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Premium/at_pg.aspx?CNTN_CD=A0002601726


기자들이 스스로 고백한 한국 언론의 불량 품질

[정연주의 한국언론 묵시록 ⑩] '언론인 의식조사'에 담긴 언론의 추락상

정연주(jung46) 등록 2020.01.08 07:23 수정 2020.01.08 07:23


저널리스트로 평생을 살아온 정연주 전 KBS 사장이 격주 수요일 '정연주의 한국언론 묵시록'으로 여러분을 찾아간다. 이 연재는 한국 언론에 대한 고발이자, 몸으로 경험한 '한국 언론 50년의 역사'다. [편집자말]


▲ <뉴욕타임스> '보도준칙과 윤리' 대문에 걸린 글귀. 독자들의 신뢰가 핵심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 뉴욕타임스


 

"이렇게 넓어진 언론자유의 공간에서 지금 한국 언론은 과연 무슨 짓들을 하고 있는가. 거짓, 오보, 과장, 왜곡, 저주, 증오, 선정주의, 상업주의 등이 가득 차 있는 폐허가 되고 있는 건 아닌가."


지난번 글의 마지막 부분이다. 폐허가 된 이유는 자명하다. 언론의 생명인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탓이다.


나는 <뉴욕타임스>를 최고의 신문으로 꼽는다. 신문이 도태되어가는 시대에도, 깊이 있고 정확한 고품격의 기사를 제공하고, 아울러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우뚝 선 고급 정론지(quality paper)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2019년 11월 <뉴욕타임스> 발표에 따르면 이 신문의 디지털 유료 독자 수는 400만 명을 넘어섰다. 경쟁지라 할 수 있는 <월스트리트저널>이 180만 명, <워싱턴포스트>가 100만 명의 디지털 유료 독자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뉴욕타임스>의 400만 디지털 유료 독자는 단연 독보적이다.


오늘의 <뉴욕타임스>를 있게 한 핵심은 독자들의 절대적 신뢰다. 그 신뢰는 바로 고급 정론지의 품격, 저널리즘의 정도를 걸으려는 부단한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품격과 저널리즘의 정도를 걷는데 하나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 준칙과 윤리'라는 지침서다. 이 지침서의 대문에는 <뉴욕타임스>가 가장 강조하는 신조가 있다.

 

"독자들의 신뢰가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우리는 저널리즘 영역에서, 우리의 일터에서, 그리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뉴욕타임스 모든 구성원의 행동과 판단을 통해, 매일 매일 그 신뢰를 새로이 다진다.(The trust of our readers is essential. We renew that trust every day through the actions and judgment of all our employees - in our journalism, in our workplace and in public.)"


바닥 헤매는 한국언론의 신뢰도, 정확성, 공정성

 

▲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서 발간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8'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조사 대상 37개국 가운데 최하위다.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얼마나 추락했는가는 국제적으로, 그리고 국내의 언론인 대상 조사에서 똑같이 확인된다. 


국제적으로 나라별 언론 신뢰도를 조사하는 자료로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2012년부터 해마다 조사해온 '뉴스 신뢰도 조사'가 있다. 한국 언론이 포함된 것은 2016년부터이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이 연구에 공식 협력기관으로 참여해 왔다.


바로 이 조사에서 한국의 언론 신뢰도는 2016년 23%, 2017년 23%, 2018년 25%, 2019년 22%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모두 꼴찌였다. '한국 언론 신뢰도, 4년 연속 부동의 꼴찌'라는 불명예의 실체다.


국내의 신뢰도 조사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989년 이후 4년마다 조사해온 '언론인 의식조사'의 최신 자료 '언론인 의식조사 2017'을 보면 한국의 기자들 스스로 한국 언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기진단의 결과가 나온다. 2017년 8월 21일부터 10월 20일까지 전국 256개 언론사 소속 기자 167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언론인 의식조사 2017'은 신뢰도, 정확성, 공정성, 전문성, 언론자유 등 5개 항목에 대해 조사했다. 이 5개 항목 가운데 한국언론 신뢰와 관련한 신뢰도, 정확성, 공정성 등 3개 항목에 대한 응답은 아래와 같다.

 

신뢰도(%) : '우리나라 언론은 신뢰할 수 있다'

매우 그렇다 1.0

약간 그렇다 16.4

보통이다 46.3

별로 그렇지 않다 32.6

전혀 그렇지 않다 3.7


정확성(%) : '우리나라 언론은 정확하다'

매우 그렇다 1.0

약간 그렇다 16.0

보통이다 44.8

별로 그렇지 않다 34.9

전혀 그렇지 않다 3.2


공정성(%) : '우리나라 언론은 공정하다'

매우 그렇다 0.7

약간 그렇다 9.1

보통이다 31.7

별로 그렇지 않다 50.9

전혀 그렇지 않다 7.8


불량한 한국 언론의 품질

▲ '언론인 의식조사 2017'에는 기자들의 한국 언론에 대한 평가 등이 자세하게 분석되어 있다. 4년마다 한번씩 나온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이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언론은 신뢰할 수 있다'는 응답이 '매우 그렇다' 1%와 '약간 그렇다' 16.4%를 합친 17.4%에 지나지 않는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서 한국언론 신뢰도가 22~25%인데, 한국 기자들 자신이 보는 한국언론 신뢰도는 이보다도 훨씬 낮다. 저널리즘의 기본인 정확성, 공정성 평가에서 드러난 아래의 결과를 보면 이런 낮은 신뢰도의 근원을 볼 수 있다.


한국언론의 정확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나라 언론은 정확하다'는 응답은 '매우 그렇다' 1%, '약간 그렇다' 16%를 합친 17%이고, 한국언론의 공정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매우 그렇다'가 0.7%, '약간 그렇다'가 9.1%로 합쳐서 9.8%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혹독한 평가가 일반 시민이 아닌 기자들 자신이 내린 것이니, 자신들이 생산하는 보도라는 서비스 상품의 품질이 조악하고 불량하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언론인 의식조사 2017'은 기자들의 자기진단에 더하여, 기자들이 보기에 일반 국민들은 한국 언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조사한 내용도 있다. "귀하는 국민들이 우리나라 언론보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 아래 신뢰도, 정확성, 공정성 등을 조사했다.

 

신뢰도(%) : '국민들은 언론보도를 신뢰한다고 생각한다'

매우 그렇다 1.0

약간 그렇다 11.8

보통이다 30.1

별로 그렇지 않다 47.7

전혀 그렇지 않다 9.4


정확성(%) : '국민들은 언론보도가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매우 그렇다 0.8

약간 그렇다 14.5

보통이다 32.6

별로 그렇지 않다 45.4

전혀 그렇지 않다 6.7


공정성(%) : '국민들은 언론보도가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매우 그렇다 0.5

약간 그렇다 5.1

보통이다 21.0

별로 그렇지 않다 56.9

전혀 그렇지 않다 16.5


기자들의 자기 진단보다 일반국민의 언론 인식이 더 좋지 않을 것으로 기자들은 보고 있는 셈이다. 신뢰도는 12.8%(매우 그렇다 1% + 약간 그렇다 11.8%), 정확성은 15.3%(매우 그렇다 0.8% + 약간 그렇다 14.5%), 공정성은 5.6%(매우 그렇다 0.5% + 5.1%)에 지나지 않았다.

 

ⓒ 오마이뉴스


나라 밖의 자료를 보든, 나라 안의 자료를 보든, 한국 언론의 품질은 이처럼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한국 기자들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상품의 품질이 왜 이처럼 불량하게 되었다고 보고 있을까.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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