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1213162742261


[특파원리포트] 中國 아픈 곳만 골라 때리는 美國

안양봉 입력 2019.12.13. 16:27 



中, 美 농산물 500억 달러어치 구매


결국, 미국의 관세 압박이 먹혀들었다. 미·중 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성공했다고 외신들이 잇따라 보도했다. 공식 발표와 서명만 남았다는 것이다.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미국은 추가 관세를 철회하고, 기존 관세를 완화하는 대신 중국은 500억 달러(58조 7천억 원)어치의 미국산 농산물을 내년 수입하기로 했다. 무역전쟁 전 역대 최대였던 290억 달러(34조 원)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또 합의대로 수입하고 있다는 걸 미국에 검증받는 것도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입장에선 굴욕적일 수 있는데, 이마저도 수용했다.


미·중 양국이 극적인 휴전에 이른 데는 대선을 앞두고 유리한 지형을 만들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필요성도 있지만, 사실 이보다 더 급한 건 중국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 중국에선 경제성장률 6% 고수를 두고 논쟁이 한창인데, 6%를 고집하는 건 600만 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매년 배출되는 신규 대학졸업자만도 600만 명에 이른다. 중국에서 공산당 일당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근본적 이유는 경제성장 때문이다. 그런데 심상치 않은 경기 하방 압력이 중국 지도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이런 약한 고리를 미국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것이다.



'홍콩 인권법' 보다 더 아픈 '신장 인권법'


중국의 아픈 곳만 때리는 미국이 다음에 고른 건 홍콩이다. '홍콩 인권법' 제정으로 중국의 체제 이념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두 체제)'를 흔들어 놓은 것이다. 타이완만으로도 골치 아픈 중국은 이제 홍콩이라는 화근 덩어리를 또 하나 갖게 됐다.


그런데 사실 이보다 더 아픈 건 미국의 '신장 인권법' 제정이다. 미국 하원은 "중국이 소수민족 위구르족을 상대로 운영하는 '재교육 캠프'에서 자의적인 구금과 인권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위구르 개입 및 국제 인도주의 대응 법안(신장 인권법)'을 가결했다. 상원을 통과해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중국 관리를 제재하고, 미국산 제품의 신장 수출도 제한할 수 있다.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강력하게 분개하며 결연히 반대한다"는 격한 외교부 대변인 성명도 나왔다.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신장위구르 자치구 정부 등 8개 기관도 견해를 내놓았다. "신장 교육센터는 반 테러리즘 법 등 중국 국내법에 따라 설치된 것"이라면서 "미국이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신장의 반테러 활동에 대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장 인권법'…. 테러가 아니라 인권·민족문제?


중국은 지난 3월 발표한 '신장 반테러 투쟁 및 인권보장' 백서에서 중국의 단호한 조처가 없었다면 테러 공격으로 인해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위험에 처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4년 이후 5년간 신장에서 검거한 극단적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1만 3천여 명에 이른다는 자료도 내놓았다. 그러면서 "테러리즘은 인류 사회 공공의 적"이라면서 중국은 신장에서 인류사회 절대 악, 테러를 척결하기 위한 성스러운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그런데 미국이 난데없이 "그건 반테러 활동이 아니야! 인권 탄압이지, 소수민족 위구르 탄압하지 마!"라고 딴죽을 걸고 나선 게 '신장 인권법'이다. 실제 중국 신장에선 2009년 7월 우루무치 사건으로 197명이 사망하는 등 크고 작은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이 공개한 사건만도 1990년 이후 30건으로 458명이 숨지고, 2,540명이 다쳤다.


중국은 이들 사건을 '테러'로 규정해 왔고, 국제인권단체 등에서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 위구르인들의 자연 발생적이고 비조직적인 항거라는 해석이 있긴 했지만, 서방국가들도 대체로 중국정부 입장에 동의해 왔다. 그런데 '신장 인권법' 제정으로 이 프레임이 바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중국의 서쪽 끝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인구는 2천1백만 명 정도지만, 중국 전체 면적의 1/6을 차지할 만큼 넓다. 중국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의 30%, 석탄 매장량의 40%가 묻혀 있는 에너지 보고이기도 하다.


1755년 청나라에 흡수된 뒤로 중국의 지배를 받아 왔다. 청이 멸망하고 1933년, 1944년 두 차례 동튀르케스탄 공화국이 건국되기도 했지만 채 6년을 버티지 못하고 1949년 중국에 병합됐다.


중국이 '신장 인권법' 제정에 격하게 반응하는 건 파문이 계속 이어져 위구르인들의 분리 독립운동에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위구르뿐이 아닐 수 있다. 중국엔 56개 소수민족이 있다. 미국이 중국입장에선 일국양제 보다 더 무서운 '소수 민족' 문제를 건드린 것이다.



"美, 中 부상 막아라." 공감대


사사건건 중국의 발목을 잡는 미국, 중국의 아픈 곳만 골라 때리는 미국. 그러면 미국은 왜 그런 걸까? 역설적으로 보면 미국과 맞붙을 수 있는 전 세계 유일한 국가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성장에 대한 두려움이 배경에 있다. 중국을 노골적으로 압박해 발밑에 두겠다는 의도도 분명해 보인다.


중국 정법대 문일현 교수는 "미국의 전략은 분명하다"면서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미국 조야에 중국의 부상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무역뿐 아니라 홍콩과 신장, 타이완 등 중국의 약한 고리를 물고 늘어져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2년째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걸 보며 중국의 한 경제 전문가는 "중국이 오히려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 1라운드 KO패 할 것으로 봤는데, 15라운드를 버틸 수 있는 저력을 보여준 게 더 놀랍다는 말이다. 중국도 맷집이 생긴 걸까? 아니면 돌아가는 방법을 찾은 걸까?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시대.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안양봉 기자 (beeb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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