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1223134110460


북미대화 무산시킨 트럼프의 실수 4가지

강민수 기자 입력 2019.12.23. 13:41 


폴리티코 "김정은, 트럼프 재선·탄핵 위기 이용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AFP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 등 위협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연내 마지막 북미대화가 사실상 무산된 책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북한 핵 협상을 위한 수가 어쩌다 실패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많은 이들이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에서 비핵화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비현실적인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북한 정권을 비난한다"면서도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역시 책임이 있다는 증거가 수두룩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저자는 일본·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사이먼 덴예르 WP 도쿄지국장이다.


WP는 △헷갈릴만한 메시지를 전달한 점 △북한을 이해하는 데 실패한 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 점 △이행할 수 없는 약속을 한 점 등을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으로 꼽았다. 이러한 실수의 사례로 기사는 싱가포르 북미회담, 미·중 무역전쟁, 하노이 회담 등을 언급했다.


싱가포르서부터 엇갈린 트럼프·김정은…'한반도 비핵화' 둘러싼 공방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두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고 저자는 전했다. 첫 번째 실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제대로 정의하지 않은 점이다. WP는 "미국 측은 이를 '북한의 일방적인 비핵화'로 해석했고, 북한 측은 그 이전에 자국을 향한 미국의 '핵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북한은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번째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약속한 점이다. 그러나 훈련의 규모가 줄어들거나 시기가 연기되긴 했으나, 완전히 중단되지는 않았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셈이다. WP는 "북한은 이를 두고 '배신감'을 느꼈으며, 더는 약속을 지킬 의무감이 없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WP "가장 큰 실수는 하노이 회담 일방적 취소"


트럼프 행정부의 또 다른 잘못은 중국과의 관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진행하던 중에 중국에 관세를 몰아붙이며 무역 전쟁을 감행했다. 전문가들은 "이는 북한 억제를 위한 미국과 중국의 협력관계를 훼손시켰고,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관계를 회복할 기미를 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6월 시진핑 주석은 방북을 통해 두터운 북·중 관계를 과시했고, 양국간의 공식 교류는 급증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교류건수는 36차례로 집계됐다. 즉,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본인이 피력해온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전술 효력을 스스로 깎아내리게 한 셈이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몰이해가 드러났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애초에 북한은 '빅딜(Big deal)'에 관심이 없었다"며 "결과적으로 북한은 모호한 투자 약속을 담보로 정권의 안보를 포기하라는 요구를 받게 됐다. 이는 김정은에게 절대 매력적인 도박일 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북한에 모든 것을 요구했으나, 자국은 아무 위험도 감수하지 않은 셈"이라며 "좀 더 현실적인 목표였다면 관계 개선을 대가로 핵무기 축소 등을 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의 가장 큰 실수는 당일 예정된 오찬을 취소하고 일찍 회담을 마친 것이 꼽혔다. 이러한 전략은 부동산 거래였다면 효과를 볼 수도 있겠으나, 김정은과 같이 변덕스럽고 자존심이 강한 독재자에게는 통하지 않았던 것. WP는 "이 모욕은 김정은이 (북미협상에서) 더 높은 기준을 취하도록 북한 내 압박 여론을 높였을 수도 있고, 단순히 김정은의 자존심을 건드렸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내년도 암울한 북미관계…폴리티코 "김정은, 트럼프 이용할 수도"


내년 북미 관계 전망 역시 암울해 보인다. 저자는 "트럼프의 군사 위협은 2017년만큼 설득력 있어 보이지 않고, 시리아 철군 결정 등은 트럼프의 '종이호랑이'(대단한 척 허세를 부리지만 사실 별거 아닌 사람) 캐릭터를 굳혔다"며 "미국과 중국과의 힘겨루기로 북한을 향한 제재 복원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이 와중에 북한은 공격적인 벼랑 끝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김정은 위원장이 내년 11월 재선에 쏠린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지렛대 삼아 제재 완화나 북한에 유리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린 점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강민수 기자 fullwater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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