의 기억은 다릅니다.


[의료장비 수입업체 담당자 : (심사 개시 통보를) 받고 막 정신이 없는 과정에서 연락이 와서 '능력이 있네' 그렇게 속으로 생각했어요.]


관세청 고위직 출신의 이른바 전관들이 심사나 조사 정보를 먼저 알고 접근하는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 수출입업체 담당자 : 관세청에서 연락을 받아야지 업체를 통해서 받을 수는 없는 정보라고 알고 있는데, (관세법인에서) 갑자기 그렇게 와서 제가 굉장히 화를 냈었던 것 같아요. (전화 건 관세사가) '아 죄송하다, 없던 일로 해주세요' 라고…]


관세 사회에서조차 강력하게 조치하겠다는 공문을 낼 정도입니다.


[여기뿐만이 아니에요. 관행(Practice)이에요. 이쪽 업계가. 만약 감사가 시작한다고 하면 (전관 관세사가) 접근을 하죠.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건 (어떤 것들이 있고)… 어려운 것도 아니고 (라면서.)]


끝까지 판다 팀의 취재가 시작되자 관세청은 천홍욱 회장이 어떻게 심사정보를 취득했는지 경위를 파악해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하성원, VJ : 김준호)


강청완 기자blu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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