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070300045&code=940701

습지 보호한다는 환경부, 다리 건설 추진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

4대강 공사로 철새 절반 급감… “서식지 또 파괴”

경북 구미시에 있는 해평습지 주변에 인근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도로·교량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흑두루미 집단 서식지인 해평습지는 앞서 정부의 4대강 공사 때문에 철새 개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환경단체는 “4대강 공사 후 철새인 흑두루미가 절반으로 줄었는데 도로와 교량까지 건설되면 철새 서식지가 파괴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지방환경청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해 12월 ‘구미국가산업단지 제5단지 진입도로 제1공구’ 사전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이 진입도로는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해평습지 하중도에서 408m가량 떨어진 곳에 건설될 예정이다.


부산에 본부를 둔 환경단체 ‘습지와 새들의 친구’ 김경철 습지보전국장은 “하중도뿐 아니라 현재 다리가 건설될 지점도 철새가 내려앉는 구간으로 다리가 건설되면 서식지가 파괴된다”고 밝혔다. 그는 “4대강 준설로 철새가 급감한 데 이어 다리가 건설되면 건설공사 및 화물차 소음으로 철새 수가 급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대 생물학과 박희천 교수는 “해평습지 주변에 교각이 들어서면 흑두루미나 큰고니, 쇠기러기의 월동지역이 달라지거나 개체수가 변하는 등 생태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다리가 들어선 뒤 철새들이 쉬어갈 수 있는 대체습지를 조성해 지속적으로 개체수를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사전환경영향평가 당시 철새 보호를 위해 도로가 하중도로부터 최소 1㎞ 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도로 설계를 담당하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측에서 구미산업5단지 진입도로의 시·종점이 이미 결정된 데다 일부 구간은 공사가 마무리된 상태라 해평습지 하중도 인근에 다리를 놓을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하중도로부터 4㎞ 떨어진 숭의대교와 진입도로를 연결해 철새를 보호하자는 대안도 나왔지만 국토관리청은 경제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평습지는 러시아 아무르강으로부터 날아온 흑두루미가 일본 이즈미시로 넘어가기 직전 들르는 쉼터다. 흑두루미는 천연기념물 228호이면서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4대강 사업으로 해평습지를 찾는 흑두루미가 사업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환경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해평습지 철새가 급감하자 겨울철새 서식환경개선 및 안정화를 통한 개체수 확대 시범사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철새 도래지 보호에 나서겠다고 하면서 환경파괴를 부를 다리 건설을 허가해준 이중성을 보인 것이다.

대구지방환경청 안진철 환경평가과장은 “애초 하중도로부터 250m 지점에 도로를 건설하자는 주장이 있었으나 철새 서식지 파괴 우려로 408m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