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2222230005


장기화되는 한반도 폭염, ‘인간 활동이 원인’ 첫 규명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입력 : 2019.12.22 22:30 수정 : 2019.12.22 22:32 


포스텍·영 기상청 공동 연구


폭염이 이어진 지난해 8월1일 오후 3시를 넘어가면서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 기온이 39도를 가리키고 있다. 김기남 기자

폭염이 이어진 지난해 8월1일 오후 3시를 넘어가면서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 기온이 39도를 가리키고 있다. 김기남 기자


국내 연구진이 온실가스 배출 때문에 한반도에서 지난해 같은 강하고 긴 폭염의 발생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을 처음 밝혀냈다. 이대로 간다면 장기적인 폭염이 점점 더 자주 찾아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는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 김연희 연구교수, 박사과정 이상민씨 등이 영국 옥스퍼드대, 영국 기상청과 공동으로 인간 활동이 한반도의 폭염 지속기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처음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진은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 증가 때문에 2018년처럼 강하고, 장기간 지속되는 폭염의 발생 가능성이 4배 이상 높아졌다는 논문을 미국 기상학회보 특별호를 통해 발표했다.


기존에도 온실가스 증가로 폭염이 강해지고, 빈번해진다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폭염의 지속기간과 기후변화 사이의 연결고리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많지 않았다.


폭염은 강도도 중요하지만 지속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폭염 지속일은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이어진 날의 숫자를 가리킨다. 


특히 지난해 폭염은 이례적으로 길게 이어진 탓에 국내 기상관측 사상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 당시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9.5도까지 치솟았으며 전국의 평균 폭염 일수는 31.5일, 열대야 일수는 17.7일이었다. 지난해 7~8월의 하루 평균 최고기온은 1994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홍천 41.0도 등 6곳에서 40도가 넘는 기온이 관측됐다. 전국 온열질환자는 4526명, 사망자는 48명에 달했다. 가축 908만마리, 어류 709만마리가 폐사하는 등 800억원대 경제적 손실을 일으켰다.


장기화되는 한반도 폭염, ‘인간 활동이 원인’ 첫 규명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한반도의 폭염 지속기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고해상도 기후모델 실험을 수행했다.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인간 활동의 영향이 포함된 모델실험과 인간 활동이 배제된 모델실험을 각각 수천번씩 반복해 비교했다.


그 결과 지난해 여름처럼 장기간 지속되는 폭염은 인위적인 기후변화 영향으로 발생확률이 적어도 4배 이상 증가했다. 즉 대량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산업체와 발전소, 자동차나 비행기 등 운송수단 등에서 발생한 온실가스의 영향이 포함된 시뮬레이션 모델의 경우 그렇지 않은 모델보다 장기간 폭염의 발생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장기 폭염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국내 평균 폭염일수는 1980년대 8.2일에서 2010년대 12.3일로 크게 늘었다.


연구를 이끈 민 교수는 “고해상도 기후모델 시뮬레이션을 비교, 분석한 결과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한국에 발생하는 폭염이 더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음을 정량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민 교수는 “앞으로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장기간 폭염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기상청 ‘기상 See-At’ 기술개발,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업무지원 기술개발,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 ‘비가역 기후변화 연구센터’ 등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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