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66784


'미군기지 조기 환수'에 신중한 트럼프, 그 치명적인 약점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잠복한 대형 이슈, 환경정화 비용

19.09.02 14:13 l 최종 업데이트 19.09.02 14:13 l 김종성(qqqkim2000)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 받는 모습. (자료사진) ⓒ 청와대


청와대가 8월 3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주한미군기지 26곳을 조기 환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평택기지 등으로 이전 완료 및 이전 예정인 총 26개 미군 기지에 대한 조기 반환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는 게 청와대 발표다.


한미 양국은 17년 전인 2002년부터 미군 재배치에 관한 일련의 합의들을 체결했다. 이런 합의에 따라 반환이 예정된 80곳 가운데 아직 환수하지 못한 26곳을 조속히 돌려받겠다는 게 이번 NSC 결정이다. 이에 서울 용산기지는 올해 내로 되돌려받고, 원주의 캠프 롱 및 캠프 이글, 부평의 캠프 마켓, 동두천의 캠프 호빗 사격장 등은 빠른 시일 안에 되돌려받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미 합의된 바에 따라 돌려받겠다는 것이지만, 이번 결정은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군의 독도 훈련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 파기 문제에 간섭하는 한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평소답지 않은 반응을 보일 정도다. 뉴욕 현지 시각으로 8월 30일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미군기지 반환 요청에 관한 질문을 받은 트럼프는 "글쎄, 우리는 한국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면서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중한 트럼프, 그 속내는


그가 평소답지 않게 신중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것이 결국 금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군기지를 조기에 반환하게 되면, 기지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도 그만큼 빨리 이행해야 한다. 오염 환경의 정화비용을 내지 않고는 기지 반환을 매듭지을 수 없기에 트럼프로서도 말을 아끼게 되는 것이다.


주한미군 기지가 심각하게 오염됐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일례로, 2004년에 발행된 채영근 한국항공대 교수의 논문 '주한미군기지의 반환과 미국의 환경정화책임'은 오염 실태를 이렇게 설명한다.

 

"과거 1990년대초 미군이 반환한 미군부대 기지 내의 환경오염 실태에 관하여 국립환경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토양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이미 드러난 바 있었다. 국립환경연구원이 캠프 이즈벨, 캠프 리비, 캠프 에임즈 등 1992년에 미군이 철수한 지역 내의 토양과 지하수 오염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납과 카드늄 등 중금속에 의한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기지 주변에서도 기름띠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등 벼의 성장도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법학원이 발행한 <저스티스> 2004년 10월호.

 

캠프 이즈벨은 서울 성동구, 캠프 리비는 경북 포항, 캠프 에임즈는 대전 대덕구에 있었다. 미군기지 오염은 이들 지역뿐 아니라 주한미군 본부가 있었던 서울 용산에서도 매우 심각했다. 위 논문의 설명이다.

 

"용산기지 주변에서 드러난 오염 실태는 녹사평역과 남영동 지역의 기름 유출 사고 등을 통해 일부 밝혀졌다. 2001년 1월 녹사평역의 집수정 등에서 지하수 오염이 발견되었고, 서울시는 유류 성분에 의한 것임을 확인하였다. 미군은 환경부와 서울시의 요구로 미군 용산기지 내에서 시추 조사를 하였고 2002년 5월 기지 내 휘발유의 유출을 공식 인정하였다."


"미 용산기지 부근에서 밝혀진 또 다른 오염 사례는 남영동 미국대사관 부지 차고지 담 아래였다. 2002년 10월 메인포스트 담 바로 밑, 도로 지하 1.7m 지점에서 용산구청 하수도 개량공사 도중, 기름으로 보이는 액체 10리터가 시민단체에 의해 확인되어 언론에 공개된 바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 옆 미국대사관을 남영동으로 옮기려고 예정했던 부지에서도 환경오염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의한 오염까지 발견됐다는 점에서도 미군기지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이 점은 미국 하원에서 먼저 제기됐다. 최승환 경희대 교수의 논문 '주한미군기지로부터의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법적 구제' 속에 미 하원의 문제제기가 소개돼 있다.

