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202/h2012020521081086330.htm

"韓 인터넷 검열 수준은…" 외국전문가의 일침
"한국 인터넷 검열 우려… '적대국' 격하될 수도"

< 현재는 인터넷 감시국 >
'허위 유포땐 징역형' 전기통신법이 대표 사례
정봉주 구속도 곧 구체적 내용 확인할 계획
북한·중국은 입국 금지… 조사 가장 까다로워
파리=글ㆍ사진 김혜경 통신원 salutkyeong@gmail.com  입력시간 : 2012.02.05 21:08:10

2011 한국 언론자유지수 179개국중 44위로 하락… '국경없는기자회' 아태 담당 이스마일씨

"한국은 현재 '인터넷 감시국'이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인터넷 적대국'(Internet Enemies)으로 격하될 수 있습니다."

 국제 언론감시단체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sans FrontiersㆍRSF)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장 벵자맹 이스마일씨는 1일 프랑스 파리 RSF본부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의 '인터넷 검열' 현황에 우려를 나타내며 이같이 말했다. 

RSF는 전세계 언론의 자유 증진을 목적으로 1985년 설립된 비정부기구(NGO)로, 파리 본부에만 30명의 직원이 상근하며 언론인들의 권리 보호 및 세계 각국의 미디어 규제 감시 활동을 펼치고 있다. RSF는 매년 초 나라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는데, 지난달 25일 공개한 2011년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79개국 중 44위로, 2010년에 비해 2단계 떨어졌다. 

이스마일씨는 "북한(178위)이나 중국(174위), 베트남(172위) 등 아시아에 언론자유 상황이 심각한 나라들이 많아 한국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인터넷 검열은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인터넷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북한, 베트남 등이 속한 '인터넷 적대국'에 한국이 함께 묶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의 2011년 언론자유지수가 전년 대비 2단계 하락한 것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들의 상황이 바뀌어 순위가 이동했을 뿐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2004~2006년 30위권을 유지했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08년 47위로 떨어졌고, 2009년에는 69위까지 급락했다가 2010년 다시 42위로 올랐다. 

프랑스 국립동양학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이스마일씨는 2009년부터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RSF에 발을 들였다. 줄곧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언론 상황을 모니터링 해왔고, 지난해 7~8월에는 북한 언론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한국에 2주간 머물기도 했다(RSF는 중국과 북한, 미얀마 등에서 입국 금지 리스트에 올라 있어 직접 접근이 불가능하다).

이스마일씨는 "방한 당시 한국 정부가 특히 온라인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음을 감지했다"면서 대표적인 예로 허위사실 유포 시 최소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과 인터넷 실명제를 들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PD수첩 사태 등도 언급했다.

RSF가 한국 언론 상황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북한 관련 정보의 유통에 관한 부분이다. 이스마일씨는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국가보안법을 어겼다고 판단되는 웹사이트나 글을 차단ㆍ삭제하고 있고, 북한 뉴스를 다루는 기자들도 기사의 방향을 잡을 때 지레 자기검열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기자들이 자유롭게 기사를 쓰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ㆍ고무 등)와 전기통신법 47조 등을 폐지하고, 경찰은 인터넷에서 북한 정보를 '종북 게시물'이라며 강제 삭제하는 행위를 중단하기를 기대한다"면서 "북한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은 결코 한국 정부가 우려하는 만큼 위험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스마일씨는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의 멤버 정봉주 전 의원이 허위사실 유포죄로 구속 수감된 사건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언론자유지수 발표 직후 한국에서 제보 메일을 받았는데 이 사건 등을 들면서 44위도 높다는 주장이었다"면서 "이미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 등에서도 문제를 지적한 만큼 곧 구체적 내용을 확인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시스턴트 1명과 둘이서 아시아 태평양 35개국의 언론 상황을 매일 체크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북한은 가장 조사하기 까다로운 나라 중 하나다. 그는 "주변국인 중국까지 RSF의 입국을 금지해 접근이 쉽지 않고, 전세계 통신원이 150여명에 이르지만 북한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정은 체제 하 언론 상황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어릴 때 스위스에서 학교를 다녀 (유럽식 교육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외신기자들의 활동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니 걱정도 크다"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세계 언론 환경에 대해 그는 "좋지 않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우 높은 순위권에 있던 뉴질랜드, 일본 등의 언론 자유도가 크게 떨어져 한 곳도 10위권에 들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22위)은 지난해 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정보 접근 제한이 심해지면서 언론의 다양성이 훼손됐고, 호주(30위)는 권력이 언론을 감시, 비판하는 실정이다. 

RSF는 올해 '검열 천국'(Censorship Paradise)이라는 표제를 내건 캠페인으로 새해를 열었다. 대표적 휴양지인 태국과 베트남, 멕시코 등이 민주주의, 인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국가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RSF측은 "올해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치러질 대선에 대비하고, 세계적으로 심해지는 인터넷 검열에 대한 비판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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