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1218183901911


[단독] '100억대 사기' 김흥태, 피해자에게 "검찰은 날 못 건드린다"

울산=구자창 기자 입력 2019.12.18. 18:39 


사기 당하고 목숨 끊은 이모씨 유서·탄원서·녹취록 단독 입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6일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면서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 전 시장 측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 전 청와대에 자신 쪽 인사들에 대한 비위 내용을 문건으로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6일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면서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 전 시장 측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 전 청와대에 자신 쪽 인사들에 대한 비위 내용을 문건으로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청와대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사건 발단이 된 건설업자 김흥태씨가 자신의 사기 혐의 피해자에게 “검찰은 날 못 건드린다” “문제 삼으면 무고로 엮인다”며 사실상 협박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씨에게 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압박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지난해 12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김씨는 김 전 시장 측을 겨냥한 경찰 수사의 명분을 제공한 고발인이다. 그는 100억원대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다음 달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국민일보는 김씨에게 2억7000만원을 투자했다가 돌려받지 못하자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 이모씨 유족으로부터 그의 탄원서와 유서, 김씨와의 대화 녹음파일을 18일 단독 입수했다. 탄원서 등에 따르면 김씨는 이씨가 자신과 얽혀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허위 사실확인서를 작성하게 했다. 유족 측은 검찰이 김씨를 이씨에 대한 사기 가해자로 보고 구속하려고 하자 김씨가 이를 무마하려 한 정황이 탄원서 등에 담겼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지난해 12월 18일 자필로 작성한 탄원서는 ‘김흥태가 저를 계속 속이면서 돈을 갚지 않고 있어 오늘 김흥태를 처벌해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검찰청에 나왔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씨는 이 탄원서를 울산지검에 제출했다. 유족 측은 김씨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주목받고 정당한 경찰 수사를 이끈 사람인 것처럼 주장을 이어가자 국민일보에 이 자료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김흥태는 저를 보자마자 검찰에서 날 구속시키려고 했는데 구속영장이 기각돼서 나왔다. 검찰이 나를 못 건드린다. 난 처벌 안 받는다. 나도 가만 안 있는다”고 했다고 탄원서에 적었다. 그는 “(김씨가) 애초 구속영장이 기각된 게 마치 누가 자신의 뒤를 봐주고 있기 때문인 것처럼 얘기했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무섭게 느껴졌다”고 두려움을 호소했다.


김씨는 당시 “너 어디서 이 얘기 문제 삼으면 무고로 엮인다. 알아서 해라”며 이씨를 사실상 협박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10일 이씨가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쓰도록 강요하기도 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이씨는 “(김씨가)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왔다. 무조건 지장을 찍으라고 했다”며 “무고로 고소당할 것 같아 무서운 마음에 내용도 안 보고 서명했다”고 적었다.


이씨는 아울러 “(김씨가) 검찰에서 부르면 나가지 말고 수사에 협조하지 말라고 했다”며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 저는 이 일로 죽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검찰과 재판부에 탄원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21일 자신의 두 번째 구속전 피의자심문에서 이씨 서명을 받은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울산지검이 제출한 이씨의 탄원서 내용, 작성일자 등을 비교한 뒤 김씨가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판단,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씨는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는 그러나 자신과 이씨의 죽음은 전혀 관계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일보와 만나 “이씨가 원하는 대로 내가 구속된 건데, 그러면 내가 죽인 거냐 검찰이 죽인 거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유서에 ‘본인은 자신에 처해진 채무와 관련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였습니다’라고 썼다. 유서에는 또 “누군가 사고 경위에 대해 물어볼 시 비공개를 원한다 하라”고 했다.


울산=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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