 

"미 의회 일반회계감사국이 지난 1991년 8월 미 하원 정부활동위원회 산하 '환경에너지 천연자원 소위원회'에 제출한 <독성 폐기물: 해외 군 기지들, 계속 문제 드러내>란 제목의 52쪽 분량의 보고서에 의하면, 주한미군기지와 주변의 토양·지하수·하천·항구 등이 제트연료·폐유·유기용제·페인트폐기물·살충제·석면·시안화물·중금속 및 낡은 군수품 등과 같은 맹독성 화학폐기물로 심각하게 오염되었음이 밝혀졌다." - 서울국제법연구원이 1997년 발행한 <서울 국제법연구> 제4권 제2호.

 

 지난 2018년 12월 23일 오전 서울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숙소 6번 출입구 앞에서 용산 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송년마당 행사가 열리고 있다.

▲  지난 2018년 12월 23일 오전 서울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숙소 6번 출입구 앞에서 용산 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송년마당 행사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환경정화 비용' 제대로 받아낸다면


2018년까지 5년간 한국이 부담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연간 약 8억 달러다. 이것이 트럼프의 과도한 요구에 의해 2019년 10억 달러(약 1조 389억 원)가 됐다. 이 금액을 내년에는 50억 달러(약 6조 300억 원)로 인상하겠다는 게 트럼프의 목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군기지 환경오염책임을 제대로 따지게 되면, 해마다 더 많은 방위비를 한국에서 받아내려는 트럼프의 의욕이 어느 정도 꺾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이 물어줘야 할 금액이 정말로 한두 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 최승환 논문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미국 의회 일반회계감사국의 보고를 근거로 한 것이다.

 

"동(同) 일반회계감사국의 보고에 의하면, 미국 국방부는 조사 대상에 포함된 한국을 비롯한 일본·필리핀·독일·영국·이탈리아 등에 있는 10개 미군기지 모두가 환경법규를 위반했으며, 이를 정화하기 위해서는 수억 달러가 소요된다고 한다."

 

미국 의회 일반회계감사국의 보고서에서는 10개 기지의 환경정화 비용으로 수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 보고서가 나온 시점은 근 30년 전인 1991년이다. 그간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고, 미국 측 보고서이므로 금액이 적게 추산됐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용산 기지를 비롯한 24곳의 환경정화 비용이 막대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위 채영근 논문에 따르면, '서독(독일) 주둔 미군이 일으킨 환경오염에 대한 정화 비용이 30억 달러로 추산됐다'는 사실이 1990년 12월 발표된 미국 정부의 보고서에 담겼다고 한다. 의회 보고서에서는 한국·일본·필리핀·독일·영국·이탈리아 기지에 대해 수억 달러가 들 것으로 예측한 데 비해, 정부 보고서에서는 서독 기지에 대해서만 3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예측했던 것이다. 이 금액이 30년 전 물가에 근거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잘 아는 미국 정부 관계자라면 몇십 억 달러라는 표현에 별로 놀라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 미국 내에서도 군부대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됐고 이를 해결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실제로 투입됐기 때문이다.


채영근 논문은 "미 의회 일반회계조사국에 따르면, 1998년까지 폐쇄 대상 군 기지의 정화에 9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소요되었다고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해외 기지가 아닌 미국 내의 기지에 관한 것이다. 미국 내에서 90억 달러가 추산된 게 아니라 실제 집행됐다고 한다. 미국 내에서도 군부대 환경오염 정화를 위해 근 100억 달러나 되는 돈이 사용됐던 것이다.


2003년 5월 30일 한미 양국은 주둔군 지위협정(SOFA) 특별위원회를 열고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합의에 따라, 반환 예정 기지의 환경정화책임을 미국이 부담하게 됐다. 미군기지 반환 요청에 관한 질문을 받은 트럼프가 평소와 달리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본다.


지난 70년간 주한미군은 별다른 통제를 받지 않고 군부대를 오염시켜왔다. 그로 인한 환경정화 비용을 한국 정부가 제대로 청구하게 되면, 트럼프가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금 몇 십 억 달러가 오히려 적게 보일 수도 있다. 수시로 주판 알을 튕기는 트럼프의 머릿속에서 어떤 계산이 전개되고 있을지 궁금하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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